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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승 9단. |
조한승은 조남철 김인 윤기현 하찬석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루이나이웨이 윤준상 이세돌 최철한의 뒤를 잇는 12번째 국수다. 이창호 바로 앞이나 바로 뒤에는 유창혁의 이름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뜻밖에 없다.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한 번은 그렇게 불려보고 싶은 이름, 이제는 더 큰 타이틀이 많아 소장 가치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스펙으로서는 한몫할 수 있는 타이틀, 그게 국수다.
조한승 9단은 은근히 얘깃거리가 많은 기사다. 대표적인 꽃미남이고 실력은 출중한데 2% 부족한 느낌이다, 유연한 행마로 바둑을 어쩌면 저렇게 부드럽게 둘 수 있을까, 시종 무리 없이 슥 밀어붙여 이기는, 이른바 이유제강이 경지에 이른 듯하고 그래서 어쩌면 진정한 절정고수일지 모른다. 이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요즘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군 복무 중 제대했고, 그게 어떤 전기가 되었는지 제대 후 바둑이 강인해졌고 성적도 상승곡선이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바둑토토에 반대하는 글을 올려 논쟁의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바둑은 이유제강인데, 성격은 외유내강의 면모를 보여 준 것. 동료들은 “원래 그런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알려 준다. 그런 거라니. 바둑이 체육이라고 하는 거나 바둑 대국에 베팅하는 것이나 토토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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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전 대국이 끝나고 복기를 하고 있는 최철한 9단(왼쪽)과 조한승 9단. |
이번 국수전 도전5번기는 3 대 2 스코어가 말해 주듯 일진일퇴의 일대 접전이었다. 조한승이 먼저 이기면 최철한이 반격하고, 다시 조한승이 앞서가면 최철한이 따라붙었다. 2 대 2가 된 4국까지 흑번필승이었으며 네 판이 모두 블계승이었다. 그리고 결승인 5국도 흑승이었다. 예전에 덤이 5집반이면 무조건 흑을 들겠다고 했는데, 요즘은 6집반이라도 흑을 들겠다는 기사가 많다. 덤은 조만간 7집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5국은 끝내기 바둑. 승부의 저울추가 몇 번 오락가락하다가 급기야는 반집, 아니면 한집반의 미세한 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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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흑1로 따내자 백2로 팻감을 쓰고 4로 되따내 흑5의 굴복을 받아냈다. 그리고 중앙으로 손을 돌려 6의 곳을 막아 3집을 만들었다. 그러자 하변 흑1 자리를 따내며(흑7), 이제 흑이 거꾸로 패를 따내며 백을 굴복시키려 한다. 반집, 한집반의 양상이므로 이 패는 크다. 승부로 직결될지 모른다. 백이 1 자리를 잇지 않고 6으로 달려간 것은 만만치 않다고 본 것, 잇다가는 진다고 판단했던 것.
백8로 팻감을 쓰고 10으로 되따내자 흑은 우상 방면 11로 집어넣고 백12로 따내자 13으로 하변 패를 되따냈다(흑9는 자리). 흑11은 일단은 손해패지만, 일종의 양패 전술이었다. 하변 패를 이기기 위한 묘책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3도> 백은 1로 이었다. 그러자 하변 흑2로 이 패가 커졌다. 백은 좌변이, 흑은 상변이 각각 팻감 공장. 그러나 흑쪽이 더 많아 백은 27로 굴복했고….
<4도> 흑1로 잇고 이후 흑13에서 바둑은 끝났다. 흑의 1집반승이었는데, 국후 검토의 결론은 ? <2도> 백6이 패착이었다는 것. 백은 흑5 다음에….
<5도> 백1로 그냥 이어야 했다는 것. 그러면 흑6으로 이쪽 백집은 없어지지만, 나중에 백17로 끊는 끝내기가 있다는 것이며 이랬으면 백이 반집을 이긴다는 것이었다. 흑16으로 백17 자리를 이으면 백이 16에 두어 마찬가지.
실전인 <4도>에서는 백이 중앙에 3집을 만들고 흑돌 하나를 따냈으니 4집에다가 <3도> 상변 흑24의 팻감과 백25가 교환되어 1집 득(원래는 공배가 메워지면 백이 놓고 따내야 하므로), 합해서 5집을 벌었다. 대신 <4도>와 <5도>에서 우하변 백집을 비교하면, <5도> 백 1 부근 ×표 2집이 없어졌으니 더하기 빼기 하면 3집을 번 것이다. 그에 비해 흑은?
<5도>는 차후 흑이 A-B-C 자리를 다 놓고 따내야 한다. 그 주변 ×표 자리를 합해 12집인데 <4도>에서는 이쪽이 14집이니 2집 이득. 또 거꾸로 흑이 <4도> 1로 이으면서 백돌 따낸 것까지 3집. 합해서 5집을 벌었다.
백은 3집, 흑은 5집. 흑이 2집 이득. 이래서 원래는 흑이 반집을 지는 바둑이었건만 막판에 등장한 패 덕분에 1집 반을 이겼다는 그런 얘기였다.
패의 마술, 요술. 패의 장난. 패는 입신들도 홀린다. 홀려 주어야 드라마가 생긴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