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불법인데 촬영은 합법? 일본 제1야당 법안 검토 나서자 찬반 목소리 후끈
5월 25일 일본 중의원 내각위원회는 ‘AV 출연자 피해방지 구제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6월 16일에는 일본 참의원에서도 가결됐다. 이번 법안은 일본의 민법상 성인 나이 기준이 지난 4월부터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그 이전부터 만 18세가 되면 AV 출연이 합법이었다. 법적 미성년인 만 18세와 19세, 그러니까 고등학생도 AV에 출연해 실제 성행위가 담긴 촬영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다만 일본 AV 업계의 강요와 협박 등으로 AV에 출연하게 된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일본 정부는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등 미성년자 AV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연예인 데뷔 등으로 속여 계약서에 사인하도록 만든 뒤 계약 위반 위약금을 내라며 AV 출연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해온 것이다. 그런데 4월부터 만 18세와 19세가 법적 성인이 되면서 이런 보호막이 사라져 새로운 구제법안이 필요해졌다.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략적인 ‘AV 출연자 피해방지 구제법안’의 내용은 우선 출연 계약을 AV마다 건별로 체결하도록 했으며,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서면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했다. 또한 촬영 과정에서 출연자가 반대하는 성행위는 촬영을 거절하도록 했다. 그동안 촬영 과정에서 출연자에게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 촬영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AV는 촬영이 끝나고 4개월 뒤부터 유통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V가 공개된 날을 기준으로 1년 동안 출연자가 원하면 무조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내용 자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지라도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계약이 해지되면 해당 AV의 판매와 유통이 금지된다.
다시 말해 정식 계약을 통해 AV 촬영이 이뤄졌을지라도 4개월 이내에 생각이 바뀌면 해당 AV는 판매와 유통이 이뤄질 수 없다. 또한 4개월이 지나 판매와 유통이 시작됐을지라도 출연자가 그때부터 1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하면 그 순간 판매와 유통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엔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지나치게 출연자를 보호한다고 볼 수도 있는 법안이지만 일본 사회에선 오랜 기간 AV 출연자의 피해 사례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가수나 배우, 모델 등을 지망하며 에이전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가 AV 출연을 강요당하는 사례부터 아예 AV에 출연시키기 위한 인신매매 범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 일본 AV 팬 층에서도 화제가 된 법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성행위 수반 AV 금지법’이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인 쓰쓰미 가나메 중의원 의원은 ‘AV 출연자 피해방지 구제법안’ 논의 과정에서 AV 촬영 과정에서 실제 성행위를 금지하는 ‘성행위 수반 AV 금지법’도 당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일본에서 이 법안이 ‘AV 금지법(AV 禁止法)’이라 불리며 크게 화제가 됐는데 그 여파는 국내까지 미치고 있다.
규모가 1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AV 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법안으로 당장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성행위를 촬영한 영상물은 음란물로 규정돼 판매와 유통이 금지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이런 ‘성행위 수반 AV’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오랜 기간 판매 유통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사회에서 ‘AV 강제 출연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온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성행위 수반 AV 금지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의 주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사안은 ‘성행위 수반 AV’가 금전 거래 조건 성행위를 금지한 매춘방지법에 저촉된다는 점이다. 출연자가 동의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AV 촬영이 이뤄질지라도 ‘출연료(금전)를 받고 한 촬영(성행위)’을 매춘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매춘은 불법이며 성매매 장면을 촬영해 유포·판매 등을 하면 더 중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성행위 수반 AV’가 합법인 일본에선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성매매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합법이다.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만약 성매매를 했을지라도 단속을 우려해 사전에 AV 출연 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고 촬영까지 했다면 단속돼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물론 성매수자 역시 해당 영상이 판매와 유통되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성매매는 남몰래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매수자 역시 ‘출연자’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촬영 직후 계약을 해지하면 판매와 유통이 금지돼 ‘성행위 수반 AV’ 가운데 ‘AV’는 사라지고 ‘성행위’만 남게 된다. 이렇게 ‘성행위 수반 AV’는 자칫 성매매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일본 사회에서 ‘성행위 수반 AV 금지법’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일본 내에서 AV 업계의 영향력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큰 데다 ‘성진국’이라 불릴 만큼 성문화에 개방적인 일본 사회의 특성상 정치권이 AV 소비 계층의 여론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일본 AV 업계의 근간인 ‘성행위 수반 AV’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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