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 전 실컷 울고 웃으면 숙면 도움…추억 속 노래 부르면 스트레스 싹…아침에 달걀 한두 개로 의욕 업
#놀라운 ‘오타니 응원’ 효과
올해도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의 활약에 열도가 열광하고 있다. “아침에 메이저리그 중계를 통해 오타니 선수가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후련해진다”는 일본인이 많다.
이와 관련, 쓰쿠바대학의 쓰지 다이시 교수(건강증진학)는 “응원하는 사람의 뇌 내에서 도파민이 방출돼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2019년 쓰쿠바대학은 2만 1317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포츠관전과 정신 건강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스포츠를 관전하는 고령자는 우울증 위험이 30%나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과 의사 요시다 다카요시는 “특히 오타니처럼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엄청난 위력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오타니의 경기가 아침에 중계된다는 점이 크다. 아침시간을 채우는 활동은 하루 전체의 만족감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불면증 해소로도 연결된다는 것.
덧붙여 우리 뇌에는 ‘미러뉴런(Mirror neuron)’이라 불리는 세포가 있다. 쉽게 말해 ‘보는 대로 따라하는 신경세포’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하는 것처럼 느끼는 작용을 한다. 요컨대 “TV를 통해 오타니 선수가 활약하는 것을 보면, 뇌 안에서 내가 활약하는 것같이 재현되고 마음이 채워진다”는 설명이다. 요시다 의사는 “아침에 일어나 TV 앞에서 오타니를 응원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밝게 정돈된다”면서 “이보다 간단한 건강법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내 야구팀이라면 선수와 함께 소속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았을 터. 만약 팀이 시합에 질 경우 짜증이나 화를 내기 십상이다. 스포츠 관람이 거꾸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반면, 오타니 선수 개인을 응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속팀 승패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오타니 선수가 홈런을 치거나 호투하면 만족해하고, 설령 부진하더라도 ‘아쉽다’는 정도로 끝나게 된다.
#울고 웃고 푹 자면 마음이 건강해진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숙면이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리셋하고 푹 잠들 수 있을까. 이와 관련, 가노메 마사유키 정신과 의사는 “취침 전 ‘눈물 활동’과 ‘웃음 활동’을 실천해보라”고 조언했다. “마음껏 웃거나 우는 활동이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준다”는 설명이다.
누구나 한번쯤 실컷 울고 난 후 마음이 후련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물에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미네랄의 일종인 망간이 포함돼 있다. 망간은 기분을 바꾸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 망간이 배출되면서 스트레스가 완화된다. 소재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슬픈 소설이나 드라마, 만화도 괜찮다. 가노메 의사는 “취침 전 마음껏 울면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되며, 숙면으로도 이어진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웃음 효과도 놓칠 수 없다. 웃을 때 우리 뇌는 베타엔도르핀이라는 쾌락물질이 분비돼 뇌가 편안해진다. 그래서 더욱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간단한 지압법으로 ‘노궁’과 ‘실면’ 혈을 눌러주는 것도 추천한다. 노궁은 주먹을 쥐었을 때 가운데 손가락 끝이 닿는 지점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노궁 혈을 지압해주면 도움이 된다. 실면 혈은 발뒤꿈치 중앙에 해당한다. 이곳을 엄지손가락으로 5초 정도 꾹 눌러주고 천천히 떼어 보자. 5번 정도 반복한다. 불안정한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려주고 숙면을 돕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습관
뇌신경학자 마스오 요시노리 교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정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가령 녹음이 짙은 숲에서 삼림욕을 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숲속 캠핑도 ‘쾌락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므로 추천할 만하다. 모닥불을 바라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간단한 스트레스 경감법 중 하나다. 일례로 경치가 좋은 해안으로 여행을 떠나 바다를 향해 마음껏 소리 쳐보자. 여의치 않다면 노래방에서 열창하는 것도 괜찮다. 노래를 부르면 엔도르핀, 옥시토신,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뇌가 활발해진다. 마스오 교수는 “추억이 있는 가요나 팝송을 부르면 효과가 높아진다”고 전했다. 옛 기억이 떠오르면서 뇌가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추억의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약간의 사치를 즐기는 것도 도파민을 분비시켜 뇌를 기분 좋은 ‘흥분 상태’로 만들어준다. 갖고 싶었던 카메라, 한번은 입고 싶었던 브랜드의 옷 등 줄곧 원해왔던 물건을 사면 마음의 건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싸더라도 지출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마음을 맑게 지켜주는 식사법
식사는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홋카이도대학의 이마이즈미 히로후미 교수(건강영양학과)는 “불규칙한 식생활을 하면 자연히 마음도 거칠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얼 먹을지도 중요하지만, 언제 먹을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령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아침이 좋다. 단백질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집중력을 높이고 의욕을 샘솟게 한다. 다만 아침부터 육류 섭취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땐 달걀 한두 개를 권장한다. 달걀에는 질 좋은 단백질이 풍부해 맑은 정신이 필요한 아침식사로 제격이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대두식품은 저녁에 섭취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콩에 풍부한 ‘아미노산 엘-세린(L-serine)’에는 수면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 분비 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된다. 불면증으로 고민하거나 체내시계가 흐트러진 사람은 두부나 두유 등 콩으로 만든 제품을 저녁식사 메뉴로 도입해보자.
흔히 철분이 부족하면 우울감을 느끼고, 감정조절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시금치, 돼지고기 등심, 소고기 등이 꼽히며,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등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진다. 바지락도 철분 함유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이즈미 교수에 의하면 “특히 바지락에 들어 있는 오르니틴 성분은 아침에 눈이 너무 일찍 떠지는 수면장애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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