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유형 검사 ‘열풍’ 진단…MBTI 업체도 주의 당부
한국의 2030세대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알아가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MBTI를 통해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난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학생 윤 아무개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난 분석적·논리적인 T와 맞지 않고 ESFP와 잘 맞는 것 같다”며 “궁합이 안 맞는 유형과 데이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 아무개 씨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MBTI 유형을 먼저 밝힌다며 “ENFP라고 말하면 다들 나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인터뷰했다.
이에 대해 CNN은 치솟는 집값, 취업 경쟁 등의 상황에 내몰린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MBTI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심리적인 면도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불안감은 최근 커지고 있고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확실히 집단에 소속되면 덜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도 결여돼 있다고 지적도 나왔다. MBTI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영어 알파벳 4개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성격 검사다.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에 기반해 만들었으며 2차 대전 당시 여성과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브릭스-마이어스 모녀가 공식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MBTI 결과에 일관성과 정확성이 없다는 비판들이 제기돼 왔다.
MBTI 업체인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도 현재 한국 2030세대의 MBTI 활용법에 주의를 당부했다.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캐머런 놋은 한국 내 MBTI 인기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면서도 “자신과 잘 맞는 연애 상대방을 찾기 위해 MBTI 테스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반대에 끌린다’는 표현을 알지 않느냐”면서 “MBTI 유형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파트너를 제외하면 더 많은 사람과의 흥미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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