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5일 개봉한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마녀2)에서 신시아는 평생을 비밀 연구소에서 보낸 극비 프로젝트의 실험체 ‘소녀’ 역을 맡았다. 소녀는 전작의 ‘인간병기’ 구자윤에 비견할 만한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태어나자마자 연구소에 갇혀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낸 탓에 바깥세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아이다. 어느 날 비밀 연구소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해 처음으로 연구소 밖을 나섰다가 그를 찾는 이들과 쫓는 이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번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소녀는 굉장히 무(無)의 상태, 방금 알에서 막 깨어난 아기 새 같은 아이죠. 어떻게 보면 감정 자체가 없는 비워진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이 비슷한 장르의 다른 캐릭터들과 차별화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감독님께서도 ‘최대한 소녀는 무(無)했으면 좋겠다. 무표정하고 모든 것이 비워진 상태니까 지금보다 더 덜어내도 돼, 더 비워도 돼’라는 코멘트를 많이 해주셔서 저 스스로도 많이 비우고 또 지우고 했던 기억이 나요.”

“소녀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초능력자예요. 그러다 보니 큰 움직임이나 다른 이들과 합을 맞추는 액션보다는 간결한 동작으로 한 번에 강렬한 분위기나 느낌을 내야 해 그런 소녀만의 액션 결을 찾으려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숙소 방 안에서 영상을 많이 찍어 보고,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강렬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특히 동작과 눈빛들을 많이 연구했어요. 전체적인 초능력자들의 태도나 제스처는 마블 스튜디오 세계관 영화의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고요. 소녀를 위해 구체적으로 참고한 건 시얼샤 로넌이 나오는 영화 ‘한나’였어요.”
백지 같은 초능력자는 자신을 처음으로 인간답게 대해주는 ‘일반인’ 남매 경희(박은빈 분)와 대길(성유빈 분)을 만나면서 조금씩 그들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만 힘을 썼던 그가 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가장 강력한 능력을 사용하는 마지막 액션 신은 신시아 본인이 꼽은 이번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신이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능력을 쓰는 점은 구자윤과도 겹쳐 보이는 지점인데, 여기에 또 전작의 향수(?)를 느낄 만한 신이 추가됐다. 구자윤의 ‘계란 먹방 신’에 비견할 만한 소녀의 ‘마트 털기 먹방 신’이다.
“그 장면은 쉬지 않고 그냥 계속 먹으면서 찍었던 장면이에요. 계속 먹는 게 힘들지 않냐고 하셨는데 저는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오히려 너무 좋더라고요. 음식들이 다 맛있어서(웃음). (경희가 차려준) 저녁밥도 되게 맛있었고 마트에서 먹었던 삼겹살부터 모든 것들이 다 맛있었어요. 원래 음식 먹는 촬영을 하면 먹다 뱉으면서 해야 쭉 오래 찍을 수 있는데 전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어서 거의 다 먹었죠(웃음).”

“다미 언니와 호흡을 맞출 때 언니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참 든든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언니의 조언은 ‘시아야, 잘하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위로를 굉장히 많이 받았거든요. 전작에서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는 선배님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용기가 되더라고요. 진짜 열심히 잘해내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전작인 ‘마녀’는 평단의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한국이 직접 만들어낸 ‘여성 초인’의 세계관이 새롭게 정립됐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할 뿐, 명확한 제작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팬덤의 기다림만 길어지던 차였다. 그런 기다림 끝에 등장한 ‘새 얼굴’이 된다는 것이 신인 배우에겐 여간 부담이 아니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데 대해 신시아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신만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제 연기에 대한 많은 주관적인 평가가 있지만 그것만을 쫓다가 제 중심을 잃어버려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제가 연기를 시작하면서 생각한 것이기도 한데, 입시도 그렇지만 어떨 땐 잘한다고 합격하는데 또 어떨 땐 다른 이유로 낙방하기도 하잖아요. 그때마다 그런 평가들에 너무 깊게 함몰되면 제가 할 수 있는 것마저 못하는 상황이 와요. 모든 걸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제 자신도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과해지진 말자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