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의 시골마을 끝자락. 짙푸른 여름이 생동하는 계곡을 점령한 대가족이 있다. 아빠 '레고', 엄마 '제니' 그리고 칸, 아인, 반쪽이, 코코, 리치, 에디까지 수준급 개헤엄을 선보이는 8마리의 웰시 코기들이다.
숏다리 8코기가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건 모두 왕아빠 전승우 씨(47)와 왕엄마 공진위 씨(42) 부부 덕분이다.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했던 승우 씨와 잘나가는 치기공사였던 진위 씨의 삶은 반려견을 키우면서 180도 달라졌다. 레고와 제니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새끼를 무려 6마리나 낳았기 때문이다.
새끼들을 입양 보내기 위해 공고를 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결국 6남매를 모두 키우기로 결심했다. 꼬물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 8코기의 행복을 위해 더이상 서울살이를 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조금 이른 전원생활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 쓰러져 가는 가건물과 낡은 펜션 밖에 없던 시골집은 그야말로 폐허나 다름없었지만 그들은 이곳에 터를 잡았다.
"우리가 8코기를 키우는 것도 예쁜 아이들 낳아서 키우는 부모의 행복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8코기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부의 일상. 반려견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기에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산책만 최고 8번, 알레르기를 고려한 맞춤형 생식을 제공하는가 하면 온갖 장난감을 총동원한 '놀이의 기술'까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으랴만 더 마음 가는 녀석이 있게 마련이다. 승우 씨는 6남매의 장남이자 서열 1위인 칸을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
8코기를 잘 키우기 위해 훈련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파트너가 되어준 칸의 당시 나이는 고작 7개월. 조기 교육(?) 덕분인지 철부지 동생들이 뛰어노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주위를 경계하느라 경직돼있는 칸을 보면 무거운 짐을 지워준 것 같아 미안하다.
올해로 아빠 레고와 엄마 제니의 나이는 9살, 6남매는 7살이 됐다. 마냥 아기 같을 줄만 알았던 8코기도 어느덧 노령견에 가까워진 것이다. 녀석들의 무병장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진위 씨가 위생장갑을 끼자 긴장하는 8코기.
치석 제거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전직 치기공사였던 왕엄마를 둔 덕에 공짜로 이빨 관리를 하는 호사를 누리지만 웬일인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도망가기 바쁜 제니. 결국 강제 연행된다.
그런가 하면 승우씨는 집 앞 계단 공사에 들어갔다. 숏다리인 웰시 코기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다리 길이에 맞는 '견'체공학적 통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무려 3일간의 대장정 끝에 완성된 새로운 통로는 8코기의 마음에 쏙 들었을까. 8코기를 세계 최장수견으로 키워 기네스북에 오르게 하려는 부부의 노력은 오늘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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