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포레스트’ 데뷔전에서 2위, ‘그레이스리’ 악벽 없이 안정된 주행, ‘퀸스타’ 날카로운 끝 걸음 보여
경마는 혼자 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억과 느낌을 토대로 마필의 능력을 평가하고, 전개를 추리하며 승마를 결정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게임이다. 그래야 적중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필자도 20년 넘게 예상가 생활을 했지만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예상가는 다를 거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신이 아닌 이상 항상 맞히고 이길 수는 없다. 일반인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할 뿐 그 결과가 반드시 적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예상가들이 왜 베팅을 안 하고 예상으로 수익을 올리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매주 일부 경마 팬들은 큰돈을 들고 한탕 해보겠다고 나서지만, 십중팔구 실패로 끝난다. 그만큼 경마에서 이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환급률이 73%로 매우 낮기 때문에 더더욱 이길 확률이 떨어진다. 네 판만 돌면 한 판의 모든 판돈이 세금으로 나가는 현실 속에서 이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즐긴다는 기분으로 소액 베팅하는 것만이 경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경마로 집을 살 수는 없지만, 집을 날릴 수는 있다’는 명언을 항상 명심하길 바란다. 이번 회에서는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치러진 경마 중에서 다음 출전 시 관심을 가져볼 마필 4두를 소개한다.
#라온포레스트(국6·암)
라온포레스트는 2021년 생애 첫 다승왕에 오른 서울 1조 박종곤 마방의 국내산 2세 암말이다. 7월 9일 데뷔전에서 단승식 인기 5위(단승 10.7)를 기록하며 복병 정도로 평가받았으나, 상당히 좋은 내용으로 2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반드시 관심권에 넣어야 한다.
1000m 7번(끝번) 게이트에서 한 박자 늦은 출발로 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200m 지점부터 스피드를 끌어 올리며 중위권에 가세했다. 4코너를 다섯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막판 접전 끝에 2위로 골인했는데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우승마와 불과 반 마신의 근소한 차이였고, 결승선 통과 후에는 이기는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6월 17일 주행 심사에서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데뷔전과 비슷하게 후미 전개 후 막판에 살짝 올라오긴 했지만,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최선의 말몰이였고, 1분 4초 3의 평범한 기록에 5위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높다. 부마 한센은 2020년 씨수말 챔피언에 올랐고 2021년 2위, 현재는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수한 씨수말이다. 모마 라온나리는 경주마로 데뷔하지 않았지만 한 살 언니인 모계 형제마 라온프라다가 2군까지 진출했다는 점에서 좋은 유전인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측된다.
주행 심사 이후 3주 만에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였다. 암말답지 않게 근성이 좋고, 주행 자세가 낮고 유연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레이스리(국6·거)
그레이스리는 서울 54조 박천서 마방의 국내산 4세 거세마다. 7월 9일 10개월 만에 출전한 휴양 복귀전에서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3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200m 3번 게이트에서 좋은 출발을 하며 선입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까지 안쪽에서 좋은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선입 작전을 펼쳤다. 세 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선 후 막판 끈기를 발휘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결국 3위로 골인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전 경주와는 확연히 달라진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이전 두 번의 경주에서는 모두 실격 처리되었다. 데뷔전에서는 발진 불량으로 출전마 13두 중 13위(꼴찌), 두 번째 경주에서도 주행 불량으로 역시 12위(꼴찌)에 그쳤다. 이번 세 번째 경주에서는 순위도 3위로 급격히 끌어 올렸고 무엇보다 주행 불량 같은 악벽 없이 안정된 주행으로 완주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혈통적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치를 가져볼 수 있다. 부마 올드패션드는 작년에 씨수말 순위 4위에 오르며 뚜렷한 상승세를 타더니, 올해는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현 씨수말 챔피언이다. 모마 파인질주는 현역 시절 3군까지 올랐고 씨암말로 전향해서는 드림퀸(3군), 파인의꿈(3군), 파인파워(4군)을 배출하며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4세마로 앞으로 크게 뛸 말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6군에 머물 마필은 더욱 아니다. 이번 세 번째 경주를 통해 뚜렷한 변화를 보였고, 주행 자세도 매우 안정되었다는 점에서 강자가 없는 경주에서는 언제든지 입상 후보로 손색없을 듯하다.
#터치나인(국5·수)
터치나인은 데뷔 5년 차임에도 현재 18승으로 다승 공동 7위를 기록 중인 서울 9조 강성오 마방의 국내산 3세 수말이다. 7월 9일 승군 두 번째 경주에서 상당히 좋은 내용을 보이며 3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200m 9번 게이트에서 무난한 출발로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200m 지점부터 강하게 추진하며 앞선에 가세했지만 외곽 게이트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하며 다시 뒤로 밀렸다. 4코너를 여덟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과는 아쉽게 3위였다. 초중반에 벌어진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우승에는 실패하고, 차이를 줄이는 데 만족하고 말았다. 만약 게이트가 안쪽이었다면 분명히 결과는 달랐을 것으로 확신한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조부마 자이언트코즈웨이는 2000년 유럽 연도대표마에 선정된 명마였다. 씨수말로 전향해서도 2009년, 2010년, 2012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를 정도로 레전드급이다. 모마 골든로즈도 기본 이상은 되는 좋은 혈통으로 평가된다.
이전 여러 차례 경주에서 뒷심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경주를 통해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음 경주에서는 좀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퀸스타(국5·암)
퀸스타는 부산 18조 이정표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7월 10일 경주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여유 있는 3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300m 4번 게이트에서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스피드 부족으로 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따라가기 급급한 모습 속에 맨 뒤에서 두 번째를 유지하며 힘든 레이스를 이어갔다. 4코너를 일곱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적인 추입력을 발휘하며 쭉쭉 올라왔다. 결국 3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평가됐다.
데뷔전에서 추입으로 터트리며(인기 8위) 우승한 후에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매번 밋밋한 추입으로 우승마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배당판에서는 바람이 불었지만, 개인적으로 완전히 무시했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고 데뷔 이후 가장 날카로운 끝 걸음을 보였다.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본 결과 분명한 전력 향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모마 스트로베리베이비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 우승(1100m 모래)을 포함해 14전 5승을 거두며 14만 달러의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능력마였다. 퀸스타가 첫 번째 데뷔한 자마라 씨암말로의 평가는 곤란하지만, 혈통이나 능력은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비록 암말이긴 하나 490kg대의 좋은 체구를 지녔다. 이번 경주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에 앞으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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