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넓게 펼쳐진 전라남도의 한 시골 마을에 비밀의 정원이 숨어 있다. 웬만한 수목원 저리가라로 넓은 공간에 자유롭게 뛰어노는 건 32마리의 견공들. 그리고 그 곁에는 아이들의 주인이자 수의사인 손서영 씨(41)가 있다.
한때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수의사였던 그녀.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 놀길 바라는 마음에 모든 걸 내려놓고 이곳으로 내려온 지 벌써 7년째다. 32마리나 되는 녀석들 때문에 매일이 전쟁이나 다름없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녀석들 덕에 웃음 끊일 날이 없다.
도로에 버려진 걸 구조한 '소복이'부터 올무에 걸린 채 발견된 '건복이', 보호소에서 데려온 자매 견들 '전복이'와 '후복이'까지 모두 유기된 사연을 가졌지만 서영 씨의 보호 아래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낸다는 32마리의 반려견들. 하지만 정원에서 한가로운 건 오직 개들 뿐 서영 씨는 하루 종일 반려견들 뒤치다꺼리에 한시도 엉덩이 붙일 새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 한 놈 한 놈 구석구석 안 예쁜 곳이 없다는 '철인 엄마' 서영 씨는 오늘도 힘듦을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서영 씨가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바로 산책이다. 산책의 목적지는 멀리 갈 것 없이 집 앞 과수원이다. 현재는 휴경 상태인 덕분에 반려견들의 전용 산책 공간이 됐다. 무성하게 자란 초록 잎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과수원에서 아이들은 목줄 없이 뛰어 놀고, 풀을 뜯으며, 흙 파기까지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신나게 논 다음엔 당연히 주린 배를 채울 시간이다. 남들은 특식이라 부를지 몰라도 서영 씨는 매일 한 끼씩 챙겨준다는 '특식 같은 일반식'이 있다.
아무리 서영 씨의 애정이 남다르다 해도 32마리를 혼자 돌보는 건 힘들다. 그런 서영 씨를 지지하며 돕는 조력자는 부모님이다. 영국 유학까지 다녀올 만큼 자기 일에 열정적이던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시골에 내려온다고 했을 땐 아깝고 안타까웠다는 부모님. 하지만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함께 돌보며 부모님 역시 반려동물들의 사랑스러움에 홀딱 빠졌다.
고요할 줄 알았던 노후에 32마리 손주들을 돌보느라 진땀 뺄 때도 있지만 녀석들 얘기로 웃음꽃이 피니 오히려 녀석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단다.
올해 2월 서영 씨는 오랜 염원 끝에 집 앞에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이곳에 내려올 때부터 시골 반려동물들이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하는 지역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던 서영 씨였다. 언제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시골 반려동물병원을 꿈꿔오다가 드디어 이루게 된 것. 특히 개원 이후 지역 마당개 중성화 수술 사업 참여하는 등 시골에 사는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자신의 꿈인 일명 '문턱이 낮은' 동물병원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서영 씨. 자신의 반려견뿐 아니라 아프고 소외받는 모든 동물들에게 삶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것이 그녀의 마음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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