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 워홀의 그림 ‘재키’와 ‘플라워’. 빌라 투자금을 둘러싼 인순이(왼쪽)와 최성수 부부 간의 고소사건에 워홀의 그림들이 거론돼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
#인순이의 고소 발단은?
발단은 최성수의 부인 박 씨가 주도한 흑석동 소재 고급 빌라 ‘마크힐스’ 사업이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크힐스’ 시공은 오리온그룹 계열사 메가마크가 맡았다. 장동건 고소영 부부의 신혼집으로 유명한 흑석동 마크힐스는 현빈 이민호 등 톱스타들이 연이어 입주하며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그렇지만 ‘톱스타들이 사는 고급 빌라’라는 매스컴의 연이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분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강남 중심부는 아니지만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 데다 여의도에서 가까워 연예인들에게 유리한 입지조건일 수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애초부터 연예인을 위한 고급 빌라로 지어진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분양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연예인의 활동 영역이 과거 방송국이 밀집한 여의도였던 데 반해 최근엔 방송국이 여의도, 목동, 일산 등으로 분산되면서 연예인의 선호 거주지도 청담동 삼성동 등 강남 중심권이 됐다. 장동건 고소영 부부 역시 집을 팔진 않았지만 신혼집을 청담동으로 옮겼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도 분양률이 저조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50억 원을 투자한 인순이가 최성수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 씨는 “투자금 가운데 5억 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앤디 워홀의 1964년 작 ‘재키’와 1965년 작 ‘플라워’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순이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박 씨가 지난 9월 22일 그림을 위탁 보관하고 있던 K옥션 측에 ‘인순이 씨가 K옥션에 위탁한 미술품을 가져가기 위해 방문할 경우 미술품을 돌려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박 씨는 설명한다.
#박 씨와 오리온의 관계?
▲ 인순이는 최성수 부인이 시행한 흑석동 마크힐스에 투자했다. 사진은 청담동 마크힐스. |
박 씨는 오리온그룹 측과 관계가 매우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소재의 마크힐스 사업은 최성수가 26%의 지분을 갖고 있던(3대 주주) 업체가 시행했고 박 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는 흑석동 마크힐스 빌라를 시행했다. 그렇지만 흑석동 마크힐스가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리온그룹과 박 씨의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 헐값 판매 의혹 등으로 불거진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의혹 수사에서 박 씨는 오리온 측과 상반되는 주장을 펴며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법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 중 하나는 최성수가 3대 주주였던 청담동 마크힐스 시행사 이브이앤에이에서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의 계좌로 보낸 40억 6000만 원의 정체였다.
이에 대해 박 씨는 공판에서 “사업 시작할 때부터 오리온그룹 임원 조 아무개 씨를 위한 40억 원이 서미갤러리 쪽으로 입금되게 돼 있었다”면서 “서미갤러리로 간 40억 원이 오리온의 비자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소환 조사 과정에서 40억 6000만 원의 성격에 대해 “16억여 원은 박 씨에게 대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팔고 받은 대금이고 나머지 24억여 원은 박 씨 측에 빌려 줬던 돈을 돌려받은 것일 뿐”이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0일에 있었던 선고공판에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과 임원 조 씨, 그리고 서미갤러리 홍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문제의 40억 6000만 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40억 6000만 원이 오리온그룹 비자금이라는 박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워홀 그림 등장하는 이유
공판 기간 동안 박 씨와 서미갤러리 홍 대표, 오리온그룹 임원 조 씨 등은 진실공방을 벌였고 이 와중에 문제의 앤디 워홀의 그림 두 점이 등장했다. 우선 ‘플라워’를 두고 박 씨는 지난해 11월 홍 대표와 조 씨를 상대로 “‘플라워’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박 씨는 “지난 2009년 3월 ‘플라워’를 팔기 위해 조 씨에게 그림을 전달해 서미갤러리에 맡겨졌는데 이를 돌려달라는 요구에 양쪽 모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씨 측은 “이는 박 씨가 조 씨에게 20억 원을 빌릴 때 담보로 받은 것으로 아직 변제하지 않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7월 6일 인순이와 약정서를 맺어 ‘플라워’와 ‘재키’ 두 점의 그림으로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지난해 11월에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플라워’는 이미 2009년 3월 판매를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또한 조 씨 측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그림 두 점의 소유자가 박 씨인지 조 씨인지의 여부도 명확치 않다. 조 씨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공판 당시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과 연락을 취했지만 정확한 입장을 듣진 못했다. 조 씨는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신민섭 기자 lae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