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투키에 48억 원 받게 돼, 사우디 정부 상대로 한 중재는 기각…삼성엔지니어링 “향후 계획은 검토 단계”
#얀부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SWCC)과 총 30억 달러(약 3조 9540억 원) 규모의 ‘얀부3 발전 플랜트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공사는 사우디 산업단지인 얀부 지역에 3100메가와트(MW)급 화력 발전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얀부 프로젝트’라고도 불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얀부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상해전기, 사우디 알투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보조 설비 설계, 기기구매, 핵심 설비 시공 등을 맡았다.
당시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중동의 맹주라 할 수 있는 사우디에서만 세 번째 발전 플랜트”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사우디 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시장의 메이저 발전 플레이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2017년 1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얀부 프로젝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얀부 프로젝트 절반 이상을 진행한 상태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공사 과정에서 사우디 정부와 수차례 의견 충돌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중동의 정세도 불안했다. 당초 공사 완공 예정일은 2016년 12월이었지만 이러한 사정 때문에 완공 예정일이 2018년 8월로 미뤄지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시 사우디의 기기 사양 변경 요청에 따른 공사비 증액 등 계약 조건 재협상 중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얀부 프로젝트 계약 해지 소식이 들려오자 삼성엔지니어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발주처가 요구한 조건은 △중국산 터빈에서 프랑스산으로 변경 △고압 압력장치에서 초고압 장치로 변경 △싱글 연료에서 듀얼 연료 시스템으로 변경 등이었다”며 “미수금은 580억 원이며 회수 여부를 두고 발주처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얀부 프로젝트는 적자현장으로 발주처와의 정산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7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ISDS)’을 신청했다. 계약 조건 변경을 협상하는 중 발주처의 계약 해지로 이익이 침해당했고, 정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ISDS는 기업이 투자한 상대방 국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손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국제 민간 중재 기구에 중재를 신청하는 제도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에 요구한 손해배상금은 약 4억 5200만 달러(약 6000억 원)였다.
#판정승 했지만 아직 갈 길이…
사우디 알투키는 ISDS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투키와 알투키의 협력사인 비전은 2019년 6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손해배상금 6억 달러(약 8000억 원)를 요구했다. 계약 해지의 책임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알투키와 비전은 이를 위해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및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합작 중재 기구에 중재를 신청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투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근거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컨소시엄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끼친 것은 알투키라는 것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장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시 회사의 입장을 담은 반대서면을 제출하는 한편 알투키에게 역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맞섰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알투키에게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중재를 하자고 했지만 알투키는 이를 거절했고,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알투키가 중재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진 당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는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시 “(알투키의) 청구 금액이 삼성엔지니어링 자기자본의 64%에 육박하며 2015년 대규모 손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것이 가파른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되더라도 컨소시엄으로 공사를 진행한 업체들 역시 책임 공유가 불가피하며 6억 달러는 과도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DIFC와 LCIA의 합작 중재 기구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 알투키 모두에게 귀책 사항이 있으며 귀책별로 세분화해 보상하도록 판결했다. 알투키가 삼성엔지니어링에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1038만 달러(약 137억 원), 삼성엔지니어링이 알투키에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672만 달러(약 89억 원)다. 결과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이 알투키로부터 366만 달러(약 48억 원)를 받게 됐다.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해당 판결은 단심이므로 알투키가 항소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ICSID가 지난해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ICSID는 SWCC가 사우디 정부의 일부인 사실은 인정했지만 얀부 프로젝트 계약 해지가 사우디 정부의 투자보호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알투키에게 돈을 받는 상황은 맞지만 서로 어떤 귀책이 있었는지 국제 중재에 대한 부분을 세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ICSID의 기각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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