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선 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렸지만 저자는 무엇이라도 했다.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체계를 정비했고, 혁신을 내세워 매장의 재구성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시국에 무엇을 바꾸려는 시도는 무모할 뿐이라는 만류가 결국 맞는 말이었다. 크게 바꾸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투자로 재무구조가 더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즈니스에 내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시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어떤 개인의 노력도 원판과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업을 둘러싼 주변의 압박은 심리적으로 목을 조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돌파구의 부존재를 예고했다.
‘당신에게 보낸 아침편지’는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저자는 매일 아침 모든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 많게는 1시간 30분씩 하루도 쉬지 않고 340일 이상을 썼다. 1년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쓰니 오른쪽 어깨에 큰 통증과 마비가 와서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보낸 아침편지’는 이 글들을 모은 책이다.
사람은 가장 고통스러울 때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본다. 의도적인 외면과 회피를 할 수 없는 경우, 생존을 위해 오로지 직시와 전진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위험을 마주할 때, 공포를 느낄 때,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 모르는 절망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이어가는가. 남에게 진심을 담아 잘 견뎌보라고 격려의 말을 하지만 당사자가 바로 자신일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위치를 바꾸어놓고 보면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고 난감한 대답이다.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다. 정신적, 육체적 통증이 적은 탓이 아니라 그러면 주저앉을 것 같아 괴로움을 의도적으로 버리려고 했다. 그 대신 자신에게 묻고 답했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매일 문답했다.
340일 이상 일일 1시간 전후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현실과, 자신과 대화했다. 그리고 주변 동료와 꾸준히 나누었다. 똑같아 보이는 전혀 다른 반복, 익숙하지만 새로움의 연속인 시간,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동료지만 매일 변하는 새 사람으로 인식하며 글쓰기를 지속했다.
저자의 글쓰기는 휴일과 명절을 가리지 않았다. 몸 상태와 업무 상황을 따지지 않고 매일 글 쓰는 일은 무척 힘들었다. 혁신을 부담스러워했던 한 직원은 굳이 읽지도 않을 글을 그렇게 힘들게 쓰냐고 안쓰러워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맥이 풀렸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6개월 쯤 지났을 때 직원 2~3명이 주제를 정해주며 글을 써 달라는 경우가 생겼다. 스무 명 남짓 직원에게 보낸 것인데 한 명이라도 읽어본다는 것을 알고는 작업을 중단할 수도 없었다.
이제 저자는 코로나를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이들과 ‘당신에게 보내는 아침편지’를 나누려고 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은 얘기도 때로는 우리 삶을 본질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고통을 덜고 있든, 더하고 있든 어떤 지점에 있더라도 현실은 현실이다. 다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현재의 모습이 나의 전부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을 꼭 전하고자 한다.
“이기고 지는 문제는 덜 중요하다. 더 소중한 것은 내가 주인공으로서 삶을 개척하며 여럿이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죽기 살기로 버티며, 언제가 우뚝 일어설 당신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좋은 문장을 엮어놓은 글 모음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없는 사람은 여기까지다. 혹시 글을 읽는 이가 자세하게 내용을 살피면 “어? 이게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당신에게 보내는 아침편지’는 저자에게 일어났던 실시간의 상황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써내려간 글이다. 당사자의 눈으로, 관찰자의 시각으로, 세상의 관점에서 이치와 원리를 곰곰이 따져가며 아침편지를 완성한 것이다.
이 책은 세 가지가 남다르다.
첫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년 가까이 매일 아침 일정하게 글을 써내려간 ‘반복의 힘’이다. 결심했으면 실천하는 것이고, 실천하면 어떤 것이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듭되는 행동의 연속이다.
둘째, 당사자로서 참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면서 이를 객관화하려고 끝까지 애쓴 성찰의 기록이다. 손쉽게 결론 내는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다시 일어서려는 다짐을 계속한다.
셋째, 자신의 원칙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도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수용의 자세를 담고 있다. 대단한 성취도 알고 보면 세계와 나라와 시절과 상황과 인연으로 얻은 것이기에 스스로 해낸 것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마음과 몸으로 온힘을 쏟는 것이 일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눈앞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해보려는 불확실한 시도와 시행착오의 반복이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알아간다.
‘당신에게 보내는 아침편지’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당연한 문제를 예외적으로 피하려는 방식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다. 고민과 걱정을 넘어 할 수 있는 만큼 ‘행동’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유한다. 결과 자체보다 과정을 통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된 인생의 가치를 얻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모든 날은 매일 새롭다. 날짜는 저마다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 사는 세상에 수천, 수만의 역사를 담고 있다. 태어난 날, 인연을 맺은 날, 근본이 바뀐 날, 성공하고 실패한 날 그리고 기억 없이 흘러간 많은 날이다. 오늘 하루는 어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날이다.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이미 변한 것이다. 자각하지 못할 뿐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익숙함은 심리일 뿐 현실은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매일 다시 태어난다. 인생은 수많은 처음과 마주하는 벅찬 새날의 연속이다.(본문 중에서)”
전계완은 누구
전직 신문기자, 칼럼니스트, 정치평론가, 방송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광화문살롱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비롯해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영화관과 쇼핑몰이 있고, 15년 전에는 베트남에 진출했다. 외국인 투자회사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정치경제 전문미디어 ‘스픽스’를 출범시켰다.
2011년 이후 MBN, TV조선 등에서 정치평론을 해온 탓에 얼굴을 아는 사람은 평론가로 기억한다. 기자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사람은 미디어 관련 사업자로 알고 있다. KBS-2TV 주말 드라마나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에 직접 투자하거나 제작사 대표로 참여했다. 매일신문과 MBN에서 정치아카데미를 기획한 경험으로 보면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난 18년 동안 해오던 사업에 전력하고 있다. 큰 위기 앞에서 자신의 선호보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행하고 있다. 악전고투(惡戰苦鬪)하면서도 원칙과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성장한다는 믿음을 지켜나가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