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꼼수’ 4인방 중 유일한 정치인인 정봉주 전 의원. 대놓고 정치권에 ‘생토크의 역습’을 날리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어, 얘기해. 지금 인터뷰 중이니까 짧게.”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두 대의 휴대폰은 2011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뜬’ 인물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52)의 인기를 대신해 보여주는 듯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인기를 설명하는 건 이미 한국사회의 트렌드에 발맞춰 가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PD 등 <나꼼수> 출연진이 낸 책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정봉주 전 의원 역시 12월 10일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인터뷰 전날에도 책을 쓰느라 밤을 꼬박 샜다는 정 전 의원은 “오늘도 이거 끝나고 특강이 두 개나 있고 밤엔 팬클럽 회원들과 번개모임이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카페 안의 손님들 상당수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눈인사를 보내거나 인사를 건네 왔다. 여느 연예인급 못지않은 인기였다. 정 전 의원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약속 장소가 서로 엇갈리는 바람에 인터뷰는 만남부터 삐걱댔지만, 그의 ‘화려한’ 입담 덕에 인터뷰는 별다른 ‘버벅거림’ 없이 훌쩍 지나갔다. 자, 이제 전·현직 국회의원 중 ‘입담 베스트 3’ 안에 드는 정봉주 전 의원과의 정치적이면서도 시시콜콜한 인터뷰를 ‘까놓고 Talk’의 첫 손님으로 소개하려 한다.
―요즘 인기를 얼마나 실감하고 있나.
▲콘서트를 하면 순식간에 매진되고,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잘 듣고 있다는 인사를 많이 한다.
―사인할 때 ‘정봉주 대통령’이라고 쓴다던데.
▲대권주자는 영원한 ‘주자’일 뿐 아닌가. 나는 대권주자라고 써달라고 하면 안 써준다. ‘정봉주 대통령’이라고 쓴다(웃음).
―청취자들이 재미와 함께 통쾌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청취자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대신 해주니 통쾌함을 느끼시는 것 같다. 나는 정말 목숨 걸고 (방송)하는 것이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그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아나. 오늘도 어떤 의원을 만났더니 ‘4월 11일(총선) 전까지는 조심해라,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말을 하던데, 저쪽(여권)에서는 역으로 어떻게든 떨어뜨리고 출마를 못하게 하려고 할 것 아니겠나. 그런 생각을 하면…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심정이다.
―아슬아슬한 발언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실제 방송에 대한 외압은 없나.
▲방송 초반에는 협박 전화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요즘은 그런 게 점점 없어진다. 어설프게 찔러보고 그러는 건 이제 안하는 거다. 무언가 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과 정보는 있다.
―해킹이나 도청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도청은 다 된다. 당연히 도청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도 도청이 이뤄질까’ 하는 독자들의 의구심이 있겠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당연히 도청은 다 된다고 보면 된다. 그것을 감안하고 통화를 나누고 있다”고 단언했다. 21세기 민주사회에서의 도청이라,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정치권 ‘한켠’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인 듯했다. 또 최근엔 호스팅 업체로부터 “호스팅을 더 이상 못해주겠다. 돈 문제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압력이 들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나꼼수>는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인 3년여 전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전 의원이 함께 기획한 방송이라고 한다. 정 전 의원은 “그때 나도 (국회의원) 떨어지고 김어준 총수는 잘리고 그러면서 흔한 말로 ‘야마’가 돌았다. 그래서 한번 붙어보자 했던 거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하자’는 것과 ‘개인미디어 시대의 폭발력에 대비하자’는 것이 애초부터의 프로그램 기획 의도였다고. <나꼼수>는 그 기획 의도를 120% 담아 편집을 거의 하지 않고 녹음분을 ‘고스란히’ 내보낸다. 방송 분량 중 편집으로 잘리는 부분은 고작 5분여 안팎. 그마저도 외부 게스트들이 출연할 경우에만 간혹 본인들의 요청으로 잘려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정 전 의원은 “홍반장(홍준표 대표) 출연했을 때 나경원 의원 얘기 빼달라고 했었다”며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스튜디오 대여비용을 대기 힘들다고 하던데 지금도 상황이 마찬가지인가.
▲처음엔 스튜디오 한 번 빌리는 데 5만 원씩 한 달에 20만 원 대는 것도 힘들어서 쩔쩔 매곤 했다. 지금도 서버 호스팅 비용이 한 달에 2500만 원씩 드는데 광고도 없고 돈 벌지도 않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겠나. 그러니까 ‘꼼수 티셔츠’ 팔고 콘서트도 하고 그러는 거다. 출연료는 당연히 없다(웃음).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 기반으로 한다’는 멘트는 수도 없이 들었다. 노골적으로 자기홍보를 하던데.
▲원래 내 성격이 그렇다. 피해 가지 않는 직설적인 스타일이다. 노원구청장으로부터 공로패 받은 것도 내가 먼저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받아들여서 두 번 더 얘기했더니 ‘드리겠습니다’ 하고는 미적미적 하더라. 그러다가 준 거다. 주고 나서 무척 행복해하더라, 하하하.
―내년 총선에 출마할 테니 당선시켜 달라고 대놓고 말하던데,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제안이 많이 들어와서 고민이다. 재판이 있기 때문에. 공천까지 다 해놨는데 느닷없이 총선 전에 재판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4년이나 끌어온 거 갑자기 하겠냐 싶은 게 상식이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왕왕 벌어지니까 불안한 거다. 비례대표로 가게 되면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후순위로 승계하면 되는 거니까. 이 문제가 하나 있고…민주당이 현재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지 못하는데, 내가 어디를 가도 20~30대들이 많이 모이니까 어느 정도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자기 지역에서 번개(모임)를 해달라고 그런다. 비례로 가면 또 지역을 내놔야 하는 건데 그것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라서 고민이 많이 된다.
야권에선 “10·26 재보선에 <나꼼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는 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꼼수> 출연진들도 방송을 통해 자평한 바도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SNS 등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투표를 독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나꼼수>의 출연진으로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했다. 그는 “나꼼수가 없었어도 박원순 후보가 됐을 거라고 보지만 좀 더 위태한 상황까진 갔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경찰에 불려가게 되면 ‘나경원 고발 콘서트’를 열겠다고 선포한 바도 있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지”를 물었더니 “속을 비우고 욕심을 안 부리면 된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온갖 상상력이 떠오르는 법”이라고 답해왔다.
―방송에서 ‘이빨’ ‘깔때기’로 소개되는데 국회의원 중 입담으론 손에 꼽힐 것 같다.
▲맞다(웃음). 17대 때도 ‘난다 긴다’ 하는 입담들이 있었는데 각자 특징이 있다. 양대 진영이 있었는데 한편에선 ‘최재성 우상호 정봉주’ 이렇게 삼총사였다. 우상호는 사석에서 비사 가지고 구라 푸는 데 능하고 최재성은 아닌 척하면서 그럴 듯하게 구라 푸는 데 능하다. 나는 상황에 변화무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 반대 진영에서는 ‘최재천 정청래 정봉주’ 이랬는데, 최재천은 속사포지만 진정성 있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정청래는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 아프게 얘기하는 능력이 있다. 난 이쪽 저쪽 어느 부류에도 안 빠졌다. 나는 사석에서도 똑같다. 그냥 계속해서 얘기한다. 전에 라디오 출연한 적이 있는데 후배가 개그맨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나는 정치가 너무 묵직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말아주세요’ 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진중권 씨가 <나꼼수>에 대해 ‘너저분한 이야기’라고 폄하하며 ‘포르노’에 비교하기도 했다.
▲진중권 씨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인데, 한마디를 하면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는 지능형 알바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나꼼수>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비판하는 분들은 안 들으면 되는 거다. 이 방송은 무차별적으로 대중에게 살포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눈 찢어진 아이’ 발언에 대해 물었더니 “대한민국에 눈 찢어진 아이가 한둘인가. 우리가 무슨 다른 얘기를 했나”라고 피해가기도 했다. “교묘하게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슬며시 평해 보았다. 그는 “우리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수없이 고발당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잡아넣기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정치권의 광대로 캐릭터를 잡아가는 정봉주 전 의원의 ‘입’에서 앞으로 어떤 말들이 더 튀어나올지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왼쪽부터 문재인 이사장, 박지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원장.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분 참 좋은 분인데 너무 진지하다. 겸손하고 그런 건 좋은데 재미가 없다. 좀 까불었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는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보면 괜히 힘이 나고 즐겁지 않나. 그래야 되는데 그 아저씨(문재인 이사장) 보고 가면 사람들이 맥이 빠진대(웃음).”
-박지원 전 원내대표
“원내대표 때 하도 싸움을 잘해서 내가 원래 그분을 좋아한다. 밖에서 보기엔 여우 같다, 전략가다 그런 얘길 많이 하는데 심플하고 순수하게 보는 측면이 있다. 애기 같은 면이 있다. 나처럼 맑은 생각을 하는 사람 눈엔 (그분) 속이 보이더라.”
-‘섭외 0순위’ 안철수 원장
“때가 되면 안철수 원장도 섭외할 거다. 안철수 형은 정치권에 들어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다. 안철수 신당도 본인 입으로는 한 번도 얘기 안했는데 다 기자들이 만든 거 아닌가. 그 사람은 신당 안 한다.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