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그랬다’ 대통령 워딩에 자괴감…이준석 징계, 서로 상처 나눠 갖는 방식으로 가야”
이에 대해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여야가 50보 100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나”라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와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겠나.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집권당 대변인이 반박한 셈이다.
1993년생인 박민영 대변인은 검정고시를 거쳐 2011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2017년 바른정당이 주최한 토론대회에서 우승하며 대변인으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2021년 7월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 청년보좌역을 맡았다. 지난 4월 대변인단 선발 토론배틀인 ‘나는 국대다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해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선발됐다. 일요신문이 7월 7일 직접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를 공개 비판했다.
“웬만하면 외부에 메시지를 안 내는 타입이다. 청년보좌역 할 때도 정말 답답했다. 지난해 12월 실무를 하루 종일 매달려서 올라가는 지지율보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으로 내려가는 지지율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럼에도 코멘트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국청년간담회에 ‘스피커폰’ 속 목소리로만 참석하면서, 청년 참가자들이 거센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때 윤 후보께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당시 상황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대변인을 3개월 하면서 당과 정부 문제 있었지만, 자리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박순애 부총리 임명이 강행됐다. 민주당과 비교하는 (윤석열 대통령) 워딩을 듣고서,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국민의힘을 위해 달려왔나’라는 자기부정이 들었다. 선거를 뛴 대변인도 자괴감을 느끼는데, 다른 청년들은 어떻게 느끼겠나. 그래서 우린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게 됐다.”
―공개 비판 이후의 심정을 듣고 싶다.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고, 저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당 윗선이나 언론사에 항의했다는 걸 들었지만, 제게 직접 연락이 오진 않았다. 내부적으로 비판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과 정부) 내부통로도 없을 뿐더러 내부 비판은 자정작용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 당원들조차도 ‘자정작용 없나, (당이) 대통령 사조직이나’라고 비판하고 있다. 해야 할 말을 했다는 믿음이 있다. 대변인이 왜 (대통령 인사를) 비판하냐는 건,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라는 뜻이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 했을까. 부작위에 의한 책임 회피다.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해야 할 말을 왜 못하나. 용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실 의사소통과 메시지 관리가 달라져야 한다. 하루에 수도 없이 관계자들 말이 나오고 있다. 윤심을 ‘참칭’한다. 대통령이 직접 얘기 안 하는데 핵심관계자 말이 ‘윤심’인 걸 (국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검찰공화국’ ‘모피아’ 등 윤석열 정부 인사 코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인사 코드를 갖고 비판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인력풀이 크건 작건, 사람이 문제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인사)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인력풀을 늘리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다양성 능력과 양립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인력풀을 넓게 잡고 능력주의를 반영하면 된다. 작은 인력풀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실을 맺었다. 조금은 풀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당 내분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양쪽이 누구 하나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다. (이준석 대표를) 몰아낸다고 끝날까. (이 대표가) 행정소송 강구할 거다. 그것도 안 되면 시사 패널이 됐건 뭐가 됐건 (모든 정치적 권한과 수단을 써서) 싸우려고 할 거다. (징계를 안 한다면) 구실을 만들어서 또 내쫓으려고 할 거다. 서로가 상처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당정 소통이 안 되면서 현안 메시지가 다 묻히고 있다. 어떻게 국민 볼 면목이 있겠냐. 민주당도 민생경제 얘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데드크로스’가 나왔다.
“허니문 기간이라서 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리스크가 계속 남아 있는 건 맞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낮다. 민주당 지지율과도 큰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은 가운데 민주당보다 지지율 낮아지면,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협조할 이유가 없다. 2년 뒤 총선 준비하는데도 악순환이 이어진다. (현재) 지지율 반등시킬 모멘텀이 없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하루빨리 막아야 한다. 당정 불협화음, 대통령실 메시지 문제 등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김건희 리스크’는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 활동 최소화, 영부인 개념 폐지, 제2부속실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미 (김건희 여사가)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메시지까지 내기도 하더라. 국민께서는 공약 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인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영부인의 공적 활동을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국민께) 양해를 구하고 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등록금 규제 완화, 주 52시간 유연화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시장 자유주의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은) 정부가 지원하고, 포괄임금제 폐지 등의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말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통제하는 방식을 택한 문재인 정부의 반대로 가고 있다. 시장 자유와 창의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다만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과도하게 민간부문에 치중하게 된다면, 과거의 문제 인식들이 돌아온다.”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지난해 11월 젊은 남성들이 느끼는 젠더갈등과 세대갈등을 다루는‘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를, 올해 1월에는 정치를 계속하게 된다면 풀어내고 싶은 담론을 담은 ‘MZ세대라는 거짓말’을 출판했다. 정치권이 바뀌면 좋겠다. 당도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변인 입을 막으려고 한다. 그럼 대체 누가 얘기하나. 양당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출 생각 없다. 정치 시스템 관련해서 문제의식을 느낀다. 힘이 닿는 만큼은 자정시키고 싶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준석 대표) 윤리위 이슈가 지나고 판단해야 할 기반이 돼야 (계획과 목표를 세우려고) 할 것 같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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