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전세계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지난 19일 기온이 40.2℃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폭염 경보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리면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캔자스주 등 일부 지역에서 40℃에 육박하는 고온 현상이 나타났으며, 스페인 타바라 지역의 수은주는 무려 45℃까지 치솟기도 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터.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폭염을 이기는 슬기로운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뜨거운 차를 마신다
더위를 식힐 때는 보통 차가운 음료를 마시게 마련이다. 그런데 오히려 홍차나 커피와 같은 뜨거운 음료가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2년 오타와대학의 연구진들은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 나타나는 체온 변화를 조사했고, 그 결과 차가운 음료보다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 오히려 체온이 내려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습도가 낮다는 조건에 한해서만 그랬다.
연구를 진행한 올리 제이 박사는 ‘스미스소니언 매그’를 통해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몸 안에 더 적은 양의 열을 저장하게 된다.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 흘리는 땀이 증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땀을 더 많이 흘리게 되고, 흘린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내려가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몸밖으로 방출되는 열은 뜨거운 음료를 통해 몸에 전달되는 열보다 더 많다.
하지만 습한 환경에서는 이런 냉각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제이 박사는 “이런 경우에는 뜨거운 음료를 마셔도 몸에서 열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커튼을 친다
호주의 엘리 맥킨 로버츠 박사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면 ‘집안에 커튼을 쳐라’고 조언했다. 창문에 비치는 태양이 자칫 집안에 온실 효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커튼을 치면 하루 종일 그늘에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종종 열 트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커튼을 치고 생활하는 게 좋다.
로버츠 박사는 “하지만 밤에는 창문을 열어두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작동하면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잠을 자기에 적정한 실내 온도는 18~21℃ 정도다.
#창문은 다 열어놓지 않는다
집안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열어두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한낮에는 창문을 닫아 두는 것이 좋다. 이는 바깥의 뜨거운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창문을 열고 집안을 환기시킨다. 부득이하게 낮에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면 전략적으로 열도록 한다. 맞바람이 불고 공기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마주보고 있는 창문을 여는 게 좋다.
#선풍기를 활용한다
더운 공기는 위로 상승하는 성질이 있고 서늘한 공기는 아래에 머무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집안에서 가장 시원한 공기는 바닥 높이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런 점에서 선풍기를 가능한 낮은 바닥에 위치시키고 바람이 위로 향하게 하도록 한다.
집안 공기를 더 빨리 식히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선풍기 앞에 얼음 한 그릇과 찬물을 놓아두면 공기가 금세 시원해진다. 아니면 반대로 선풍기 뒤에 얼음 그릇, 얼음 팩 또는 얼린 물병을 두어도 실내를 빠르게 식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식물을 키운다
집안에 식물을 키우는 방법도 좋다. 나무와 식물은 대기 중으로 수분을 발산하기 때문에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 이로써 식물 주위의 공기는 차가워진다. 더불어 공기 정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뿐만 아니다. 창가의 식물들이 햇빛을 차단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집안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창문 밖에 키 큰 나무 혹은 식물을 심거나 혹은 실내 창문 앞에 가정용 식물을 놓아두면 햇빛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수리와 발을 차갑게 한다
로버츠 박사는 “만약 더위를 먹은 듯 느껴진다면 특히 정수리와 발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견딜 수 있을 만큼 차가운 정도의 물에 발을 담근다. 그런 다음 물을 많이 마신다. 로버츠 박사는 “열사병은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열사병이 의심될 경우에는 발보다 우선 겨드랑이에 얼음찜질을 하는 게 급선무다”라고 충고했다.
#매운 음식을 먹는다
일반적으로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곤 한다. 그런데 혹시 매운 음식을 먹어도 더위를 쫓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바로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느껴지는 ‘혀의 통증’과 ‘열감’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반적으로 땀이 나고, 몸 전체에 열이 오르면서 더워진다.
이에 대해 배리 그린 예일대 교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매운 음식은 일반적으로 열에 반응하는 피부의 수용체를 자극한다. 이로써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신체적 반응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때처럼 땀을 흘림으로써 체온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손목을 핥는다
다소 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 캥거루와 원숭이를 포함한 몇몇 동물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다.
손목 부위를 지나는 혈관은 피부 표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맥박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부위를 혀로 핥으면 침으로 피부 표면을 차갑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침이 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신체가 과열되는 것을 막는다. 손목을 핥는 게 꺼려진다면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손목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충전기 플러그를 뽑는다
TV나 컴퓨터처럼 부피가 크고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전자제품일수록 많은 열을 발생한다. 하지만 사실은 램프, 주전자, 다리미, 그리고 심지어 휴대폰 충전기도 오래 사용하면 많은 열이 발생된다.
2020년, ‘지디넷(ZDNet)’의 연구진들은 열카메라를 사용하여 무선 충전기에서 발생하는 열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다. ‘아이폰11 프로 맥스’를 무선 충전기 위에 두었을 때 주변 공기의 온도는 20℃에 도달한 반면, 충전기 자체의 온도는 32℃까지 올라갔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진들은 “충전 중 발생하는 열을 줄이고 싶다면 핸드폰 케이스를 제거한 채 충전을 하도록 한다. 또한 직사광선 아래서는 충전하지 말고, 충전기는 딱딱한 표면 위에 놓아두라”고 조언했다.
가전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두고, 냉장고와 냉동고의 뒷면에 충분한 환기 공간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내부 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은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들의 플러그를 뽑아두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플러그만 꽂아두어도 상당한 열이 발생하고 이로써 더운 공기를 더 덥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가령 토스터와 TV처럼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는 가전제품들은 아예 플러그를 뽑아두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집을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이 밖에 옷을 말릴 때는 건조기 대신 건조대를 사용하고, 식기세척기보다는 손으로 직접 설거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세탁기는 기온이 내려간 저녁에 사용하고, 오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가능한 술을 마시지 않도록 노력한다. 알코올은 이뇨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이로 인해 심한 탈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술을 마실 경우에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탈수 증상으로는 갈증, 어지럼증, 현기증, 피로감, 입과 입술의 건조함, 진한 노란색을 띠거나 냄새가 심한 소변 등이 있다. 알코올은 또한 피부의 혈관을 확장시켜 더위를 더 많이 느끼게 한다.
한낮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에는 과격한 신체활동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운동은 가급적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서늘한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이때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수영은 더위를 식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너무 차가운 물에 뛰어들 경우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계곡물은 생각보다 더 차가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차가운 물에 갑자기 뛰어들 경우 냉수 쇼크의 위험이 있다.
땀 주륵주륵 어질어질 '열사병 주의'
폭염 속에 더위를 먹으면 체온이 40℃까지 급격하게 올라가고, 체내 수분 및 염분 수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 결과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그늘로 가서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신다. 겉옷을 벗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쉬면 대개는 30분 안에 상태가 호전된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몸에 열이 식지 않으면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열사병이 발생할 경우 신체의 중요한 기능들이 작동을 멈추게 한다.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숨이 가빠지고 심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기도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장기부전, 뇌손상,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