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 토트넘전 맹활약 등 화제…B팀 운영·U-22·준프로 제도 효과
#양현준, 2022시즌 최고의 영플레이어?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강원 FC의 2002년생 공격수 양현준이다. 강원 구단 관계자가 양현준을 향한 각계의 문의에 휴일에 쉬지 못할 정도였다. 양현준은 어린 선수임에도 지난 13일 토트넘 핫스퍼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나설 '팀 K리그'로 선발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올스타팀으로 선발된 것이다. 올스타 선발은 유벤투스가 방한했던 2019년 이후 처음이었다. 양현준은 3년 만에 다시 결성된 올스타팀에 이름을 올리며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발된 2000년대생 선수가 됐다.
길지 않은 선수 생활에서 처음 경험하는 만원 관중이었다. 6만 5000명이라는 대관중 앞에서 주눅들 법했지만 양현준은 평소와 다름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상대로도 당돌한 드리블을 선보였다. 시각에 따라서는 평소 리그에서보다 더 화려한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약 30분가량의 출전시간을 소화하며 도움도 기록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양현준이 긴 시간을 뛰지는 않았지만 임팩트를 남기며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려줬다"는 평가를 남겼다.
'전국구 관심'을 받게 된 양현준의 활약은 토트넘전 이후로도 이어졌다.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수원 FC를 상대로 팀이 4-2 역전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활약을 한 것이다. 측면 크로스를 발뒤꿈치로 돌려놓는 슈팅, 일대일 찬스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슛 등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리그에서 선정하는 라운드 MVP까지 선정된 것은 양현준 활약의 덤이었다.
그의 최근 호조는 '반짝 활약'이 아니다. 최근 강원은 승점을 쌓아올리며 중위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부진하던 시절도 있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도 양현준의 플레이만큼은 시즌 초반부터 빛나고 있었다. 매달 좋은 활약을 보인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양현준은 4월과 6월 2회 수상했다. 라운드 MVP를 받으며 7월 수상까지도 유력한 상황이다. 연말 시상식에서의 영플레이어상 또한 '맡아 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연소, 고교생 주전 수비수 김지수
팀 K리그에는 또 한명의 2000년대생 선수가 있었다. 성남 FC 수비수 김지수였다. 김지수는 토트넘전에서 후반 교체로 경기장을 밟았다. 하지만 패스를 상대 공격수인 손흥민에게 헌납하며 실점의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김지수를 나무라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2004년생에 불과한 어린 선수이기 때문이다. 만 17세로, 이번 시즌 K리그의 최연소 등록선수다.
토트넘전 이후 손흥민이 김지수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김지수가 어린 선수지만 실수 이후 당황하는 모습 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멋졌다"는 말을 남겼다.
김지수는 성남 구단의 유스팀인 풍생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다. 준프로 계약을 통해 이번 시즌 성남에서 5월에 데뷔했고 그후 줄곧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다.
키 192cm, 몸무게 84kg으로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큰 체구의 수비수임에도 현대 축구에서 강조되는 패스 능력까지 겸비했다.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공을 건넨다. 공격진 깊은 지역을 향한 먼 거리 패스도 망설이지 않는다.
#유망주 기용에 적극적인 FC 서울
양현준, 김지수 외에도 리그에서 돋보이는 유망주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FC 서울은 특히 많은 유망주를 보유했고 적극 기용하는 팀으로 꼽힌다.
측면 공격수 강성진(2003년생)은 지난 시즌 김지수와 마찬가지로 고교생 신분으로 리그에 데뷔했다. 준프로 선수로선 최초로 골맛을 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올 시즌부터는 대부분의 경기에 나서며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최근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진행 중인 EAFF-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서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외에도 서울에는 미드필더 백상훈, 중앙 수비수 이한범, '이을용 아들'로 잘 알려진 측면 수비수 이태석 등 2002년생 3인방 또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많은 경험을 쌓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유럽 구단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후문도 전해질 정도다.
#꾸준한 노력의 결실, 유망주 배출
이처럼 잠재력을 보이는 유망주들이 대거 나타난 데에는 국내 유망주 육성 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가 대학 졸업 이후 프로 무대로 뛰어들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시대의 흐름과 제도 등이 맞물리며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유망주 중 김지수, 강성진, 백상훈, 이태석 등은 K리그 유스팀 출신들이다. 이들은 각각 성남과 서울의 산하 유스팀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특히 서울의 강성진, 백상훈, 이태석은 모두 구단의 U-15팀부터 단계를 밟았다. 모두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과거 K리그에는 유스팀을 운영하지 않는 구단이 많았다. 이동국, 오범석 등을 유스팀에서 배출한 포항 스틸러스 정도를 제외하면 유스팀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모든 K리그 팀들에게 유스팀 운영을 강제했다. 군인팀인 김천 상무 또한 예외는 없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 각팀마다 유스팀 운영의 결실을 맺고 있다.
양현준의 경우 강원의 특별한 상황에 도움을 받아 성장을 이뤄냈다. 강원은 B팀을 운영하는 K리그 내 많지 않은 구단 중 하나다. 2군격 선수들로 '강원 FC B'를 꾸려 4부리그인 K4리그에 참여시킨 것이다. 이 같은 형태는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 K3리그, K4리그 등을 운영하는 대한축구협회가 협의해 만들어진 세로운 제도다. 다수의 유럽 리그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큰 규모의 선수단을 보유해야하고 운영비 부담도 있는 B팀 운영에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강원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양현준은 고교 졸업 직후였던 지난 시즌, 1부리그 무대에서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B팀 경기에 뛰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B팀에서 많은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시즌 들어 B팀 운영에 나서는 팀 숫자 또한 많아졌다.
또한 K리그에는 어린 선수들을 의무적으로 출전 시켜야하는 독특한 로컬룰인 'U-22 제도'가 있다. 최초 22세 이하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으로 시작해 강화돼온 이 제도는 현재 22세 이하 선수 최소 1명은 선발, 또 1명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야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모했다. 의무 출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교체 카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페널티가 적용된다.
U-22 제도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극히 짧은 시간만 어린 선수를 출전시키는 부작용이 나온다. 23세, 24세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줄 수 있다는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실제 제도 도입 이후 많은 유망주가 경기에 나서고 있고 어린 자원을 확보하려는 구단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 K리그가 실시해온 '준프로 제도' 또한 유망주 발굴의 원천이 되고 있다. 다수의 고교생 선수를 배출되고 있는 배경이다.
준프로 제도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선수가 프로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전에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프로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 계약을 할 경우 소속 고등학교에서는 선수로 뛸 수 없었다.
새로운 제도로 인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중간 단계인 '준프로' 자격이 생겼다. 학생 선수가 프로에 입단 하더라도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선수의 입단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프로와 아마추어팀 양쪽에서 모두 경기 출전이 가능한 준프로 신분을 만든 것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다양한 제도 중에서도 준프로 제도는 잘 만든 규정"이라며 "유럽에서는 마커스 래시포드 선수가 과거에 학교에 갔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다고 해서 '급식 포드'라는 별명이 생기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서도 급식을 먹는 선수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 뛰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구단들이 유망주를 더 열심히 발굴하고 선수들도 도전적으로 나서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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