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활동 구설 잇따르자 공적 관리 나서…네이버 출신 이상협 비서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 희화화 논란도
대통령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이상협 디지털소통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개인 SNS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5월 6일 임명된 이상협 비서관은 미디어다음 뉴스 에디터를 거쳐 네이버에서 정책실 차장, 서비스위원회 부장, 대외협력 이사 대우 등을 지냈다. 디지털소통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채널 등 윤석열 대통령 공식 SNS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그간 김건희 여사가 SNS 공개 행보로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대통령실에서 공적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13일 김건희 여사가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코바나콘텐츠 전직 직원 중 1명이 ‘개 사과’ 사진과 ‘김건희 귤’ 사진을 SNS에 올리는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전두환 씨를 미화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다음날인 22일 0시 10분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 ‘토리’와 사과를 함께 담은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올리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공식 트위터 계정에 ‘화난 귤’ 사진을 올렸다가 국제적 안보 위기 상황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4월 4일 김건희 여사는 비공개 상태였던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로 전환하면서 행보를 본격화했다. 같은 달 8일 김 여사는 인스타그램에 손으로 쓴 상장을 수여하는 사진을 올렸다. 상장에는 “위 사람은 평소 투철한 환경보호 정신으로 종이컵을 절약하고 텀블러를 사용하여 타의 모범이 되었으며, 이에 표창함”이란 내용이 담겼고, 상장 수여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김건희’로 명시됐다.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입학 취소된 것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4월 5일 부산대는 조민 씨의 2015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했다. 4월 7일에는 고려대가 조 씨의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상협 디지털소통비서관은 “(김건희 여사 SNS 공적 관리 관련해서)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제2부속실 만들던가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이 SNS를 포함한 김건희 여사의 공적 활동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두고 있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김건희 여사도 본인의 ‘허위 학력·경력 의혹’이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건희 여사가 본인의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현행법 저촉 소지가 있는 대통령 관련된 사진을 공개한다면 개인의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공과 사의 경계를 뛰어넘으면 공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여사 SNS 관련한 대책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공적 관리를 받지 않는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13일 김건희 여사가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여성 4명 중 3명이 대통령실 직원이었지만, 이들 3명 중 2명이 코바나컨텐츠 출신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사적 채용’ ‘비선 의혹’ 등의 논란이 터졌다. 김건희 여사 측이 대통령실 공보 라인을 거치지 않고 팬카페 ‘건희사랑’의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에게 미공개 사진들을 전달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놓고 여당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지난 6월 21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에서 김건희 여사의 의전과 일정을 담당할 대통령실 공식 직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월 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여사의 행보가) 사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상황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특정인이 사진을 유출하고 또 입수해 제일 먼저 공개하고, 언론이나 공적 조직은 정보가 늦은 상황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약 파기라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대신 기존 부속실에 김건희 여사 지원 인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야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월 19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의 광폭 행보가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실도 이에 발맞춰 김 여사 지인을 채용해 활동을 보좌하는 등 사실상의 ‘제2부속실’ 기능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부활시켰다”며 “윤 대통령은 ‘조용한 내조’와 ‘제2부속실 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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