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영어 드라마 첫 작품상 후보 등 13개 부문 이름 올려…글로벌 OTT 작품에만 톱스타 몰릴까 우려도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의 TV 예술·과학아카데미(ATAS)는 7월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의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의 주요 부문 후보 선정이 유력한 상황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된 부문은 드라마 최우수작품상이었다. 이제껏 단 한 편의 비 영어 드라마도 에미상 드라마 최우수작품상 부문에 후보로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다. 이로써 ‘오징어 게임’은 언어의 장벽을 깨고 에미상 드라마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비 영어 드라마가 됐다.
이외에도 황동혁 감독이 극본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이정재는 남우주연상 후보, 오영수와 박해수는 남우조연상 후보, 정호연은 여우조연상 후보, 이유미는 여우단역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제작 부문에선 싱글카메라 시리즈 부문 촬영상(이형덕), 메인타이틀 음악상(정재일, ‘Way Back Then’), 내러티브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부문 프로덕션 디자인상(채경선 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싱글카메라 편집상(남나영),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효과상(정재훈 외), 스턴트 퍼포먼스상(임태훈 외) 등에 대거 후보로 지명됐다. 이렇게 ‘오징어 게임’은 13개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현실적으로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무려 25개 부문에서 후보를 배출한 ‘석세션’이 가장 유력하다. 상속을 둘러싼 미디어 재벌 가문 내부의 알력과 갈등을 그린 미국 드라마 ‘석세션’은 2020년에도 한 차례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2년 3월에 열린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TV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의 영광은 ‘석세션’이 가져갔다. 방송영화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하는 시상식인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은 ‘미리 보는 아카데미’, ‘미리 보는 에미상’이라 불린다. 당시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선 대신 이정재가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따라서 크리스틱 초이스 시상식 수상 결과를 바탕으로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예측한다면, 반대로 이정재의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이정재의 경쟁 상대는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석세션’의 제러미 스트롱,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세브란스: 단절’의 애덤 스콧 등 쟁쟁한 배우들이다. 이제는 이들 사이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정재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오히려 도드라져 보인다.
2022년 1월에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은 후보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오영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2월에 열린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에선 이정재와 정호연이 TV드라마 부문 남·여 연기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오영수와 정호연 역시 이정재와 함께 유력한 에미상 수상 후보라는 의미다.
황동혁 감독의 수상 여부도 눈길을 끈다. ‘오징어 게임’은 가장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지만 비 영어 드라마라는 한계가 분명하고, ‘석세션’이라는 탄탄한 미국 드라마와 경쟁한다는 부분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석세션’과 함께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만약 작품상 수상이 불발된다면 대신 감독상이나 극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후보에 오른 13개 부문에서 과연 몇 개나 상을 받게 될지는 9월 12일 개최되는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드라마가 에미상 후보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기쁜 소식이지만 수상 가능성도 꽤 높아 보인다. 그만큼 K콘텐츠의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연예계에서는 이런 설렘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분명 한국 드라마다. 한국 감독과 배우, 한국 대본과 한국어 대사로 이뤄진 드라마이며 제작도 한국 회사인 싸이런픽쳐스가 맡았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서비스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해 미국의 각종 시상식에서 후보로 선정되고, 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배우들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환상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이 에미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메인타이틀 디자인 부문에만 후보로 올라 아쉬움은 남긴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도 한국 배우들이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큰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됐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할 경우 단번에 월드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으며 에미상 등 미국 현지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도 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점점 강해지면 한국 방송사 제작 드라마나 한국 OTT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외면하고 글로벌 OTT로 톱스타급 배우들이 몰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자칫 한창 잘나가는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연예관계자들은 에미상 시상식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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