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발레 안무가 도미니크 보뱅을 보면 마치 굴착기와 사랑에 빠진 사람 같다. 건설 현장에서 전문 기사들이나 다룰 법한 육중한 굴착기를 껴안고, 쓰다듬고, 입까지 맞추면서 애지중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굴착기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그의 댄스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5톤 굴착기와 호흡을 맞추며 춤을 추는 발레리노인 그는 비록 파트너의 동작이 굼뜨고 어설프고 또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태연하게 클래식 음악에 맞춰서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며, 굴착기에 매달려서 빙글빙글 돌거나 거꾸로 매달리거나 혹은 굴착기 주위를 맴돌면서 사랑의 몸짓을 표현한다.
이런 둘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들어내는 조화롭고 우아한 춤사위에 매료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과 기계가 짝을 이뤄 춤추는 모습은 다소 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세계를 돌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