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유상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배우 김영애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건 생존율 10%를 넘지 못하던 공포의 암 췌장암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5년 생존율이 12.8%로 나타났다.
국가암등록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5년 생존율 80%에 다다르는 위암이나 대장암과 같은 다른 암에 비하면 췌장암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췌장암. 장기 생존의 좁은 문을 돌파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췌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진단이 쉽지 않다. 뒤늦게 발견했을 땐 이미 꽤 진행되어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췌장은 그 주변에 위, 십이지장, 비장을 비롯해 주요 혈관들이 지나가고 있어 췌장에 생긴 암세포는 다른 곳으로의 전이, 재발이 쉽다.
게다가 약 15cm 정도의 작은 크기로 몸 깊숙이 자리해 그 이상을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장애진 씨. 진단 당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종양 크기가 큰 데다 간에 15군데 이상 전이가 발견돼 수술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런 장애진 씨를 위해 의료진이 택한 방법은 선행 항암치료였다.
2년 반 동안 꾸준히 항암치료를 받은 결과 전이 범위와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어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선행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선행 항암치료란 무엇이고 선행 항암치료가 가져온 췌장암 생존율의 변화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일본 오노미치시에서는 2007년부터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특별한 진단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바로 '오노미치 프로젝트'다.
동네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 병원 간 연계를 강화하여 췌장암 조기 발견율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만성 췌장염이나 당 수치 변화 등과 같은 췌장암 위험 신호가 보이거나 초음파상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종합병원으로 연계함으로써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노미치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실제 오카타 케이코 씨는 7년 전 '오노미치 프로젝트'를 통해 췌장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일본의 췌장암 전체 생존율은 7.5%인데 반해 오노미치시의 췌장암 생존율은 20%로 일본 평균을 크게 웃돈다. 췌장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오노미치시의 공동체적 노력 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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