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수 회장 매각한 코스모화학 되찾아…황산코발트 국산화 실적 일등공신
허경수 회장은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2015년 계열사 부당 지원, 불법 승계 논란 속에서 주력 계열사 코스모화학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코스모화학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바 있다. 허 회장은 2019년 정산앤컴퍼니(현 코스모앤컴퍼니)를 통해 코스모화학을 되찾았다. 허 회장이 코스모그룹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것은 2차전지 생태계 조성이다. 양극재 원료인 코발트와 양극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고자 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대규모 투자금 부담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성공적
독립 투자분석기관인 FS리서치는 코스모화학이 내년까지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코스모화학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550억 원, 5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126억 원, 305억 원을 기록했다. FS리서치는 코스모화학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34%, 77% 증가한 6880억 원, 541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1000억 원, 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모화학을 분석하는 증권사 연구원이 적다 보니 실적 전망치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고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스모화학은 지난 1월 말 1만 100원(유·무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1만 5000원대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20% 이상 하락할 정도로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모화학은 상당히 선방하는 셈이다.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황산 코발트다. 코스모화학은 2011년 국내 처음으로 황산 코발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사업 초기에는 원광석을 수입해 코발트를 추출했지만 현재는 수산화코발트와 폐배터리 스크랩을 구입해 생산 중이다. 즉,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화에 성공한 셈이다.
박진 FS리서치 연구원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폐배터리 확보와 양산시 수율인데 코스모화학은 내년도 사용될 폐배터리 스크랩 물량을 모두 확보한 상태이고, 회수율 또한 제품 개발 단계에서 확인했다”며 “자회사 코스모신소재가 코스모화학 리사이클링 공장 옆에 전구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므로 양사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매출처 확보와 원재료 확보, 이송료 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사업인 이산화티타늄 부문도 조만간 대형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산화티타늄은 백색안료로 플라스틱, 도료, 고무, 제지 등에 사용된다. 또 글로벌 선두권 회사인 크로노스가 캐나다 공장을 폐쇄하고 코스모화학에 위탁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갈 길 먼 승계 작업
허씨 일가는 대부분 LG그룹과 GS그룹 계열사에서 일해왔다. 허경수 회장의 부친 고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은 락희화학공업과 금성사에서 주로 일하다가 말년에 GS리테일을 배정받았고, 허경수 회장의 동생 허연수 사장은 GS리테일 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허경수 회장은 1987년 PVC(폴리염화비닐) 생산회사 코스모산업을 설립해 독립했다. 당시 허경수 회장의 '독자 노선'은 GS그룹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수 회장과 그의 아들 허선홍 씨도 (주)GS 지분을 가지고는 있지만 양측은 엄밀히 계열분리돼 있다.
허경수 회장은 코스모화학을 되찾는 과정에서 최소한 수백억 원대 손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은 승계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코스모화학은 2010년 시중은행과 군인공제회 등을 대상으로 3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해당 기관들은 BW의 신주인수권을 코스모앤컴퍼니와 허 회장의 아들 허선홍 씨에게 매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이 957원이었음에 비해 코스모앤컴퍼니와 허선홍 씨는 주당 114원에 매입했다”며 “결국 BW 발행으로 허선홍 씨 등 지배주주 일가는 저가에 코스모화학의 지분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승계는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중학생이던 허선홍 씨는 2015년까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야 했지만 코스모화학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주가가 추락해 신주인수권 가치 또한 사라졌기 때문이다. 허씨는 2019년에야 다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을 취득해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신소재 지분을 조금씩 확보하고 있다.
GS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코스모그룹은 상대적으로 제일 빨리 승계를 준비하다가 이도저도 안 된 케이스”라며 “일각에서는 허경수 회장이 (주)GS 주요주주이고, 허선홍 씨 또한 200억 원 상당의 (주)GS 주식이 있어 승계가 무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GS 집안 특징은 지주회사 주식을 쉽게 팔지 않는다는 점이므로 승계 작업도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스모그룹 관계자는 “허선홍 씨는 현재 군복무 중이며 이 밖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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