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둔촌주공 재건축 관련해 최근 제2차 중재 중간발표에서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9개 합의안 중 8개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은 1개는 상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PM사 리츠인홀딩스와 조합과의 분쟁이다.
갈등의 발단은 조합원 ‘무상지분율’을 높이려는 시도에서 촉발됐다. 무상지분율은 조합원들이 현재 소유한 지분에 더해 추가 분담금 없이 얻을 수 있는 지분의 크기로 조합원들은 2012년 무상지분율 190%를 받는 조건으로 리츠인홀딩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2018~2019년 상가 지분 ‘쪼개기 구매’가 늘어나면서 상가 점포 수보다 많은 530여 명이 상가 지분권자로 등록되며 문제가 생겼다. 187실만 단독 소유이고 122실은 350여 명의 지분권자가 점포 하나를 나눠갖게 된 것이다. 이에 상가 공유지분자가 대다수인 통합 상가위원회 집행부 주축 멤버들이 무상 지분율을 270%까지 높이기 위해 PM사를 쫓아버렸다는 것이 PM사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 상가위원회 집행부 측은 이권 개입 문제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했고 조합원들이 모두 동의한 내용이라며 절차상 하자가 없어 계약해지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 7월 10일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들 결의로 구 상가위원회가 상가 대표단체에서 물러났고 11월 9일 현 통합 상가위원회가 들어서며 총회 의결을 통해 구 상가위원회와 계약을 맺었던 PM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PM사 측은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리츠인홀딩스는 둔촌주공상가재건축사업만 수행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2012년부터 상가 설계와 사업 계획 수립, 구청 인허가 신청 업무 등을 담당했다. 그러나 동·호수 추첨까지 마치고 마지막으로 일반분양 업무만 남긴 상태에서 2021년 말 계약을 해지당했다. 일반분양이 끝난 후 남는 수익금을 가져가는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태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년을 비용 투입하며 일하고 이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열매 따기 직전에 계약해지한다고 하면 PM사 쪽에서 당연히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총회에서 의결했다는 건 조합원들끼리의 회의에서 의견 일치를 보았다는 뜻이지 해당 의결만으로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총회의 구속력이 업체의 계약에까지 미치지 않는데 우리가 적법하게 의결했으니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금 정산 문제도 통합 상가위원회와 PM사의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다. PM사 측이 10년째 비용 정산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조합 측은 2019년 5월 16억 원의 비용을 정산해줬다고 밝혔다. 통합 상가위원회 한 관계자는 “그 자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이전 상가위원회의 소관이라 자금의 향방까지 추적할 수 없지만 당시 구 조합 측에 자금을 요청한 공문이 있다”며 “구 상가위원회가 구 조합 측에서 23억 입금 받아 16억 원을 PM사 측에 집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M사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2019년 5월에 구 상가위원회 측에서 받은 금액은 사업비나 설계비 명목으로 상가위원회 측에 빌려준 비용을 회수한 것이라 수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PM사 관계자는 “16억 원은 심지어 저희가 무이자로 빌려준 돈이라 전혀 수익을 얻지 못했고, 10년 동안 저희가 순수 부담한 비용만 최소 100억 원에 달한다. 계약 실현을 통해 전망하던 수익을 빼앗은 걸로 모자라 지금 매몰된 비용도 고스란히 손해로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치권을 놓고서도 조합 측은 ‘불법 점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PM사가 채권관계가 없는 시공사에 대해 유치권 행사 중인 데다가 유치물과의 ‘견련성’(피담보채권과 유치목적물 사이의 관련성)도 없다는 것이 통합 상가위원회 측 주장이다. 상가위원회는 ‘상가 건물에 대한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공사 측에 보내 공사 재개를 촉구한 상태다.
그러나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해당 논리는 이 상황에 맞지 않고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며 “채무자인 조합 측의 소유 물건이기만 하면 나와 채권관계가 없는 이들에게도 ‘이건 내가 유치하고 있다’하고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PM사가 행사하는 건 상행위를 통해 생긴 ‘상사 유치권’인데 상사 유치권의 경우 견련성 요건이 성립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조합과 PM사의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 한 관계자는 “PM사와 논의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우리가 그쪽이 손해 본 비용을 정산해줄 생각이니 곧 해결되리라 본다. 이 논의는 나중으로 넘기고 우선 시공사 측이랑 당장 급한 공사재개 문제부터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해지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는 PM사 측은 논의 테이블에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PM사 관계자는 “저희가 계약을 위반해서 계약이 해지됐다면 만나서 손해에 대한 청구를 하겠지만 계약 해지 사유가 없는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건 비용 보상이 아니라 그쪽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계약 관계를 다시 수립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분쟁 당사자 간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 전까지는 공사 재개가 힘들다는 것. 일반적으로 민사 소송이 대법원에서 결론 나는 데에만 약 3~5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PM사가 분쟁 중인 둔촌주공 상가건물에 대해 공사 중지 가처분이나 분양 금지 가처분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상가 건물뿐만 아니라 전체 단지에 준공 승인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입주가 불발된다는 것이 시공사 측 주장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1만 2000세대의 입주에 지장이 생길 경우 조합이든 시공사든 누구도 이주비를 포함한 비용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 PM사랑 합의 끝나고 유치권 해제하기 전까지는 (시공사업단은) 절대 개입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분쟁의 골이 깊어지는 동안 8월 23일로 예정된 약 7000억 원의 사업비 대출 만기일자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시공사업단 측은 6월에 이미 대주단 측에 대위변제(채무자가 아닌 제3자 등이 채무를 변제했을 경우 채권자의 채권이 그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일)와 구상권 행사 방침을 밝힌 상태다. 현실적으로 조합이 돈을 상환할 방법이 없다. 최악의 경우 부지가 경매로 넘어갈 경우 조합원들이 분양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 측이 조합 집행부 해임에 나서고 있지만 설령 해임이 성사되더라도 PM사와 시공사 측과의 분쟁을 모두 해소하고 대주단의 대출연장 합의까지 끌어내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위 측이 우선 회담을 제안해 7월 13일 시공사업단과 만날 예정이지만 현대건설의 구상권 행사 방침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정상위 관계자는 “우선 대출을 재연장할 수 있도록 공사 재개를 협의해보겠지만 힘이 닿지 않을 경우 구상권 행사 시기라도 늦춰줄 수 있을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