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할 수 있는 시내버스는 한 대밖에 없고 하교를 할 수 있는 버스도 두 대뿐인 제천의 한 산골 마을.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달려와 가방을 내팽개치고 일복으로 갈아입는 형제가 있다.
분홍 선캡과 밀리터리 작업 모자를 아무렇게나 나눠 쓰고 향하는 곳은 집에서도 좀 걸어 나와야 하는 임대 밭이다. 고추며 옥수수 등이 심겨 있는 800평 밭에서 형제는 봄부터 바쁘게 일해 왔다. 또래 친구들이 시원한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땡볕 아래에서 풀을 뜯고, 약을 치고, 물을 댔다는 요한이(17)와 요셉이(15).
근처 냇가에서 열심히 물을 길어다 밭에 댄 덕에 모두가 가뭄으로 고생할 때도 형제의 밭만큼은 푸르렀다. 반복되는 소나기와 불볕더위가 반복되는 요즘도 방과 후면 늘 밭에서 고군분투하는 형제. 학교 수업 때문에 농사일이 늦어져 마음이 조급하지만 엄마는 밭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한다. 사실 형제가 농사에 목숨을 매는 이유는 엄마 때문이다.
첫째 요한이를 낳고 산후 폐렴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던 꽃솔 씨(44). 둘째 요셉이를 낳고 심장판막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았고 심장판막 성형술을 했다. 수술 후 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위해 약초 공장에 다니던 꽃솔 씨. 결국 심장판막에 다시 문제가 발생했고 인공판막 수술까지 하게 됐다.
두 번의 수술로 인해 체력도 떨어졌지만 인공 판막 주위에 혈전이 생기면 뇌졸중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형제는 엄마를 위해 힘든 농사일을 맡아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빠 지병준 씨(55)도 마찬가지다. 겨울에만 잠깐씩 하던 시멘트회사 일을 올해 봄부터 정기적으로 하게 됐지만 병준 씨는 그동안 해왔던 고물 파는 일을 놓지 않았다.
적은 월급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울뿐더러 아내의 수술비로 진 빚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준 씨 또한 뇌에 물이 고여 자칫하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픈 아내와 부모를 대신해 밭일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쉴 수가 없다.
공부에 뜻이 있어 제천의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한 요한이는 두 달 전 기숙사 생활을 청산하고 통학을 시작했다. 기숙사비가 비쌀뿐더러 동생이 혼자 농사를 돕기엔 일손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교 후에는 고추밭에서 일하고 밤늦게야 공부를 시작하는 요한이.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형을 대신해 동생 요셉이는 일찍 일어나 새벽일을 자처한다. 덕분에 요한이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데 일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함께 있으면 티격태격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고 챙기는 형제.
힘을 합쳐 농사를 짓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농사일이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태산이다. 끝을 모르고 자라는 잡초를 뜯고 탄저병 예방을 위해 비닐도 깔아야 하고 약도 쳐야 하는데 시간은 한없이 부족하고 본격적인 장마는 가까워져 온다.
과연 형제는 농사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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