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좋지만 하필 협력사 떠날 때에…” 카카오, 클레이튼 운영주체 바꾼 뒤 관련 서비스에서도 손떼
최근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이탈이 눈에 띄면서 클레이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클레이튼 최고의 NFT(대체불가토큰) 프로젝트로 꼽혔던 메타콩즈, 실타래 등이 떠났고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홀로서기에 나섰다. 여기에 일종의 서버 유지 활동인 노드를 운영하는 핵심 협력사인 거버넌스 카운슬(GC·Governance Council) 가운데에도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공시 서비스 쟁글에 따르면 6월 30일 신한은행은 클레이튼 생태계의 노드를 운영하는 GC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이 클레이튼 GC로 합류한 지 1년 만이다. 2021년 6월 29일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GC에 합류해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양사의 협력은 끝을 맺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클레이튼에서 요구한 조건과 우리 측 입장이 맞지 않아 종결된 것으로 안다”면서 “클레이튼과는 협업이 종료됐지만 블록체인 업체와의 협업은 계속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 씨는 “신한은행은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대비 플랫폼을 구축해본 경험이 있고, 또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인 헤데라 해시그래프와 협업은 이어가고 있다”면서 “신한은행이 클레이튼 GC에서 떠났다고 해서 블록체인 업계에서 떠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계속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클레이튼 GC가 탈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유플러스,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 글로벌 거래소 후오비 등도 탈퇴한 바 있다. 30일 클레이튼은 트위터를 통해 “신한은행이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서 탈퇴한다. 기존 네트워크는 새로운 GC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위터에 밝힌 것처럼 클레이튼은 새로운 GC를 편입시킬 예정이다. 쟁글 공시에 따르면 클레이튼은 ‘2022년 내내 생태계의 실질적인 발전을 돕는 기업을 중심으로 GC를 개편할 예정이다. 7월에만 5개 회사 이상 신규 GC 멤버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클레이튼 발표에 따라 신규 GC 합류가 유력해 보이지만 투자자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GC의 탈퇴는 GC들도 클레이튼과 협업해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클레이튼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카카오와의 연결 고리도 점점 옅어지는 모양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지갑 서비스인 카이카스 운영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6월 23일 카이카스는 “7월 25일부터 카이카스 서비스 제공자가 그라운드X에서 에스프레소247(Sfresso247 Inc)로 변경된다”며 “서비스 이관에 따라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 방침이 개정될 것”이라 밝혔다.
코인데스크코리아에 따르면 그라운드X는 카이카스 사업 이관 배경을 ‘블록체인 생태계의 글로벌 활성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B 씨는 “좋게 해석하면 그라운드X는 일본 법인이고, 에스프레소247은 싱가포르 법인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싱가포르 법인으로 운영을 이관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면을 짚어준 B 씨는 부정적인 면도 짚었다. B 씨는 “좋게 보면 공격적 마케팅이지만 나쁘게 보면 꼬리 자르기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라운드X는 NFT에 집중한다면서 클레이튼 운영사, 카이카스 지갑 운영사 등은 신규 해외 법인으로 속속 옮기고 있다. 법적인 이슈가 생기면 바로 끊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 씨는 굳이 에스프레소247을 통해 운영하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A 씨는 “그라운드X에서 계속 운영하거나 굳이 필요하면 싱가포르 지사 등을 만들면 되는데 에스프레소247을 신규로 만든 뒤 KGF(클레이튼 성장 펀드)가 이 회사에 클레이를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 뒤 그라운드X는 에스프레소247 쪽으로 카이카스 지갑 운영을 이관시켰다”면서 “KGF의 클레이 퍼주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또 다시 필요 없는 회사를 새로 만들어 클레이를 퍼준 격이다. KGF의 방만한 투자 방식도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B 씨 말처럼 카이카스 지갑 서비스도 카카오에서 떠나면 카카오와 클레이튼의 연결고리는 점점 옅어진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2022년 1월 카카오는 클레이튼 운영을 그라운드X에서 신규 자회사인 크러스트로 넘긴 바 있다. 4년 동안 클레이튼을 이끌어왔던 그라운드X에서 갑자기 신규 자회사로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카카오와 클레이튼의 일종의 거리두기 아니냐는 얘기였다.
특히 6월 24일 카카오톡 내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 서비스를 카카오에서 떼어내 독립시킨다는 계획까지 나오면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기존 카카오톡에는 더보기 버튼을 통해 클립 서비스로 접근할 수 있었으나 이를 독립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라는 소식이다.
물론 그라운드X 측은 ‘카카오톡이 국내에서만 사용이 한정된 점’, ‘클립은 메타마스크 등 다른 가상자산 지갑과 달리 카카오톡 정책에 따라 만 19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 ‘휴대폰 번호 인증이 필요하다는 점’ 등 때문에 글로벌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선 독립 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클레이 투자자들은 대부분 맞는 얘기지만 시점이 공교롭다고 얘기했다. 클레이에 장기 투자 중인 C 씨는 “분명 필요한 얘기지만 과거 클레이 가격이 좋고 사용량도 많을 때는 이런 시도가 전혀 없다가, 가격도 폭락하고 사용량도 줄어드니 이제 와 점점 카카오와 멀어지는 행보만 보이는 게 ‘손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면서 “현재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만큼 일단은 카카오 안에서 활발하게 쓰게 하면서 국내 사용자라도 확실하게 잡는 방향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일요신문은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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