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은 장편 시(詩) '구도(求道)의 여정'을 2004년 창작해서 2007년 1월 18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했다. 지공은 자신이 창작한 '구도의 여정'을 천공이 2010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도의 여정' 창작 당시 천공과 지공은 스승과 수제자 사이였다. 지공이, 천공과 함께 고소한 신 아무개 씨도 '대외적으론' 천공 제자로 알려져 있다. 신 씨는 현재 천공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지공과도 잘 아는 사이다.
지공이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천공과 신 씨는 '구도의 여정'이 지공의 창작물이며 지공이 원저작권자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천공은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공표했고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임의로 사용했다. 또한 출판, 강의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도 이용했다. 물론 지공의 어떠한 허락도 없었다.
지공은 고소장에서 "천공과 신 씨는 '구도의 여정'이 내가 창작한 독자적인 창작물이고 내가 원저작권자로서 2007년 1월 18일 저작권 등록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다"며 "오로지 개인 영리를 취할 목적으로 '구도의 여정'을 포함한 내가 창작한 다수의 작품을 마치 천공이 창작자이며 저작권자인 것처럼 2010년 11월 개설된 정법시대 블로그에, 2017년 개설된 홈페이지 도입화면과 시(詩) 갤러리에 각각 게재했다. 또한 2011년 11월부터 정법시대 유튜브 강의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주)정법시대는 지공이 천공과 함께 고소한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 신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천공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정법시대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출판, 공연, 광고 및 행사대행, 교육 서비스, 무역, 연예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법시대 인터넷 홈페이지엔 천공 강의, 영상과 사진, 저서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정법시대 사무실은 서울 용산구 용산동 5가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다. 대법원은 2011년 2월 "창작물이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말하고 그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저작자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방법에 따라 정리해 기술했다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지공의 법률 대리인은 "고소인(지공)이 창작해 저작권 등록을 마친 '구도의 여정'은 고소인의 창조적 개성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되는 어문저작물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136조와 137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으로 침해한 자에겐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해 공표한 자에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공의 법률 대리인은 "피고소인들(천공과 신 씨)은 고소인(지공)이 저작권자인 '구도의 여정'을 10년 전 대중에게 공표한 후 지속적으로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며 "고소인의 저작재산권과 지적인격권을 침해한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천공을 고소한 지공을 지난 6일 오전 만났다. 강원도 태백산 줄기가 이어진 경북 봉화군에 있는 그의 수행처에서다. 지공의 수행처는 깊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전기도 수도도 안 들어왔다. 휴대전화 송수신도 차단되는 오지였다.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할 법한 곳이었다. 이날 지공은 취재진에게 천공과 자신의 2000년 첫 인연부터 2006년 절연할 때까지 있었던 스토리를 비교적 덤덤하게 털어놨다.
지공이 천공을 고소한 사연은 이랬다. 천공과 지공은 2004년 4월 21일(음력 3월 3일) 부산 태종대에서 신도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동신선도'를 출범시켰다. 지공은 "당시 도반들(신도들)이 오는데 교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천공한테 '교주가 되려면 경전을 내놓고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교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천공이 나한테 만들어보라고 하더라. 난 몇 개월에 걸쳐 '구도의 여정' '교시' '민족의 대서사시' '여인의 길' 등을 썼다. 그렇게 해서 그해 11월쯤 부산 도반들 앞에서 발표했다"고 회고했다.
지공은 '구도의 여정' 외에도 '민족의 대서사시'와 '교시' '여인의 길' 등의 작품도 자신이 창작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공이 이번에 천공을 고소하면서 '구도의 여정'만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적시했다. 그렇다면 '민족의 대서사시' 등 나머지 작품에 대해선 왜 고소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지공은 "천공이 '민족의 대서사시'와 '여인의 길' 등은 2005년 4월경에, '교시'는 2007년 7월경에 각각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해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공은 "이들 작품도 분명히 내가 창작했다"며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내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공은 "천공이 정법시대에서 쓰는 거는 전부 다 내가 쓴 거다. 남의 글을 가져가서 그걸 상업적으로 왜 이용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요신문은 지공의 고소에 대한 천공의 입장을 듣고자 천공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천공 측에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공은 지난 5월말 대전 중부경찰서에 천공과 천공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인 신아무개 씨 등을 고소했고 한 달 후인 지난 6월 22일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천공이나 함께 고소당한 신 씨 등이 경찰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천공-지공 사제지간 절연 왜?
지공스님은 천공을 6년여 동안 스승으로 모셨다. 2000년 초부터 2006년 7월까지 가족처럼 함께 생활해 천공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둘의 첫 인연은 2000년 1월 시작됐다. 지공은 만행(萬行, 여러 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닦는 수행) 중 찾은 강원도 태백산 단군성전에서 천공을 처음 만났다. 천공은 지공에게 자신이 수행하는 울산 신불산으로 공부하러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지공은 만행을 마친 뒤 2000년 3~4월경 신불산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천공과 동고동락했다. 지공은 "나이 차이도 있고 해서 천공을 스승처럼 모셨다"고 말했다. 천공은 1956년생, 지공은 1961년생이다.
지공과 천공은 신불산을 근거지로 삼고 때때로 전국 만행을 다녔다. 그러던 중 부산에 사는 교인들과 인연이 닿아 천공은 부산에서 설법을 하게 됐다. 점차 교인이 늘어나자 천공은 '해동신선도'라는 단체를 2004년 3월 발족했다. 지공은 "해동신선도 출범 후 '민족의 대서사시', '구도의 여정' 등 교재를 쓰기 시작했다"며 "완성까지 몇 개월이 걸렸고 2004년 11월쯤 교인들 앞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지공과 천공은 해동신선도 출범 후 대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충남 논산에 만든 도량(道場,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을 오가기 위해서였다. 해동신선도는 경남 함양에도 도량을 마련하는 등 그 세를 키워나갔다.
지공이 천공과 절연한 건 2006년 7월. 함양 도량의 토지 문제 등이 교인들 사이에서 불거지면서 천공과 지공도 갈라섰다. 이때 교인 대다수도 해동신선도를 떠났다. 지공은 수행을 위해 2010년 주변 인연도 정리하고 충남 금산 서대산으로 들어갔다. 속세를 멀리한 탓에 천공이 2011년 시작한 유튜브 정법시대의 존재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구도의 여정' 어떤 작품이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조언자' 천공스승이 수제자 지공스님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당한 문제의 '구도(求道)의 여정'은 어떤 작품일까. 이 작품은 지공스님이 2007년 1월 18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장편 시(詩)이며 A4용지로 무려 94쪽에 달한다. 작품 전문을 기사에 싣기엔 방대한 분량이다.
다만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구도의 여정 서문'을 통해 이 작품의 대략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인류의 역사,/ 우주 창조의 역사이다// 그렇다면 천지창조는/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해서/ 창조와 조물되었기에/ 이 광막한 우주에 삼천 구천 대천세계를 수놓아/ 인류역사의 오늘을 이루었는가// 이 시는/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인간의 본질인 나를 찾아/ 천지대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대명제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이/ 새로운 탄생과 삶의 종막인 죽음을 펼치며 이어온/ 윤회의 진실을 밝히고// 지구촌 온 인류의 뿌리요/ 삼라만상의 근본으로 자리한/ 이 땅에 온/ 친손의 사명을 일깨워/ 온 인류겨레와 더불어/ 4차원에서 방황하고 있는 영혼들이 일체를 이루어/ 대우주의 본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천지공사 대천명의 사명을 안고/ 천지근본의 진리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의지와 처참한 아름다움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하여/ 온 인류와 이 민족이 걸어가야 할/ 참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 시이다// 우리의 내일과 인류겨레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하여 지어진 글이기에/ 지금의 현실로부터 외면당할지라도/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천지대자연의 비극을 잉태시킨/ 우리들의 겸허한 반성과/ 인류겨레에 대한 진정한 사랑 없이는/ 대우주의 본향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부활을 꿈꿀 수 없기에/ 천지공사를 이루기 위한 염원을 담은/ 이 노래가 온 누리에 펼쳐져/ 온 인류와 구천을 떠도는 모든 영혼들이/ 본향을 찾아가는 기쁨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경북 봉화=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