“보육원 분들께 위로됐으면 하고 연기”…‘브로커’ 이후 작품 3편 공개 앞둬, 시나리오 작업도 열심
5월 28일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인들에게도 축제였다. 한국 작품과 한국 감독, 그리고 한국 배우들의 수상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며 한국 영화 100년 사상 최초의 기록들이 쓰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로 송강호,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 쟁쟁한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 한 배우 강동원(42)은 수상자가 호명되던 그 때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칸 영화제는 정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예의를 많이 갖춰줘서 그런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게다가 정말 화려하잖아요. 다들 항상 드레스 업을 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것도 한국에는 없는 문화거든요. 그러다 보니 극장에 오시는 분들도 더 영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한국도 영화나 방송 시상식이 만든 사람들을 생각해서 좀 더 축제 같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6월 8일 개봉한 ‘브로커’에서 강동원은 빚에 시달리는 세탁소집 주인 상현(송강호 분)과 함께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유료로’ 입양 보내는 불법 입양 브로커 동수 역을 맡았다. 이유야 어쨌든 아기들을 버리고 사라진 어머니들에게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그 역시 보육원 출신의 청년이다.
버려진 아기들에겐 자신을 투영하고, 아기를 버린 어머니에겐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는 동수는 결핍으로 인한 상처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갔다가 다시 찾으러 돌아온 어린 엄마 소영(이지은 분)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는 식이다. 상현과 동수의 ‘아기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는 여정’에 소영이 합류하고, 또 보육원 아이 해진(임승수 분)까지 끼어들어 가족의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동수는 소영과의 거리감을 조금씩 좁히며 그에게 투영한 어머니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진짜 가족에 대한 응어리를 유사 가족을 통해 풀어낸 셈이다.
“저는 소영과 동수를 유사 모자 관계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소영이란 인물을 보며 동수가 본인의 어머니를 투영시키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소영이를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지금까지 원망하며 살았던 마음을 놓아주게 되고 조금은 어머니를 용서하는 그런 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마 동수가 소영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며 ‘이렇게 같이 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조금은 가졌을 거예요. 여성으로서 끌리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진짜 가족에 대한 마음으로, 이렇게 가족을 꾸려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고요. 그 두 가지가 복합적이지 않았을까요?”
동수를 연기하기 위해 강동원은 보육원을 찾았다. 그곳의 아이들이 무조건적인 결핍과 상처, 그리고 원망만을 안고 살 것이란 대중들의 편견을 벗어나 정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를 직접 지켜보고 싶어서였다. 마냥 우울하거나 희망차기만 한 것보단 현실을 좀 더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보육원 분들을 위해 잘 표현하고 싶었던 게 첫째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어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라는 것은 그분들에게 큰 감정이라고 느꼈고, 그걸 관객 분들께 잘 전달해서 그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보육원에서 많은 친구들이 가정으로 입양 가는 걸 바란다고 해요. 절박하다면 절박하다 할 수 있는, 가정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관객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보육원 출신 친구와 원장님이 영화를 보러 오셨는데 그 친구가 원장님의 손을 잡고 많이 울면서 봤다고, 너무 고맙다고 연락을 줬어요. 그렇게 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작품 자체는 평단은 물론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렸지만 배우들의 앙상블은 어디에서나 호평을 받았다. 특히 강동원은 먼저 호흡을 맞춰 익숙했던 송강호와는 물론, 첫 만남이었던 이지은과도 굴곡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강렬한 ‘캐릭터적’인 인물은 물론이고, 담백한 ‘일상적’인 인물로도 극의 중심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송강호 선배님과는 ‘의형제’ 이후 많은 영화를 찍다가 오랜 만에 만나게 됐죠. 이전보다 제가 현장에서 많이 릴랙스돼 있다 보니까 전보다 호흡이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강호 선배님이랑 제가 약간 타이밍이랄까, 리듬감이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유난히 잘 맞는 게 있거든요. 또 지은 씨는, 너무 연기를 잘하셔서 제가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나 잘해야죠(웃음).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노래도 너무 잘하는 멋진 친구잖아요(웃음).”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던 ‘브로커’ 이후에 강동원은 총 3편의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범죄스릴러 장르의 ‘엑시던트’,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 될 ‘쓰나미 LA’, 올 3월 출연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던 ‘빙의’ 등이다. 이와 함께 그는 출연진 겸 제작자로 참여할 작품 구상에도 정신없이 몰두 중이라고 했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조차도 쪼개고 쪼개며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강동원은 쉴 틈이 없다는 그 사실 자체가 좋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휴식기가 없어요. 제작도 하고 싶은 게 있고, 가끔 글도 쓰고 있고, 미국 일 때문에 미국하고도 계속 연락하고 왔다갔다 해야 하고…(웃음). 왜 휴식기가 없냐면 그냥 일이 재미있으니까요. 제가 원래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단기적 목표로는 제 시나리오 초고를 7월 안에 내는 거예요. 저는 시간 낭비를 너무 싫어하거든요. 며칠 전 고레에다 감독님 생신이었는데 그분이 오랜만에 이틀을 쉬게 됐다면서 그 이틀 쉬는 게 초조하다 하시더라고요. 저는 몇 시간만 쉬는 것도 초조한데(웃음). 앞으로도 향후 10년 동안은 배우로서 열심히 달려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정말 죽을 때까지 배우하며 사는 게 꿈이거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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