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된 임상 2상으로 분위기 반전 힘들다는 지적…치료제 출시 진정성도 ‘흔들’
지난 6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 임상 2상을 승인했다. 만 19세 이상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확진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아직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단계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이유는 신풍제약이 피라맥스정에 대해 이미 임상 2상 다음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8월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142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번에 추가로 실시되는 임상 2상은 오미크론에 대한 피라맥스정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미크론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탐색하는 것으로, 기존 임상 2상 결과와 비교하는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신풍제약 관계자도 “오미크론이 창궐할 때 추가로 임상 2상을 한 번 해보자고 의견이 취합돼 추가로 진행되는 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420명에 대해 모집 및 약 투약이 끝난 후 오미크론 효능을 분석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20명을 대상으로 오미크론 단독으로 임상을 진행하면 결과가 빨리 나온다. 이 결과를 어떻게든 회사로서는 활용하고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된 임상 2상으로 반전 노릴 수 없는 이유
이번 임상 2상의 1차 평가 변수(핵심 목표)는 확진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배양을 통해 바이러스가 양성에서 최초 음성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위약군은 없다. 증상과 상관없이 매일 검체를 채취한 후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약을 투약해 바이러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앞서 지난해 신풍제약이 진행한 임상 2상의 1차 목표는 특정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비율을 대조군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당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며 조건부 허가를 받지 못했고 임상 3상을 다 거쳐 정식 허가를 받는 전략을 펴올 수밖에 없었다.
해당 임상 2상의 의미에 대해 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간략히 약물의 기전이 오미크론 환자에게도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2상이다. 오미크론에 대한 음전 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지 않다면 사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을 중단해야 한다. 때문에 회사는 약물이 오미크론에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 추정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시험 설계가 모호해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음전되기까지의 시간의 경우 사람 한 명으로 시험을 하면 쉽고 데이터도 정확하지만 여러 사람과의 비교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어떤 사람은 약을 안 먹었는데 음전까지의 시간이 짧을 수 있고, 약을 먹었는데 음전 시간이 길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해 신뢰를 얻으려면 100~1000명 정도로는 실험해야 하는데, 20명 대상 임상은 집단 크기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진정성 ‘의문’
이번에 추가된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정부 긴급사용승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신풍제약의 추가된 임상 2상은 20명이라는 임상 대상자 수 등의 한계 때문에 조건부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추가 임상 2상으로 오미크론에 효과를 보여도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 결과가 치료제 승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에 있다. 신풍제약은 임상 3상을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증·사망 이환율(병에 걸리는 확률)을 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는데, 오미크론 치명률은 현재 0.13% 정도로 0.05~0.1%인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임상 3상 대상자 대부분이 오미크론 확진자이더라도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입증하기 힘들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은 약을 먹지 않아도 중증으로 가는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1만 명 이상으로 오미크론 확진자에 대해 임상 3상을 하거나 60세 이상 고위험군으로만 한정해 임상을 진행해야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상황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오히려 이번 임상 2상 지표인 ‘음전되기까지의 시간’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이후 대규모 임상 3상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대로 임상 3상을 거쳐 코로나 치료제를 내놓더라도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이미 코로나19 경구치료 신약인 화이자 팍스로비드, 머크 라게브리오가 국내에서 조건부 승인됐다. 게다가 신풍제약 피라맥스정은 신약이 아니다.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해 약물 재창출 방식을 활용해 코로나19에 대한 효과를 확인해보고 있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추가된 임상 2상 결과를 갖고 식약처와 얘기가 있을 듯하다. 신규 임상 3상 가능성은 지금 상황에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이미 임상 3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임상 3상은) 안 하게 될 것 같다. 아직 임상 3상 현황에 대해서는 설명해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신풍제약은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가 막 알려진 2019년 12월 7000원대였던 주가는 2020년 9월 29일 12만 65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확산하는데 치료제 개발이 늦어지면서 올 1월 주가는 2만 원대로 내려앉은 뒤 현재까지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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