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몸 푸는 안철수 두고 시선 엇갈려, 징계 위기 이준석 좌충우돌 입지 흔들, 한동훈발 검찰 인사 우려 확산
#친윤을 친안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 그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역할 수행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 공동창업자임을 자처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그가 큰 꿈을 향해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있다. 안 의원은 당내 최대 세력이 된 친윤 그룹과 동맹을 형성하면서 이준석 대표를 선두로 한 당내 견제 세력과의 한판 대결이 사실상 시작된 모양새다.
안 의원은 밝은 얼굴로 6월 27일 국회에 나타났다. 이날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대표 주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당내 의원 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행사 시작 때 찾아온 인사들의 면면만 봐도 이날의 무게감을 보여줬다. 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핵관 쌍두마차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 등 여당 원내지도부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안 의원과 툭하면 으르렁거리는 이준석 대표는 다른 행사 참석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안 의원과 친윤 그룹의 동맹을 더욱 확고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 대표를 지낸 안 의원이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몫 최고위원으로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이자 검사 출신 친윤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사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안 의원은 행사장에서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최다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정진석 의원과 나란히 맨 앞자리에 앉았다. 또 여당 원내사령탑인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에 이어 3번째로 축사를 하면서 위상을 과시했다. 친윤 그룹이 안 의원에 대해 최상의 예우를 했다는 시각과도 연결됐다.
안 의원은 여러 가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혁신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가 안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말했다고 해석되는 이른바 ‘간장 한 사발’ 발언에 대해서도 한마디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6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간장’이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 의원을 지칭하는 합성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안 의원은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속이 타나 보죠”라고 했다. 당 윤리위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입장을 비꼬아 때린 것으로 읽혔다.
안 의원은 최근 당내에 불고 있는 공부 모임 열풍에 대해 “따로 계획은 세우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여러 공부 모임에 참여해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이날 참석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필요하다면 가입은 할 테고”라고 언급, 이미 보폭을 넓혀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6월 30일 기자들을 만나 “당·정 연계 토론모임을 띄우겠다”고도 말했다. 안 의원 주도로 만들어질 토론모임은 당과 정부가 함께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친윤 세력화’ 논란을 일으켰던 의원모임 민들레(민심을 들을래)를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의원은 윤핵관과 동맹을 맺고, 차기 당권을 잡아 친윤을 친안으로 치환하는 방법으로 당내에 세력을 확실하게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대권 가도를 밟아나가는 최단거리 경로를 설정할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내다본다. 그러나 안 의원의 이런 계획이 너무 단순해 경로 노출이 이미 이뤄진 데다 조기등판이 결국 당 내홍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친윤 핵심 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는 감동의 예술인데 뻔한 경로를 타고 가는 것은 대중적 지지를 키울 수 없다”며 “안 의원이 친윤 그룹과 조기에 밀착하는 것은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작전을 모두 간파당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당내 갈등을 너무 일찍 만들어내는 요인도 된다”고 우려했다.
#좌충우돌 이준석, 입지 흔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관련 의혹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가운데 이 대표가 대표 임무를 과연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이 대표가 본인을 둘러싼 대형 악재를 수습하기 위한 자기변호에만 몰두하면서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결정을 7월 7일로 미루자 이 대표는 징계 결정 보류 바로 다음날인 6월 23일부터 윤리위를 향해 공세에 나섰다. 그는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나와 윤리위의 징계 결정 보류에 대해 “이건 뭐 기우제식 징계냐”라며 “경찰 수사 결과든지 뭐든지 간에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에 대한 직격은 물론, 최근 징계 국면에서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를 상대로 마구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자신과 혁신위 문제로 논란을 빚은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의 지역구를 6월 29일 방문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당 혁신위 위원 중 5명이나 지명했다”고 하자 김 의원 지역구인 포항을 찾아가 화풀이를 했다는 해석을 낳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연말 자신을 비토하던 장제원 의원 지역구 사무소를 방문한 바 있다. 똑같은 장면이 나왔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었다.
발언이나 행보 등에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안감은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6월 30일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전격 사임하면서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대표 비서실장으로 기용돼 3개월간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 간 가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박 의원은 “일신상 이유로 사임한다”고 했지만, 윤심이 작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윤핵관과 윤 대통령을 갈라치기하는 수법을 쓰면서 윤핵관만 공격하고 윤 대통령에게는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는데 이런 행태 자체가 당대표로서 통합 의지가 없는 것이고 당 운영 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만남을 공식 부인했는데도 윤 대통령과 마치 만난 듯 애매모호한 태도를 이 대표가 보인 것은 친윤인 박성민 대표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대통령을 보기 민망할 만큼의 큰 부담을 줬고 결국 사퇴로 이어졌다.”
#믿었던 한동훈마저…
당 내부 사람은 아니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여권에서는 걱정이 나온다. 한 장관도 당초 우려가 많은 상태에서 등판했지만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잠재우면서 성공적 데뷔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둘러싸고는 따놓은 점수를 까먹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잇따른 검찰 인사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 장관은 취임 후 검사장급 공석을 채우기 위한 원포인트 인사, 검사장급 승진 및 전보 인사를 한 데 이어 6월말에는 일선 검찰청의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를 포함한 71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검찰 고위 간부에서부터 검찰 중간 간부 인사까지 모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뤄졌다. 법무부 측은 대검 차장과 상의해 절차적 문제가 없고, 검찰에 당면한 수사과제가 너무 많아 검찰 인사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을 했지만 보수언론들조차 검찰 인사에 대해서는 비판적 논조를 쏟아내고 있다.
여권에선 2인자 그룹이 국민들에게 절제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등과 분란을 불렀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최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 관련,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상황)가 됐거나 긍정 여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자 2인자 그룹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그 뒤를 잇는다(관련기사 출국도 출구가 아니다? 윤석열 ‘데드크로스’에 비상 걸린 여권).
이재오 국민의힘 고문은 6월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그리고는 “국정에 산재한 문제가 태산 같고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데 저렇게 한가하게 당내 대표 문제를 가지고 싸우고”라며 “여당으로 직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논의에 대해서도 “간단한 정치적 문제인데 이 대표가 자꾸 대꾸하고 싸움을 걸고 하니까 점점 커진 것이다. 그러니까 당이 이렇게 완전히 엉망”이라면서 이 대표를 질타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6월 30일 KBS 라디오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에 대해 “출범한 지 한 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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