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에서 규제 완화 강조, 검찰 대기업 수사 강화할 듯…사외이사 시절 기부금·교수 시절 성희롱 발언 등도 논란
송옥렬 후보자는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재학 중이던 1990년 제32회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서울대 법과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박사학위를 땄고,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2003년부터는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 및 부교수를 지냈고 2012년부터는 정교수로 재직해왔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집단 차원의 문제에 불과?
송옥렬 교수의 공정위원장 지명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공정위 역할 축소론’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한다. 그간 송 후보자가 기업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2008년 11월 그가 서울대 법대 부교수였을 당시 집필한 공정위 용역보고서 ‘기업집단 규율의 국제비교’에 이 같은 입장이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서 송 후보자를 비롯한 교수진은 “최근의 많은 논의에서 기업집단에 대한 현행의 사전규제는 책임추궁 중심의 사후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이 연구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음”이라고 적었다.
2014년 송 후보자가 단독으로 집필한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논문에서도 기업을 비효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자는 “내부거래 또는 일감몰아주기의 문제는 기업집단 차원의 문제에 불과하다. 기업집단에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 기업집단 전체의 위험을 높이더라도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집단 이해관계자 문제”라며 “전통적으로 이해관계자의 문제는 회사법에서 다뤄 왔다는 점에서 회사법의 자기거래 규제가 일차적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통제가 잘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규제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경우에도 왜 자기거래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제력 집중 견제를 바탕으로 한 공정거래법은 “한 나라의 경제적 자원이 소수의 기업집단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이 된다고 해도 지난 정부 공정위원장처럼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 본인이 앞장서 기업 저격수로 관심을 받았은 반면 송옥렬 교수는 학계에서 (상법 권위자로) 유명했긴 하지만 (공정위에서 존재감이) 드러나진 않을 것”라고 내다봤다.
공정위 축소론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시절부터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폐기가 이 같은 분위기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자는 취지의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정위가 공을 들여 추진했던 법안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온플법을 폐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는 플랫폼 자율규제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전속고발권 손질도 공정위 축소론에 힘을 실어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는 6월 ‘전속고발권 및 고발요청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내년 초 전속고발권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인수위가 발표했던 윤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전속고발권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공조부 인력 줄기는 했지만…
재계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 올해 3월 15명까지 확대된 바 있으나, 4일 7명으로 줄어들었다. 다른 부서 인원 수준으로 맞춰진 것이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앞으로 검찰이 대기업 수사에 힘을 빼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정위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검찰 쪽에서 수사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공조부 부장검사 자리에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정섭 전 대구지검 형사2부장이 앉아 있다. 이정섭 부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검사 시절, 삼성그룹‧현대자동차·SK 등 대기업 총수를 기소해 기업 특수통으로 불린다. 공조부에는 여러 기업 사건들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중소기업벤처부나 조달청이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의무고발요청제 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다른 변호사는 “9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권)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제청해 뒀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지 않을 수 있다. (검찰의 역할을) 원상 회복하려 하더라도 국민들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그사이 검찰만이 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보여주며 성과를 보이려 할 것”이라며 기업 압박 수사 가능성을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이어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있어도 수사는 검찰의 역할이다. 공정위와 검찰 공조부 사이 수사권을 두고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송옥렬 후보자는 KB국민은행과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를 지냈다. 2013년 11월 26일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이듬해 3월 26일 일신상 이유로 중도 퇴임했다.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는 2014년 3월 21일부터 2017년 3월 17일까지 지내다 사임했다. 송 후보자는 국민은행,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 시절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시절 국민은행이 송 후보자의 소속단체에 기부한 것도 논란거리다. 2014년 국민은행이 수시공시한 ‘사외이사제도운영규정’을 보면, 2013년 국민은행은 송 후보자가 소속돼 있던 한국상사법학회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송 후보자는 앞서의 공정위 용역보고서에서 “각종 회사 관련 소송의 원고적격을 완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전문성을 높이는 등 계속적인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옥렬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4일 브리핑에서 “송옥렬 교수는 공정위의 재벌그룹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경제민주화를 정체 모를 구호라고 폄훼했다”며 공정위원장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스쿨 교수 시절 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지난 7월 5일 “너무 죄송하고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그것 때문에 제가 자격이 없다고 하시면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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