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위상 카톡과 글로벌 시장 의식한 구글 장기전 불가피…“정부가 나서서 절충 필요”
7월 7일 구글과 카카오톡 임원진이 방송통신위원회 유관부서와 함께 비공개 회동을 열었다. 카카오톡이 5월 말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이모티콘 플러스 구독서비스와 관련해 인앱결제(앱 내 결제) 이외에 1800원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독이 가능한 웹결제 아웃링크를 함께 소개하면서 양측 간 분쟁이 생겼기 때문이다. 구글이 새 결제 정책을 전면 시행한 6월 1일 이후 카카오톡의 웹결제 아웃링크가 여전히 결제 페이지에 남아 있어서 문제가 됐다. 구글은 자사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의 최신 버전 심사를 거절했고 카카오톡은 7월 1일부터 구글플레이를 통해서는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면담은 비공개라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이후 카카오톡이 아웃링크 결제를 포기하고 한 발 물러서겠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으나 카카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극적인 합의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행위는 2020년 7월 구글이 그간 게임 앱에서만 강제했던 인앱결제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인앱결제는 구글이 앱 내 콘텐츠 이용 금액에 앱마켓 이용 수수료를 부과하는 결제 방식으로 그간 구글플레이의 유통망을 이용하며 매출을 올리던 앱들이 타깃이 됐다.
구글은 로드맵대로 2022년 4월 1일부터 인앱결제(앱 내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의 업데이트를 제한했고 6월 1일부터는 앱마켓에서 퇴출하겠다는 정책을 적용했다. 최대 30%까지의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콘텐츠 이용금액이 급격히 인상됐다. 여론은 악화됐고 콘텐츠 창작자들도 이용 비용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이 떠나 매출이 감소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앱마켓 구글플레이를 유지·보수·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앱들이 더 저렴한 웹결제를 안내할 경우 판매 수수료 매출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 셈이다. 해외 콘텐츠 플랫폼 기업과 국내 이동통신사 간의 망 사용료 분쟁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국내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과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SK브로드밴드가 유지·보수하는 망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셈이다.
앱마켓 업계 한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업자야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겠지만 플랫폼 운영자들도 경제적 동기가 있어야 플랫폼을 운용할 거 아니겠느냐”며 “결국 플랫폼 혹은 네트워크의 이용료를 누구에게 부담시키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작정 인앱결제를 비난만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수수료율이 적절성 문제다. 구글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의 30%는 독과점적인 지배력을 갖춘 구글이 일방적인 힘의 논리로 폭리를 취하는 수준의 수수료율”이라며 “광고비도 따로 받고 있기 때문에 망을 구축하고 보수하는 투자비는 이미 원금의 몇 배가 회수가 되었을 텐데 수수료율 산출 근거는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구글이 과도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인앱결제 정책 강제로 올 한 해 한국에서 최대 41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제시한 해법은 2021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일명 ‘구글갑질방지법’으로 알려진 해당 법안은 앱 마켓사업자가 앱 개발사를 상대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명시함으로써 구글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법안이 치밀하지 못해 구글이 ‘3자결제’라는 꼼수로 손쉽게 법망을 우회했다는 점이다. 구글의 독주를 막기에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구글과 카카오 모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021년 8월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점유율은 87%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구글플레이에서 설령 카카오톡 앱을 삭제한다고 해도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카카오톡의 아성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소비자 여론을 등에 업은 데다 정부도 구글을 압박하고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결제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방법을 함께 안내하는 현재 방침을 당분간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글도 강경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인앱결제와 관련한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카카오톡과의 분쟁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카카오톡과 동일하게 웹 결제 방식으로 거래해온 베트남의 게임사들은 눈 감아왔으나 한국의 카카오톡에 대해서는 곧장 업데이트를 중단하면서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정현 교수는 “정치권과 방통위, 공정위 등이 구글을 압박할 테고 명분을 획득한 건 카카오이기 때문에 아무리 구글이라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정부가 구글이 일정 정도 양보하게끔 적당한 선에서 절충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혁상 지속경영연구원 본부장은 “수수료 배분이라든가 과금 구간의 협상 등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세을 숭실대 경영대학원 문화콘텐츠경영학과 겸임교수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두 기업보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개개인들의 피해만 커질 우려가 있다”며 “규제로만 접근하는 건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가 신속히 개입해서 절충할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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