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6년째 연애중>의 한 장면. |
흥분 대화술을 익히려면 먼저 남성과 여성의 뇌가 구조적으로 다르단 점을 이해해야 한다. 고메야마 박사는 “성욕은 남성의 경우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여성의 경우 청각으로 얻는 정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즉 여성은 남성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말에 민감하며, 심지어 말로 쾌락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여성은 논리적인 사고와 언어중추를 담당하는 좌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은 대체로 이유가 없는 섹스 자체만의 섹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오래간만에 섹스를 하더라도 성행위를 시작하려할 때 ‘간만에 한 번 할까?’ 등의 말을 건네는 것은 금물이다. 아내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애정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부끄러움을 감추는 기색도 없어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역설적이게도 흥분 대화술의 핵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내의 말을 경청하는 것. 그러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쳐야 한다. 고메야마 박사는 “화려한 구애의 말보다 공감하는 모습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은 상대가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상대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정서적인 거리도 크게 줄어든다. 일상생활에서 아내가 반복해서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다가 기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꼼꼼하게 아내를 관찰했다가 새로 발견한 사실을 아내에게 직접 알려주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아내가 머리를 잘랐다면 “헤어스타일이 바뀌니까 어쩐지 좀 섹시해졌다”고 말해주면 된다. 아내는 ‘아직도 날 여자로 봐주는 구나’하고 기뻐한다. 아내의 이름을 정답게 불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결혼생활이 길어지면 이름을 부르기가 왠지 멋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름이나 예전에 쓰던 애칭으로 부르면, 누구라도 연애 시절의 달콤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불 속에서 귓가에 대고 이름을 살짝 부르면 좋다.
본격적으로 유혹할 때는 질문하는 식의 공략법이 좋다.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성적인 질문으로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좋아?’, ‘남성의 몸 중 어디가 좋아?’라고 묻다가 ‘손이면 어느 쪽 손이 좋아?’, ‘이 손으로 뭘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묻는 식이다. 아내의 상상력을 키우면서 차츰 흥분을 유도할 수 있다.
애무하며 여성의 몸을 칭찬하는 것도 괜찮다. 그냥 내뱉듯 하지 말고 상대의 몸을 다 소중히 한다는 느낌으로 한꺼번에 기세 좋게 칭찬하는 게 포인트다. ‘피부가 매끌매끌해’, ‘향기가 난다’, ‘각선미가 뛰어나다’ 등 눈에 띄는 건 뭐든 말한다. 특히 옷을 벗어도 손으로 배를 가리거나 끝까지 슬립 등 속옷을 입는 등 배가 나온 사실을 창피하게 여기는 여성이 많은데, 이때는 ‘배가 섹시하다’고 속삭여주자. 또 출산 후 이전과 몸매가 바뀌면서 콤플렉스를 느껴서 본의 아니게 섹스를 거부하는 여성도 많다. 이 경우 섹스리스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있는 그대로 아내의 몸매를 인정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하자.
일단 섹스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냐?’고 자꾸 되묻지 말도록 한다. 자기는 배려 차원에서 확인 차 묻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나름대로 평가를 해줘야 하는 것인가 싶어서 부담을 느낀다.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흥이 깨지고 마니 ‘안 좋다’고 솔직히 답하기도 애매한 노릇이다.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냐’고 묻고 싶어지면, 차라리 ‘내 기분이 참 좋다’, ‘지금까지 중 제일 좋다’는 식으로 바꿔 말하는 게 낫다. ‘나 때문에 이 사람이 기분 좋구나’하고 느끼게 되니 즐겁다. 정말 아프지 않은지 알고 싶다면 있는 그대로 ‘아프지 않느냐, 강약 조절은 적절하냐’고 물어보면 된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