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근린생활시설 속해 중개수수료율 인하 적용 안돼…원룸, 주택 아닌 고시원으로 둔갑되는 사례 많아
그동안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개수수료는 부동산 매매가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지난해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가 1000만 원 이상 나온 사례가 속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중개수수료율 인하를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중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6억 원 이상 매매와 3억 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요율 인하다. 매매의 경우 6억 원 미만 거래는 현행 상한 요율(0.4~0.6%)이 유지된다. 6억 원 이상의 거래 상한 요율은 △6억~9억 원 0.5%에서 0.4%로 △9억~12억 원은 0.9%에서 0.5%로 △12억~15억 원은 0.9%에서 0.6%로 △15억 원 이상은 0.9%에서 0.7%로 낮춰졌다. 임대는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 수수료율을 0.4%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6억 원 이상은 현행 0.8%에서 △6억 원 이상~12억 원 미만 0.4% △12억 원 이상~15억 원 미만 0.5% △15억 원 이상 0.6%로 인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9억 원 주택 매매 시 중개수수료는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줄어든다. 6억 원 전세 거래의 경우 중개수수료는 48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절반 수준이 된다. 또 해당 개정안은 공인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수료를 조정한 것으로 실제 현장에선 협상을 통해 낮출 여지도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소비자에게 중개수수료율 협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는 것도 개정안에 담았다.
하지만 개정안이 일부 계층에 무용지물이라는 하소연이라는 말이 나온다. 고시원의 경우 주거취약계층이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근린생활시설이라는 이유로 중개수수료율 인하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룸도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지만 주택으로 등록되지 않고 근린생활시설로 둔갑되는 사례가 많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근린생활시설 1종은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소매점, 세탁소, 의원 등이며 근린생활시설 2종은 생활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시설로 공연장, 청소년게임 제공 업소, 고시원 등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법에서 주차장 면적, 최저 주거 면적 등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하다. 원룸은 내외관이 다가구와 다세대, 연립주택과 비슷해 소비자들이 근린생활시설로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건물주는 (원룸을) 주택이 아닌 고시원으로 허가를 받은 뒤 거주용 장소로 개조한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원룸이 건축물 대장상에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고 근린생활시설에 적용되는 중개수수료율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고시원도 상업시설이고 근린생활시설이어서 중개수수료율 인하 개정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20조 제4항에 따르면 주택, 오피스텔 외 토지 또는 상가의 경우 매매·교환·임대차시 중개수수료율은 0.9%다. 서울 도봉구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는 최 아무개 씨(22)는 “‘가진 것 별로 없는 자취생들에게 몇십만 원의 복비도 큰 돈”이라며 “처지 알고 복비를 적게 받는 공인중개사도 있지만 대부분 복비 0.9% 다 받는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분야 유튜버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주택임대차 계약할 경우 거래금액 산정법에 따라 거래금액은 5300만 원이다. 임대차에서 전세는 전세금을, 월세는 월차임액에 100을 곱한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것이 거래금액이 된다. 개정안에 따라 거래금액 5300만 원의 최대 중개수수료는 21만 2000원이다. 반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의 근린생활시설을 임대차 계약할 경우 최대 중개수수료는 47만 7000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중개수수료율이 주택과 주택 외로 나뉘어 최고요율이 정해지다보니 원룸·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중개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은 주거 유형별로 중개수수료율을 더 세분화해 규정하는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원룸·고시원에 거주하는 저소득자의 임대차 계약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주거용으로 적용하면 원룸·고시원을 운영하는 임대인에게도 주거용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고려한 법의 혜택을 원룸·고시원 운영자도 누리게 되는 셈.
박천석 직방공인중개사 소장은 “원룸 또는 고시원 등의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한 것인데, 상업용이라는 이유로 상업용 물건의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면서도 “(원룸, 고시원) 거주자에게 주거용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고 (원룸, 고시원) 운영자에게 주택 외 중개수수료를 적용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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