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심각 돗토리현 아이디어…‘원격 근무로 부업·겸업’ 지방 고용주·도시 지원자 윈윈
돗토리현은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흔히 말하는 시골이다. 현의 추정 인구는 급기야 55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주 촉진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 왔으나 인구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역 기업의 고민은 역시 인력난이다. 디지털화 등 임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인재가 부족해 손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도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돗토리현립 ‘헬로워크(공공직업안정소)’가 ‘주 1 부사장’이라는 새로운 인재 모집을 시작했다. 도시에서 활약하는 ‘비즈니스 퍼슨’에게 부업이나 겸업의 형태로 지역 기업의 부사장을 맡기는 것이다. 근무 형태는 원격근무 등 자유로우며, 주 1회 정도 회사에 조언을 해주면 된다. 돗토리현과 연고를 가진 ‘관계인구’를 늘림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NHK는 돗토리시에서 식품가공 회사를 운영하는 후쿠시마 도미코 사장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장은 “지난해 경영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새롭게 스킨케어 시장에 진출하려고 화장품을 개발했지만, 분야가 전혀 다른 만큼 상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것. 그때 헬로워크 측으로부터 신선한 인재채용 제의를 받았다. ‘주 1 부사장’ 모집이었다.
후쿠시마 사장은 “정말 인력이 모일지 반신반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도쿄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을 포함해 30명 이상이 응모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대형 광고대행사 은퇴자(OB) 등 4명을 부사장으로 채용했다.
그중 한 명인 구리타니 나오시 씨는 미국계 기업의 일본법인에서 영업본부장을 지낸 경력의 소유자. 현재는 도쿄에서 프리랜서로 다양한 기업에 판로 개척 어드바이스를 하고 있다. 구리타니 씨에 의하면 “원격근무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지원 계기였다”고 한다. 전부터 지방 기업에서도 일해보고 싶었던 차에 응모하게 됐다.
그는 채용된 후 ‘성별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의 특징을 어필하기 위해 ‘커플 광고’를 제안했다. 광고는 업계의 주목을 받아 상품 2차 판매로도 이어졌다. 구리타니 씨는 “회사 경영을 가까이서 서포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돗토리현에 의하면 ‘주 1 부사장’의 보수는 한 달에 3만~5만 엔(약 30만~50만 원)선이다. ‘부사장’이라는 직함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2019년 모집을 시작한 이후 응모자는 해마다 증가, 2021년도 응모자 수는 3000명에 이르렀다.
헬로워크 관계자는 “도시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 ‘이사까진 힘들어도 지역 활성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잠재적 니즈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주 1 부사장 응모자 중에는 “금전적인 목적보다 스킬 향상 및 일에 대한 도전, 지역 공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NHK는 “지방에서 심각한 ‘후계자 부족’ 문제도 ‘주 1 부사장’ 제도가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돗토리시의 가전업체 사장인, 신야 나라오 씨는 81세다. 연령적으로 영업 활동이 어려워 이제는 장기근속 사원에게 회사를 맡기려고 한다.
회사를 안심하고 승계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것이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의 신상품 판매다. 판매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리고자 신야 사장은 전직 대기업 광고대행사 직원이자 경영 컨설턴트, 에지리 케이 씨를 ‘주 1 부사장’으로 채용했다.
에지리 씨는 “회사가 친환경 제품을 계속 만들어왔다는 데 공감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온 세상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수십 년 전부터 관련 상품 개발을 해온 선견성에 끌렸다”는 설명이다. 우선 에지리 씨는 신야 사장에게 “경영이념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 생산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원래 상품명이었던 ‘마마 서포트’라는 이름은 “소비자가 여성에 국한될 수 있으므로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했다. 에지리 씨는 “지금까진 대기업에서 일해 왔고, 여러 사람이 지원해주는 환경에 있었지만 ‘주 1 부사장’은 나로 인해 일이 진행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에지리 씨를 채용한 신야 사장 역시 “에지리 씨가 여러 선택지를 제안해줘서 고맙다”며 “경영을 잘해서 후계자에게 인계하겠다”고 흡족해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인재에게 갑자기 ‘지방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 지자체들이 시행한 이주 촉진책은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 NHK에 의하면 “2021년 돗토리현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 124개 업체에서 220명의 ‘주 1 부사장’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NHK는 “원격근무 등으로 주 1회만 부업하는 이 구조가 지방 활성화의 새로운 조류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주 1 부사장’이라는 대담한 네이밍과 인재파견 사이트에 ‘돗토리현 특설 부업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현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높이 샀다. NHK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방의 매력에 눈을 뜬 사람이 많아진 지금, 지역을 구할 ‘주 1 부사장’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돗토리현의 히라이 신지 지사는 “코로나 시대에 복수거점 생활(듀얼라이프)이랄지, 부업 등 다양한 형태로 돗토리현과 관계되는 싹이 움트고 있다”고 운을 뗐다. 히라이 지사는 “이를 기회로 삼는다면 인구 40만 명대가 되어도 현내의 사회기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 1 부사장으로 돗토리현에 호감을 갖게 되고 ‘관계인구’에서 머지않아 진짜 ‘거주인구’로도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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