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올해는 달라질 수 있을까. 제16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신사 팀 이야기다.
개막식에서 전년도 주장을 맡았던 이창호 9단은 “통산전적에서 9승 6패로 숙녀 팀이 앞서며 균형이 조금 무너졌다. 올해는 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신사 팀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각오를 전했다. 감정 표현에 인색한 이 9단으로서는 이례적인 멘트였다.
실제 신사 팀은 최근 5년간 부진했다. 5년간 1승 4패를 기록했고 범위를 10년으로 넓혀도 3승 7패다. 신사 팀은 올해 양건 9단, 이현욱 9단, 강지성 9단, 박병규 9단, 서중휘 7단이 새로 가세했는데 이 중 막 불혹이 된 1982년생 막내 서중휘 7단이 히트다.
올해 불혹이 되면서 처음 신사 팀으로 출전한 서중휘 7단. 서중휘의 4연승으로 신사 팀은 9명, 숙녀 팀은 5명의 기사가 남게 됐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신사 팀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선 서중휘는 송혜령 3단, 조혜연 9단, 김다영 4단, 김윤영 5단을 잇달아 꺾으며 분위기를 신사 팀 쪽으로 확 끌어왔다.
서중휘는 스물셋인 2005년에야 프로가 됐다. 동갑인 조한승 9단이 1995년에 한 살 어린 이세돌과 동반 입단했으니 그들보다 10년이나 늦은 셈이다. 굵직굵직한 재목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었다. ‘송아지 삼총사’로 통칭되는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이 그보다 먼저 입단했고, 송태곤, 박정상 등도 서중휘의 경쟁자들이었다. 얼마나 경쟁이 혹독했던지 당시 연구생을 나와 아마 무대를 평정했던 한 살 위 선배 홍맑은샘, 하성봉은 결국 입단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연구생에서 밀려나 아마 무대로 나온 서중휘는 곧장 아마추어 바둑대회를 휩쓸기 시작한다. 입단 한 해 전에는 탐라배 우승, 아마대왕전 우승, 아마왕위전 우승에 이어 아마국수전까지 석권하며 2004년 최우수 아마기사상을 수상했다.
프로에 와선 생각보다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내공이 무척 강한 바둑이라고 평한다. 때문에 신사 팀 동료 이현욱 9단은 시작 전 “올해 처음 신사 팀에 승선한 서중휘 7단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다영을 꺾고 3연승을 거둔 날, 서중휘를 전화 인터뷰로 만나봤다. “제가 뉴스거리가 될까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연 서중휘는 그렇잖아도 간만에 성적을 낸 탓인지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인천에서 구월 이세돌&서중휘 프로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개원했고 현재 인천의 지역연구생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중휘(오른쪽)와 김다영의 대국. 서중휘의 실리를 챙기고 버티는 작전에 김다영의 공격이 실패로 끝나면서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지지옥션배 첫 출전이었는데 준비는 어떻게 했나.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 실전경험도 부족하고 시간도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도장에 출근해 인터넷 바둑 10초 대국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루에 대략 5~6판씩 꾸준히 뒀다. 아, 그리고 월 1회 김종화 전 인천바둑협회장이 주최하는 미추홀 바둑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 중이다. 거기엔 서능욱 9단, 나종훈 9단, 정대상 9단 등 프로기사들과 내셔널바둑리그에 출전 중인 아마 강자들도 많아 실전감각 유지에 도움이 됐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깊이 연구하는 기사가 성적을 낸다고 하던데.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더러 활용하긴 한다. 기본적인 트렌드는 알고 있어야 가르칠 수 있으니까. 생각만큼 공부하지는 못했다.”
―본인의 기풍은 어떤가.
“실리에 굉장히 민감한 스타일인 것 같다. 이런 바둑은 한 집이라도 손해를 강요당하면 필연적으로 반발하기 때문에 전투바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전투형인지, 실리형인지 설명하긴 어렵다. 전투적 실리형이라 해야 할까.”
서중휘는 11일 이어진 지지옥션배 9국에서 김윤영 5단을 꺾고 4연승을 달성했지만, 12일 열린 10국에서 조승아 5단에게 패하며 연승행진을 마감했다.
서중휘는 “4연승이면 내 역할은 해낸 것 같아 아쉽진 않다. 하지만 숙녀 팀이 워낙 강해 신사 팀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아직 숫자가 많으니 55~60% 정도 유리하지 않을까 한다”고 퇴장의 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