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올랐지만 멀티플렉스 인력 충원 안 돼 불편…“팝콘 사려고 30분 기다려” 원성도
지난 주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2’를 보러 영화관에 갔던 30대 직장인이 한 말이다. 주말 기준 성인 1인당 1만 5000원이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초 극장에 가본 뒤 2년여 만에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무려 세 차례나 영화 관람료가 인상된 것을 뒤늦게 안 것이다. 유 씨는 “‘범죄도시2’가 오랜만에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고 해서 극장을 찾았다가 적잖이 기분이 상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는데 이제 다시 극장을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덤터기를 씌운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대 멀티플렉스라 불리는 CGV, 롯데시네마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급감하고 매출이 줄자 나란히 관람료를 올렸다. 2020년 10~11월 처음 인상했고, 불과 6개월 정도 지난 2021년 4~6월에 또 한 차례 올렸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를 검토하던 2022년 4월 CGV가 또 한 번 1000원 인상했다. 오는 7월부터는 롯데시네마 역시 이에 동참한다. 두 멀티플렉스가 매번 1000원씩 올리면서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영화 관람료가 총 3000원 올랐다.
이에 따라 극장 데이트족 역시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의 티켓 값 3만 원에 팝콘과 음료 세트 및 오징어나 나초 등을 구매하려면 5만 원에 육박한다. 영화를 본 뒤 함께 식사라도 하려면 데이트 비용은 금세 10만 원을 넘어선다.
롯데시네마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취식 금지 조치 등 강화된 방역 정책 등으로 인해 누적 영업 손실은 약 3000억 원이 넘는 수준에 달하며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에 놓여 관람료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영화 산업의 정상화와 산업 보존을 위한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력 희망퇴직, 임차료 감액 협의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한 자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강화된 방역 정책 등으로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했다”고 호소했다.
여전히 해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영화 관람료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2년여의 공백을 두고 갑자기 치솟은 영화 관람료를 맞닥뜨리는 관객의 기분은 좋을 수 없다. 극장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관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를 경험한 대중이 언제든 영화관에 등을 돌리고 OTT에 몰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화 한 편 관람료로 각 OTT 플랫폼 한 달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OTT에 공개되면 보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 이후 극장 업계의 부활을 견인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자. 이 영화는 어린이날 휴일을 앞둔 5월 4일 개봉돼 588만 관객을 모았다. 전편의 성적을 뛰어넘었다. 아울러 ‘범죄도시2’의 1000만 돌파의 발판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디즈니+는 6월 22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공개했다. 영화 상영 불과 49일 만이다. 홀드 백(극장 개봉 후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에 공개하는 제도)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특정 영화가 개봉하거나 스타가 탄생하면 그와 관련된 OTT 콘텐츠들의 인기가 상승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범죄도시2’의 개봉에 발맞춰 각각 전편 수요가 늘었다. 이처럼 이제 극장과 OTT 플랫폼은 연동돼 움직인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와 함께 극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이 늘어난 만큼 곳곳에서 인상된 관람료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심화되고 ‘오징어 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히트작이 나오면 또 다시 극장의 수요가 줄어들며 OTT로 몰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들은 “가격 인상으로 고객 부담이 늘어나게 된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적인 관람 환경과 우수한 콘텐츠,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최근 극장에서는 매점 이용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팝콘 사려고 30분 기다렸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극장을 비롯한 실내 시설 취식이 가능해지면서 매점을 이용하는 이들은 늘었는데, 정작 코로나19 기간 줄였던 직원의 수가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5월에 이어 6월에도 이미 월 영화 관람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7~8월 여름 성수기 때 대작들이 개봉하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비스 역시 개선돼야 한다. 코로나19 기간처럼 언제든 관객이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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