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리스크 이어지며 보톡스 시장 3위로 추락…경쟁업체 상대 소송 맞불 한편 화장품 등 신사업 모색
#품목 허가 영향 미칠 형사 사건 장기화
메디톡스 법인과 정현호 대표, 박승범 상무(공장장)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2020년 3월부터 2년이 넘게 1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메디톡스가 2012~2015년 사이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과 ‘이노톡스’ 등 보톡스 원액을 바꿔치기하고, 안전성 시험 자료를 위조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제품을 제조 및 판매했다는 내용의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약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재판부는 앞서 기소된 메디톡신 사건에 대해서만 올해 2월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뒤늦게 기소된 이노톡스 사건을 병합해 선고하기로 하면서 선고가 미뤄지는 양상이다. 오는 8월 병합 후 첫 공판기일이 예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메디톡신에 대한 사건은 진행이 거의 마무리됐었는데 다시 돌아간 것이다. 피고인이 증인 신문 등 절차상 권리를 주장하다 보면 또 늘어질 수 있어서 올해 선고는 힘들 듯하다”고 전했다. 청주지방법원 관계자는 “두 개의 사건이 증거 등에서 관련성이 있어 병합심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메디톡스는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메디톡신과 이노톡스에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린 정부와도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20년 6월과 지난해 1월 메디톡신 50·100·150단위와 이노톡스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메디톡스가 즉각 품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벌여 각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용 제품을 판매해 메디톡신 전 단위와 ‘코어톡스’에도 2020년 11월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서도 메디톡스는 품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정현호 대표 및 박승범 상무에 약사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제인 보톡스에 대해 허가 사항에 전혀 맞지 않는 원액을 사용하고 이를 유통했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자료가 조작된 상황에서 식약처 공무원이 확인할 시스템이 없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에도 해당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시 품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재판에서 정 대표의 지시 하에 이뤄졌다는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알고 있어 이 점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 결과는 소송가액이 약 16억 원에 달하는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 경쟁력 약화 어쩌나
소송이 장기화하는 사이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7월 31일 종가 기준 71만 482원이었던 주가는 2020년 8월 31일 21만 7994원을 기록한 뒤, 7월 11일에는 11만 2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메디톡스는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보톡스와 필러가 차지하고 있다. 소송 결과는 회사 존폐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메디톡스는 식약처가 메디톡신과 이노톡스 등에 내린 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청구해 인용 받아 제품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 상황이 만만치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웅제약의 국내 보톡스 생산액은 약 949억 원으로, 803억 원의 휴젤과 734억 원의 메디톡스를 제쳤다. 메디톡스는 2017년부터 2019년 1000억 원이 넘는 생산액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20년 738억 원으로 생산실적이 대폭 줄어든 이후 지난해는 대웅제약과 휴젤에 역전을 허용했다.
메디톡스의 수출 실적은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메디톡신과 필러 ‘뉴라미스’ 등 수출 실적은 약 706억 원으로 2019년 약 1206억 원, 2020년 약 898억 원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해외 시장 진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웅제약은 2019년 ‘나보타(수출명 주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휴젤은 지난해 3월 ‘레티보’의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MT10109L’에 대해 미국에서 임상 3상 연장시험 중으로 내년 FDA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한다.
메디톡스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2018년 메디톡신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허가를 신청했으나 몇 년째 별다른 진척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홀딩된 상태”라고 전했다. 반면 경쟁사인 휴젤은 이미 2020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국내 시장 대비 보톡스 제품 판가가 2~3배 이상 높다.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메디톡스는 소송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메디톡스는 다른 업체들이 자사의 보톡스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을 검찰에 고소했으며, 2019년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올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ITC는 대웅제약의 기술 유출을 인정해 21개월간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처분을 내렸으나, 이후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지분과 21개월간 로열티를 지급 받는다는 조건으로 지난해 2월 양사는 합의했다.
올해 메디톡스는 ITC에 균주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로 휴젤을 제소했다. 대웅제약과 유사한 결과를 예측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보톡스 업계 한 관계자는 “균주 도용 소송이 제기돼도 증거를 찾기 쉽지 않아 수출 및 판매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톡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근거 없이 무리한 소송을 계속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보톡스 업계 신뢰만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다만 균주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한 메디톡스와 달리 국내 다수 기업이 염기서열을 공개하지 않고 토양, 부패한 통조림 등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혀 메디톡스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메디톡스는 보톡스 액이 사전 충전된 주사기 제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는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에 생리식염수를 섞어 사용하는 방식의 제품이고, 메디톡스는 생리식염수를 녹인 액상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액상이 충전된 주사기 제형이 나온다고 해서 크게 (처방에)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일단 메디톡스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회사는 바이오뷰티사업부와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신설했다. 황반변성과 제1형 당뇨, 고형암 등을 각각 적응증으로 한 신약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전무한 상태다. 향후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든 기술수출을 통해 개발을 이어나가든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신과 이노톡스 등의) 품목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며 “일단 소송에 끝까지 집중할 계획이고, 계열사 메디톡스코리아에서 개발한 ‘MBA-P01(차세대 보툴리눔 톡신)’의 (허가 절차도) 이어나갈 것이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이제 막 전문가 영입이 된 상태라 내부 검토를 거쳐 구체적으로 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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