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가·환율 3중고에 방역 강화 예상되면서 상품 예약율 ‘뚝’…예약자 수 부풀리기 꼼수도 다시 등장
#"동남아 물가도 비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월 들어 1만 명대를 넘어서더니 일주일 사이 두 배가량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7월 21일엔 7만 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서울역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도 다시 설치됐다. 확진자 급증에 재택치료자도 30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인기 해외여행지이기도 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의 7일 평균 확진자 수도 10만 명 안팎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이 세고 면역 회피 특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BA.5 변이가 대유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BA.2.75(일명 켄타우로스) 변이 확진자도 계속 추가되는 양상이다.
주요 여행사들은 “4~5월에 비해 예약이 확실히 줄었다”며 “코로나19 재유행 전에는 7~8월 여름휴가철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떠나는 해외여행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성수기 특수를 거의 기대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준비한 전세기 좌석이나 단체석을 소진하기 위해 여행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특가를 내놓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다시 입국 방역 강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내 입국 시 필요한 음성확인서와 입국 후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가 해외여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는 해외여행 수요를 다시 잠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다 고유가와 고환율까지 겹치며 해외여행 소비 심리는 더 주춤하고 있다. 8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처음으로 편도당 2만 원을 돌파했다. 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7월의 22단계를 또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국내 물가로 인해 사치성 소비에 해당하는 해외여행 소비가 주춤하는 데다 현지의 높아진 물가도 악재로 작용하며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한 해외 호텔 관계자는 “고환율, 고유가에 따라 호텔 요금도 기본적으로 30% 정도 인상됐다. 저렴하게 느껴졌던 동남아 물가도 더 이상 싸다고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도 조마조마
해외여행 수요 회복이 정체되면서 패키지 여행 상품이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보통 패키지 상품은 출발 인원이 최소 8~10명은 채워져야 출발할 수 있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상품은 출발이 취소된다. 혹은 상품을 출발시키기 위해 여행사가 마이너스를 떠안고 여행객을 모객하는 상황도 생긴다. 코로나19 이전 수요가 많았던 일본의 경우엔 가이드 동행이 필수라 10명 이상 단체를 꾸려야 해서 모객이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발 날짜가 임박했는데도 최소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여행객들도 불안해진다. 휴가를 내고 일정을 짜야 하는 직장인의 경우 출발이 확정되지 않으면 여행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극성수기를 피해 합리적인 가격의 여행 상품을 예약했어도 막상 인원이 충족되지 않으면 여행객이 많은 성수기로 여행 일정을 변경해 비용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여행객은 “이럴 바엔 차라리 다시 ‘방콕’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며 “올여름엔 오랜만에 해외로 나가볼까도 했지만 코로나19가 재유행을 하니 해외도 불안해서 올해도 국내 여행으로 만족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예약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예 여행 목적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여행사가 계약금이나 위약금 등을 핑계로, 혹은 할인을 미끼로 다른 여행지나 날짜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어왔던 여행사들의 고질적인 판매 관행의 문제도 있다. 여행사들이 모객을 할 때 애초에 4명 정도의 허위 예약 상황을 홈페이지 등에 보여주고 예약을 유도했다가 막상 모객이 채워지지 않으면 해당 상품을 예약한 여행객을 다른 목적지와 날짜로 돌리는 경우다.
한 패키지 전문 여행사 직원은 “패키지 상품을 홈페이지에 띄울 때 지역에 따라 아예 2~4명의 허위 인원을 기본 값으로 띄운 채 모객에 들어가기도 한다. 사실은 아직 한 명도 모객이 안 된 상태지만 해당 상품의 모객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줘 예약을 유도하기 위한 판매 꼼수”라며 “만약 출발에 임박해서도 모객이 채워지지 않으면 여행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예약 날짜의 다른 목적지로 유도하거나 여러 날짜의 여행객을 하나의 날짜로 합쳐 출발 인원을 채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항공 공급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패키지 여행사는 항공 좌석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데다 어렵게 확보한 항공 좌석을 소진하기 위해선 단체 모객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어렵다”며 “요즘은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방역이 강화될까봐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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