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관련 정산 내역 비공개로 각종 의혹 양산됐지만 앨범은 정상 제작·유통 중…팬들 “투명한 자료로 오명 씻어야”
팬들의 기대만큼 6월 27일 발매된 가수 김희재의 첫 정규앨범 ‘희재’(熙栽)는 좋은 초동 성적을 거뒀지만, 앨범 발매 후 3주가 지나도록 팬들은 모금 관련 정산 내역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구매 앨범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기부처와 최종 구매한 앨범의 수량, 정확한 모금액 등 어느 하나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가수 팬덤 대부분이 초동 성적 발표 다음 주부터 최종 모금액과 앨범 구매 수량 및 관련 회계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온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이 문제를 항의한 일부 팬들의 글은 팬카페에서 실시간으로 삭제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동 성적만 채우고 사라진 김희재 팬덤의 기부모금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부를 위해 대량으로 제작됐어야 할 앨범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앨범을 제작한 제작사와 유통사가 동일한 곳인 데다 김희재의 소속사인 스카이이앤엠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모금액에 맞춰 앨범 수량을 허위로 뽑아낸 뒤 이를 판매량에 포함시킨 게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음반 초동 판매량과 그 순위를 집계하는 한터 차트에 따르면 차트에 집계되는 실물 판매량은 음반 바코드로 인식돼 실제로 구매자에게 앨범이 인도된 시점만을 판매 시점으로 인정한다. 사전 예약도 실제 음반이 출반돼 송장이 출력된 뒤 음반의 고유 바코드가 인식되는 시점부터 비로소 판매량으로 인정된다. 즉, 공구 등을 통해 예약 판매가 미리 이뤄졌다고 해도 초동 판매량 집계 기한 내에 실물 앨범이 출반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는 판매량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희재의 정규앨범은 제작 과정에서 일부 팬들의 반발로 디자인을 교체했다. 5월 말 즈음 김희재의 콘서트 이미지가 공개되자 핑크색 수트와 ‘Re-born(다시 태어나다)’이라는 문구,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 '헤드윅'의 포스터 구도와의 유사성 등을 지적하며 “성소수자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비슷한 이미지가 포함됐던 앨범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꿔야 했다. 이 때문에 음원 공개도 원래 일정보다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발매 일정에 맞춰야 하는 음반 제작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모금액 사용 및 실물 앨범의 현황부터 기부처까지 모두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출반을 미룬 채 모금액을 받고 송장만 출력해 판매량을 채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희재의 첫 정규앨범은 일정대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재의 앨범 제작과 유통을 담당한 A 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 15만 장 이상의 앨범이 제작돼 발매일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며 “다만 기부 모금액에 해당하는 판매량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 7월 안에 자료를 정리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희재’의 초동은 7월 3일 기준 13만 장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초동 판매량은 앞서 기부를 목적으로 공구한 대량의 앨범과 소장을 위해 개인적으로 구매한 앨범이 모두 포함된 수량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물 앨범은 예약 판매와 추가 판매 분량에 맞춰 모두 제작된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총 모금액과 기부처, 그리고 정확한 기부 현황에 따른 앨범 수량이다. 김희재 앨범 기부모금을 주도한 팬카페 음총팀(가수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투표, 음원 스트리밍, 음반 구매 등 ‘총공’으로 불리는 팬들의 집단 행위를 독려하는 팀)에 따르면 당초 이들은 앨범 1장당 가격을 대략 1만 5000원으로 계산해 예약 판매 10만 장을 포함한 초동 판매량 15만 장과 총 모금액 15억 원을 목표로 해 왔다. 4월 25일부터 시작된 이 모금은 5월 31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됐는데 당시 음총팀에서 마지막으로 공지한 모금액 정산은 7억 5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목표 금액의 절반이었지만 음총팀은 이 모금액만으로 충분히 당초의 목표 수량(예판 10만 장)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유통사를 통해 최저가로 공동구매가를 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희재의 앨범 예판 공동구매 가격은 7000원으로 확인됐다. 실제 유통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기부공구가(단체로 진행하는 기부 모금과 달리 개인이 기부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앨범 가격) 9500원, 정상가 1만 1900원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부 타 가수 팬덤에서는 “정상가와 공구가의 차이가 심하게 나면 적은 돈으로도 더 많은 초동 물량을 채울 수 있어 사실상 음반 시장을 교란하는 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앨범 제작까지 진행하는 해당 유통사가 김희재의 소속사인 스카이이앤엠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임의대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한터 등 관련 기관에 ‘허위 사재기’ 신고가 이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유통사는 이런 비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통사 관계자는 “다른 유통사들은 저희보다 더 저렴하게 공구가를 책정하기도 한다. 4000원짜리도 본 적 있다. 더욱이 저희는 스카이이앤엠의 자회사가 아니다. 음반 유통 계약을 맺은 업체일 뿐”이라며 “저희도 앨범 유통을 많이 해 봤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자체가 처음이다. 음총팀에서 정확한 판매량과 기부 현황, 송장 등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면 다 보내줄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팬카페의 기부모금에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스카이이앤엠 관계자도 “저희는 음총팀의 요청을 받고 유통사만 연결해 줬을 뿐”이라며 “저희가 주도했다고 잘못 보도됐는데 이 부분은 충분히 해명했다. 소속사 관계자가 직접적으로 기부모금이나 공구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양측이 모두 앨범 공구 문제에서 빠져나간다면 결국 폭탄은 음총팀에게 넘어가게 된다. 팬덤 내에서는 음총팀의 투명하지 못한 진행이 가수의 이름 앞에 ‘허위 사재기’라는 오명을 붙였다는 원성도 높다. 최소한 최종 모금액과 기부로 진행될 수량에 대해서는 팬들에게 공개하고 꾸준히 소통해야 했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의견을 막아 일을 키웠다는 게 그들의 불만이다. 일부 팬들은 기부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기부금을 돌려받고 싶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팬은 “최소한 모금이 끝났을 때 팬카페 내에서만이라도 최종 모금액과 정확한 앨범 구매 수량만 말해줬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팬들은 그저 무조건 10만 장을 채워야 하고, 이게 저희가 사랑하는 가수를 위한 일이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금에 동참했는데 도리어 가수에게 해를 끼치게 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팬 역시 “저희는 나이가 많고 이 나이 먹도록 ‘덕질’도 김희재가 처음이라 인터넷으로 음반을 사고, 모금을 하고, 총공을 하는 모든 게 생소하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더 안타까운 것”이라며 “팬카페 내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투명한 정산 자료를 바탕으로 가수의 오명을 씻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 감사를 선임해 자료를 모두 대조하고 정리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한 빨리 일이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이번 기부모금을 진행한 음총팀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관련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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