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활동 잠정 중단” 당일 24.87% 급락…팬덤은 방어 개미는 성토 종목토론방 ‘시끌’
이 과정에서 팬덤이 그나마 하락 추세를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 BTS 팬클럽 아미 회원으로 보이는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하이브 종목 토론방에서 “하이브 주식도 일종의 BTS 굿즈”라며 매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들의 노력 때문인지는 불투명하지만 여하튼 15일 주식시장에서 13만 90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가 그나마 반등해 14만 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3만 9000원은 하이브 주가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14만 원 아래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16일에도 반등은 이어졌지만 상승폭은 미미했다. 15일 대비 2.07% 오른 14만 8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것. 16일에도 한때 주가가 13만 9000원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해 14만 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 주식에서 14만 원대가 중요한 지지선인 까닭은 하이브가 2020년 10월 상장될 당시 공모가가 13만 5000원이기 때문이다.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선언 직후인 15일과 16일 연이어 공모가에 근접할 만큼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은 그만큼 하이브에서 BTS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하이브의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903억 원 가운데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의 영업이익은 1270억 원이나 된다. 전체 영업이익의 67%로 그나마 90%가 넘었던 상장 이전과 대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
물론 빅히트뮤직에 BTS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있는데 2019년 3월 데뷔한 5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TXT는 BTS의 영광을 이어갈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아직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는 상장을 앞두고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 다양한 아티스트를 발굴할 수 있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며 BTS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해왔다. 당시에도 BTS 군백기(군 공백기)가 현실적인 문제였다.
5월 2일 데뷔한 걸그룹 르세라핌이 그런 노력의 대표작이다. 르세라핌의 소속사는 BTS와 달리 쏘스뮤직이지만 모회사는 같은 하이브다. 하이브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은 르세라핌은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으며 성공가도가 열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연이어 악재에 휘말렸다. KBS 2TV ‘뮤직뱅크’에서 임영웅을 누리고 1위에 등극했지만 ‘뮤직뱅크’ 제작진의 점수 집계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얼마 후 멤버 김가람의 학교폭력 의혹이라는 치명적인 악재가 터졌다.
하이브는 이외에도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서 연내에 데뷔를 준비 중인 걸그룹이 있고, 하이브아메리카가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레코드와 협업해 여성 팝그룹 데뷔도 준비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 계획 단계다.
증권사들도 하이브 실적 감소를 예상하며 목표가를 대폭 낮추는 분위기다. 하나금융투자가 하이브 목표가를 종전 43만 원에서 36만 원으로 내렸고, 현대차증권은 40만 원에서 28만 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도 44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낮췄다. 2023년부터 멤버들이 군 입대 가능성은 이미 일정 정도 반영돼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6월에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하반기 투어가 어려워진 점이 하이브 영업이익 전망치를 크게 낮춘 이유다.
하이브 주가가 폭락하면서 BTS를 성토하는 개미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BTS 일부 멤버들이 무려 100억 원 규모의 하이브 주식을 매도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진은 10월 19일 주식 1만 6000주(48억 4300억 원)를, 제이홉은 10월 22일 5601주(18억 5988만 원)를, RM은 10월 13일부터 11월 9일까지 7차례에 걸쳐 1만 385주(32억 4694만 원)를 팔았다.
BTS 멤버들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하이브 주식 총 99억 4983억 원어치를 장내매도했다는 소식이 11월 29일 공시되면서 이날 하루 6.38%나 급락하는 등 하이브 주가가 출렁거렸다. 주식 시장에서 ‘주요 주주나 경영진의 주식 보유지분 매각’ 소식은 해당 주식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악재다.
진, RM, 제이홉은 모두 30만 원대 초반에 주식을 매각했는데 이들의 연이은 매각이 끝난 11월 9일 이후 하이브 주가는 더욱 상승해 11월 17일에는 42만 1500원까지 올랐다. 이들의 주식 매각 소식이 공시돼 주가가 급락한 11월 29일에도 하이브 주가는 33만 원대였다. 그렇지만 팀 활동 잠정 중단 선언 이후 하이브 주가는 14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하이브 종목토론방에선 현재 ‘하이브 주식도 BTS 굿즈’라며 BTS를 응원하는 투자자들과 BTS 멤버들을 성토하는 투자자들이 혼재해 있다.
BTS 군백기를 감안해 하이브는 이미 음악 레이블 이외의 영역에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하이브의 신사업 분야로는 우선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스토리에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를 입히는 ‘오리지널 스토리’ 사업이 있다. 이미 BTS와 TXT, 엔하이픈 등을 소재로 한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BTS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퍼즐 게임 ‘인더섬 위드 BTS’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통합 서비스도 준비 중이며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합작해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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