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나라 파키스탄의 해발 3000미터 고산지대에 있는 오지마을 수룽고. 올해로 11년째 이 마을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를 후원해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알렉스 김'이다.
아이들의 교장 선생님이자 마을 주민들의 이웃, 그리고 친구가 된 알렉스 김. 그가 아이들과의 오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히말라야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카라코람산맥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수룽고 마을은 해발 3200미터 고산에 자리한 오지마을이다. 문명의 혜택이 넉넉지 못한 이 마을의 유일한 자랑거리는 바로 초등학교. 비록 책걸상도 없는 작은 학교지만 65명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닥에 낡은 카펫을 깔고 앉아서도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미래의 꿈을 키운다.
불과 11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된 학교. 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인 '알렉스 김'이다. 그는 정부 지원이 없어 허울뿐이던 학교에 선생님을 구해주고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올해로 11년째 교사 월급을 지원해오고 있다.
알렉스 김은 스무 살 때부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아마추어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알렉스 김.
그는 2011년 산악인 김세준 씨가 이끄는 히말라야 라톡 원정대에 사진작가로 참여했다가 등반대를 돕던 포터 '유숩'을 만났다. 그의 헌신적인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가 사는 마을 수룽고를 찾았던 알렉스 김은 차가운 교실 바닥에 앉아 더듬더듬 손가락 글씨를 쓰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말이 학교지 선생님은커녕 제대로 된 책도 없는 학교에서 배움에 목이 마른 아이들을 보고 알렉스는 유숩에게 약속했다. '매달 선생님 월급을 보내줄 테니 학교를 지켜 달라'고. 지금도 월세방에 사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알렉스는 올해로 11년째 어김없이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알렉스 초등학교가 생긴 지 올해로 11년째 덕분에 수룽고 마을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초등교육만큼은 받을 수 있게 됐고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알렉스 초등학교 덕에 꿈을 키운 졸업생 중 50여 명은 인근 도시로 나가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알렉스는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숙원을 풀기 위해 3년 만에 다시 파키스탄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직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실에 책걸상을 넣어주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항공편 직항이 없어 파키스탄까지 가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리는 여정.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부 도시 스카르두까지 차로 40시간, 그곳에서 고산마을 수룽고까지 다시 7시간을 더 가야 하는 긴 여행길이다.
그러나 책걸상에 앉아 더 큰 꿈을 키워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고생스럽기보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는 알렉스.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에게 '교장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다정한 한국인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멀고도 아름다운 여정을 따라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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