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가 주주환원이라는 믿음으로 자리잡은 배경은 무엇일까. 무상증자는 주주로부터 대금을 받지 않고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배분하는 자본거래를 말한다. 재원으로는 이익잉여금도 가능하지만 대체로 자본잉여금을 사용한다. 주식배당과 무상증자는 차이가 있는데, 전자는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고 이익잉여금만 재원으로 하며, 후자는 이사회 결의로 충분하고 자본잉여금도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세청은 주식배당이 이익잉여금만 재원으로 사용하므로 현금배당과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것이고 현금배당 부분에 대해서 주주환원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작위적인 논리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100%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면 현금 유출이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는 주주환원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데 마찬가지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는 자본변동일 뿐이고 주주환원으로 전혀 볼 수가 없다. 권리락이 있어서 주식배당과 비슷해 보이지만 주식발행 수 증가에 따른 지분비율 조정일 뿐이다. 따라서 주주환원이 아니고 주주환원율에도 변화가 없으므로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서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없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대부분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무상증자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는 '장기적'으로 주가 부양에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재무 능력 긍정적 시그널, 유동성 증가 효과 등으로 시가총액(주가)이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 주가 부양 효과 역시 주식배당보다 못하다. 이익잉여금이 그 기업의 기업가치(펀더멘털)를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것이며, 자본잉여금은 한계가 있어서 일회적 무상증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주식배당은 현금배당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못하다. 본질적으로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무상증자든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하는 주식배당이든 위 과세부정설의 논거처럼 자본 전입이지 주주환원은 아니다. 다만 주주가 회사의 잉여금에 대해서 일부 ‘투자회수’의 권리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주주환원과 유사한 착시효과가 발생하는데, 여기서도 무상증자나 주식배당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하면 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하므로 본질적으로 주주환원이 아니다. 반면 현금배당은 투자회수가 아니기 때문에 현금배당을 하더라도 주식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주주환원이다. 결국 현금배당만이 올바른 주주환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공구우먼, 노터스 같은 주가의 폭등·폭락은 무상증자 신주상장일까지 시가총액이 급감하는 것을 이용한 소위 작전세력의 전횡이 아닌가 의심된다. 일반적으로 무상증자를 발표하고 신주가 상장되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무상증자 비율이 클수록 시가총액도 N분의 1토막 나기 때문에 마치 시가총액이 감소해서 주가가 싸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거래 유동성까지 감소하기 때문에 일부 세력이 주가를 끌어 올리면 많게는 몇 배까지 주가를 급등시킬 수 있다. 주가의 정점에서 대량의 거래가 터지면서 급락할 때 무상증자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착시현상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매물을 받아 내면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무상증자는 주주환원이 아니며 주주가치 역시 불변이므로, 비록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결국 주가는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 분야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은 1992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6기(2005~2006년)로 수료한 변호사다. 금융감독원(2014~2015년), 트리니티자산운용(2016년), 스카이자산운용(2017년) 등에서 고문을 역임했다. 이후 수림자산운용(2018년), KSA법무법인(2019~2020년)을 거쳐 현재 싱가포르 헤지펀드 터너리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