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시절 잘못인데 다시 기회 줘야” vs “학교폭력 이력자 국가대표 안돼”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WBC 대회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야구 팬들 사이에서 안우진의 WBC 대회 출전 여부와 관련해 상반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
먼저 찬성하는 팬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휘문고 시절의 학교 폭력 사건으로 인해 징계를 받았고, 선수도 그 과정을 통해 많은 반성을 했으며 사회에서 죄를 지은 사람도 벌을 받고 나면 다시 기회를 주는데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성년 시절의 잘못으로 인해 성인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 여론도 거세다. 안우진은 지난 올스타 팬투표에서 나눔 선발 5명 중 4위에 올랐다. 선수단 투표에선 나눔 선발 1위, 전체 2위를 차지했지만 팬 투표에선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는 안우진의 학교폭력 이력 때문이었다.
안우진이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건 직업의 자유로 볼 수 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팀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안우진의 대표팀 합류로 대회 준비 기간 내내, 그리고 대회를 치르면서도 야구 외적인 문제로 인해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
유튜브 ‘정근우의 야구이슈다’에서도 최근 안우진의 WBC대회 차출 여부와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방송에서 정근우는 “어린 나이에 저지른 실수가 지금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 “이 대회는 되고, 저 대회는 안 되고 하지 말고 대표팀 선발 기준이나 원칙이 똑같이 적용돼야 혼란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KBO에서 선수 징계 사유의 기준점을 명확히 잡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위원은 4회 WBC대회 당시 불거졌던 대표팀 선발 논란을 떠올렸다. 당시 우완 선발의 부재로 불펜 선수들을 뽑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 한 명이 오승환이었다. 당시 오승환은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KBO로부터 ‘한국에 복귀하면 해당 년도 정규시즌의 50%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바 있었다. 4회 WBC 대표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의 WBC 출전을 반대하는 여론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운드에 공백이 큰 대표팀에서 메이저리그가 인정하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며 오승환 발탁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안우진은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뛰어난 제구를 자랑한다. 지도자라면 탐이 날 수밖에 없는 선수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단순히 실력으로만 뽑는 게 아니라는 지적에도 귀를 열어둬야 한다.
염경엽 WBC 기술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시즌이 다 끝나야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메이저리거들도 대표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터라 시즌 이후 정리될 수 있다는 것.
허구연 KBO 총재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단 문을 열어두고 여론을 의식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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