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월간 이용자수 하락세…플랫폼·점주·배달기사·소비자 얽힌 이해 풀기 쉽잖아
#출혈경쟁 속 소비자·점주·라이더 불만 가중
‘탈 배달앱’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의 월간 이용자 수가 3월 395만 명에서 6월 305만 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결제 추정 금액도 약 2조 3500억 원에서 1조 8700억 원가량으로 감소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점주들의 반발에도 직면했다. 특히 출혈경쟁을 벌여온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근 음식점주에게 부과하는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 무료 지원 프로모션을 6월 30일에서 9월 30일까지로 연장했는데, 두 기업이 무료 서비스 연장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 단위로 나란히 줄였다. 이를 두고 곧 포장 주문 수수료가 붙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플랫폼 기업들의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불만이 나오는 건, 점주들이 체감하는 배달 수수료가 이미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을 기준으로 점주들은 배달비와 울트라콜 광고비, 카드·결제 수수료 등이 포함된 통합형 수수료 방식을 많이 택한다. 판매 금액의 33%를 떼어가는데,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사업자가 체감하는 수수료는 37~38%에 달한다. 2만 원짜리 치킨을 팔면 이 수수료를 내고 원재료 값, 인건비 등을 빼면 3000원도 남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도 더 이상 코로나19 때처럼 출혈 경쟁을 벌이기 쉽지 않다. 악화한 수익성을 해결해야 하는 탓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올해 단건배달 수수료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57억 원이다. 물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증여한 주식 보상비용 약 1000억 원이 인건비로 처리된 영향도 크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은 약 243억 원,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쿠팡이츠의 영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기업인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 8000억 원 규모다.
이들 기업들에 불만을 표하는 건 배달기사들도 마찬가지다. 배달기사들은 플랫폼 기업이 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경우가 많다. 쿠팡이츠와 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배달기사 A 씨는 배달대행업체의 단가 후려치기가 ‘그루밍’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처음에는 배달 건당 1만 원을 준다고 했다가 5800원, 4800원으로 단가를 낮췄다. 지금은 3100원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에 따지기도 애매한 구조”라고 했다.
구교환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기본 배달료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플랫폼사 마음대로 피크타임이나 기상 상태 등 필요한 때만 배달료를 높여주는 식이다. 배달기사들은 불안정한 환경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계는 고용 형태 다변화를 통해 공급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최근 쿠팡이츠 단건배달을 위탁배달하는 한 배달대행사는 배달 건수와 상관없이 하루에 17만 원, 6일 근무 시 일주일에 102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고정 주급제(일급) 공고를 올렸다. 그러나 배달이 힘든 ‘똥콜’ 전담반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데서 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결국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월급제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우아한형제들은 손자회사 ‘딜리버리앤(N)’을 통해 고정 월급을 받는 배달기사를 구해왔다. 수습 6개월을 지낸 후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방식으로, 배민1과 B마트 배달을 맡는다. 쿠팡이츠도 지난해부터 월급제 정규직 라이더인 ‘이츠친구’를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 월급제 라이더 연봉은 최소 3120만 원 수준, 이츠친구는 2400만~27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배달기사 사이에서는 폭우와 폭염 등 안 좋은 기상 상황에서도 거리가 먼 콜을 받는 등 처우가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플랫폼 버블’이 시작됐다”고 평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해결책 있을까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플랫폼, 점주, 소비자, 배달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 업체가 현재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의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이미 플랫폼에 갇혔다. 배달비를 낮추고 소비자들을 묶기 위해서는 사실 플랫폼 사업자가 양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배달료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점주와 배달기사들이 짐을 짊어지고 있는 현재의 배달 시장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구교환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배달비 인상과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직결되지는 않는다. 배달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시장을 투명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과 비교하면 이용률이 줄어들었겠지만, 결제 금액이 그간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한 시장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중개수수료를 인상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안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기업들이 소비가 위축되지 않게 손해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 플랫폼 기업들 역시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입 가격별로 포장 수수료 감면혜택을 차별화하고, 배달 플랫폼 및 배달대행업체의 매출 증진에 기여한 기준에 따라 배달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업계에선 배달앱 위기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원래 3~5월이 비수기고 한여름에는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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