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은 2020년 4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닷컴·롯데홈쇼핑·하이마트·롭스 등 롯데그룹 7개 계열사를 한데 모은 온라인쇼핑 통합 플랫폼으로 출범했다. 롯데쇼핑이 2018년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한 뒤 당초 3조 원 투자 계획을 세우고 야심차게 만든 플랫폼이지만 출범 당시에도 ‘유통공룡’ 롯데가 2년간 칼을 갈아 만든 결과치곤 ‘날카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롯데온은 ‘개인화 솔루션’을 내세웠다. 계열사 통합 멤버십인 ‘롯데멤버스’ 회원 3900만 명의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행동과 상품 속성을 400여 가지로 세분화해 개개인에 맞춘 상품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쿠팡이나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등 경쟁사에 비해 늦게 출발한 롯데가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엔 강력한 무기가 없다고 평가했다.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을 20조 원까지 키우겠다 했지만 지난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의 매출은 108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 950억 원에서 1560억 원으로 늘었다. 롯데온의 같은 기간 순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8.2% 증가한 2조 4105억 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네이버 쇼핑 거래액 36조 원, 쿠팡 거래액 34조 원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내부적으로는 거래액 증가를 긍정적 시그널로 보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롯데온 자체 채널 거래액과 순매출은 각각 25% 신장했다”며 “롯데온의 플랫폼 사업 역량 역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1분기 기준 롯데온 월 평균 방문자수는 40%, 월 평균 구매자 수는 25%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롯데온을 찾고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롯데온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입점한 후 실제로 상품을 등록한 유효 셀러 수는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롯데온 올해 1분기 매출은 2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1분기 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롯데온의 1분기 판관비는 전년 동기 대비 24.5% 늘어나 615억 원을 기록했다. 거래액이 늘었다지만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커진 것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거버넌스 조정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커머스 전문가’로 불리는 나영호 대표 체재 후 1년이 흘렀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롯데온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용 메시징 플랫폼인 슬랙을 업무툴로 도입했다”며 “수평적이고 투명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고 실제로 슬랙을 이용해 업무 처리 속도가 대폭 향상되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부적 업무 효율성이 외부적인 성과로 이어졌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롯데온이 소비자들을 끌 만한 매력이 크게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롯데온의 유료멤버십인 ‘롯데오너스’는 연간 회원으로 가입 시 연간 회비를 100% 포인트로 돌려주고 추가할인·적립, 월 12회 무료배송 등의 혜택이 있다. 유료회원 수가 지난 1분기 기준 900만 명이 넘어 업계 1위인 쿠팡은 월 4990원 요금에 △무제한 로켓배송 △무제한 30일 무료 반품 △로켓프레시 무료 배송 △무제한 무료 로켓직구 배송 △와우 전용 할인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 이용 제공 등의 혜택을 준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경우 네이버는 월 4900원에 쇼핑 적립금(최대 5%)과 디지털 콘텐츠 중 1가지 혜택을 준다. 스포티비 나우 스포츠 무제한 이용권, 티빙 방송 VOD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온 영화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온 영화 1편 할인,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 쿠키 49개,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등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온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 확대 계획은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롯데는 오랜 기간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자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행동이 다른데 그걸 맞추지 못한 것 같다”며 “후발주자로 이커머스 시장에 들어온 만큼 기존 온라인 강자와 차별화를 꾀했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롯데온은 롯데마트몰을 통해 제공하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롯데온은 새벽배송 철수를 선언하면서 2시간 내에 배송되는 ‘바로배송’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를 도심 내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퀵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은 듯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판교점, 영종도점, 시흥배곧점 등 6개 점포에서 바로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 오는 7월부터는 물량 감소를 이유로 근거리 배송 차량을 24%가량 줄이기로 했다. 기존에 롯데마트 69개점에서 718대 차량을 활용해 배송을 운영해왔지만 앞으로는 170대 가량을 줄여 66개 점포, 547대 차량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정으로 근거리 물량은 하루 2만 1000여 건에서 1600여 건으로 줄어든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