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이적, 이무진 등 표절 문제제기 “K-팝이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게 괜찮은지 토론 기회 삼고파”
이번 논란의 발단은 유희열 씨가 2021년 9월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이란 노래부터다. 지난 6월 이 노래는 1999년 사카모토 류이치가 발표한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유 씨가 사카모토 류이치와 원만한 해결을 봤다는 입장을 발표할 즈음 가치는 유희열 씨가 레퍼런스 작곡 방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추정되는 10개 곡을 발표했다. 이게 결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유 씨는 13년 동안 진행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을 하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요신문은 가치를 만나 그가 유희열 씨 작곡 방식을 ‘저격’하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하지만 가치는 저격이라는 표현을 거부했다. 그는 “나는 유희열 씨에게 어떤 감정도 없다. 심지어 그가 진행하는 tvN ‘알쓸신잡’도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면서 다만 “어떤 곡의 핵심을 따와 거기서부터 작곡하는 방식, 소위 레퍼런스 작곡 방식을 우리가 사용해도 될 방식인지 토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희열 씨 표절 논란을 2013년부터 제기했다. 계기가 뭔가.
“한국에서 음악을 배우다 201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가 음악 관련 잡다한 경험을 했다. 일본에서 알게 된 음악감독과 술을 마시다 보면, 그들이 편해지고 취기가 오르면 ‘한국 음악계는 표절이 만연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어린 마음에 ‘표절이 아니라 장르의 유사성’ 등으로 항변했다. 지금 나오는 표절 논란에 대한 방어 논리 같은 거다. 그런데 그때 노래를 직접 유튜브로 들려줬는데 할 말이 없더라. 그때 얘기 나오던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이 유희열 씨였다.”
“일본에서 MBC ‘무한도전’을 즐겨봤는데 마침 거기에 유희열 씨가 유재석 씨와 짝을 이뤄 노래를 만드는 방송을 했다. 초반에는 표절로 재미를 주는 장면을 보였고, 이후 자신이 만든 노래를 틀었는데 마침 잘 아는 퍼블릭 어나운스먼트 그룹의 보디 펌핀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다 유희열 씨가 퍼블릭 어나운스먼트 춤까지 따라 하는 걸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처음에는 ‘유희열 씨가 방송을 그만하고 싶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노래도 매우 비슷한데 춤을 똑같이 따라 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제발 내가 표절하는 걸 알아달라’는 메시지인 줄 알았다. 그래서 커뮤니티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는데 똑같았지만, 당시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럼 언제 반응이 생겼나.
“한 달쯤 뒤 ‘무한도전 표절 논란’이란 기사가 떴다. ‘일이 터졌구나’ 싶었는데 유희열 씨가 아니라 프라이머리 씨였다. 프라이머리 씨는 이 일로 한동안 음악 활동을 못 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건 당시 유희열 씨가 고정 출연하던 tvN ‘SNL’에서 그가 프라이머리 씨를 조롱하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표절로 장난치는 장면, 이번에는 표절해서 퇴출된 후배를 조롱하는 장면이었다. 이때 나는 ‘이건 연예계 선후배를 떠나서도, 할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유희열 씨에게 어떤 감정이 있던 건 아니다. 나는 ‘알쓸신잡’도 다 챙겨봤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수많은 레퍼런스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일 뿐 아무런 개인적 감정도 없다.”
―유희열 씨의 레퍼런스 방식으로 작곡한 의심 곡 10곡을 올렸다. 어떻게 올리게 됐나.
“6월 ‘아주 사적인 밤’과 ‘아쿠아’ 표절 논란이 있었다. 유희열 씨가 류이치 사카모토 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언론은 ‘유희열, 표절 논란 벗어났다’ 등의 기조로 보도했다. 나는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두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유희열 씨의 레퍼런스 의혹이 있는 10곡을 공개했다. 초기에는 여론이 나를 욕하는 쪽이었다. 꼬투리 잡기 아니냐는 것이다. 10곡, 다시 10곡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 이후 수많은 곡이 문제가 됐다.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는 일본 록밴드 ‘안전지대’ 출신 다마키 고지의 ‘해피 버스데이’와 제목과 가사까지 똑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MBC ‘무한도전’에서 만들었던 ‘플리즈 돈 고 마이 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유가 뭔가.
“다른 곡은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 심지어 해피 버스데이도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타 작품의 핵심 요소나 표현 방식을 인용하는 것)라고 해명할 수 있다. 원작자에게 허락은 받아야 하지만 지금 문제가 돼 원작자에게 말한다고 해도 류이치 사카모토 씨처럼 자신을 존경해서 표현에 넣었다고 하면 대범하게 넘어가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플리즈 돈 고 마이 걸은 얘기가 다르다. 춤까지 대놓고 따라 했다. 정확하게 자기가 어떤 곡을 아는지 드러냈고, 거의 유사한 곡을 만든 거다. 이 곡은 ‘내가 모르지만 우연히 일치했다’, ‘무의식적으로 따라 했다’ 등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유희열 씨 논란이 지나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부 동의한다. 나도 인정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꿰맞추기 표절 의혹 제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의혹 제기에 억울하다고 하기 전에 유희열 씨도, (논란이 지나치다는) 전문가들도 ‘그렇다면 어떻게 무한도전에서 그 춤을 췄나’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다른 건 어떻게든 빠져나가도 이 곡 만큼은 변명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만약 한 곡을 표절했다면 그건 괜찮나. 아무도 모든 논란의 출발인 ‘무한도전’ 관련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일각에서는 ‘장르의 유사성’,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나치게 물고 늘어진다’라고 말한다.
“표절이나 레퍼런스에 대한 의심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특정 장르에서는 진짜로 장르의 유사성이나 클리셰가 존재하기 때문에 억울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쉽게 의심해서는 안 된다. 백 번 동의한다. 그런데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말할 만한 장르는 정말 극히 일부분이다. 유희열 씨가 그런 장르를 했나.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황당하다. 유명 작곡가 가운데 이 정도로 비슷한 곡이 끝없이 나오는 사람이 있나.”
―어떤 부분을 보고 표절 혹은 ‘레퍼런스 작곡’이라고 판단하나.
“어느 곡을 갖다 놓고, 그 곡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소위 레퍼런스 기반 작곡 방식이라고 추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멜로디만 같아서는 안 된다. 일반인은 표절인지 아닌지를 귀로 들어서 알아보려고 한다. 사실 음악 업계에서는 조금 황당한 일이다. 멜로디를 표절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멜로디는 귀로 들어서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표절을 하려고 해도 멜로디는 바꾼다. 그러면 사람들이 알아서 표절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리듬은 건물의 기둥 같은 거라 표절할 때 이건 바꾸기 힘들다. 그 다음 하모니, 악기 배치, 언제 악기가 나오고 들어가는지를 수학적으로 봐야 한다. 악기 구성과 배치만 교묘하게 베끼는 사람도 많다. 보컬 멜로디만 듣고 악기를 안 듣는 사람이 많아 악기 배치를 베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희열 씨는 핵심 멜로디, 핵심 리듬이 비슷하고 악기 배치도 유사하다. 이게 같을 확률이 있나.”
―또 전문가들은 코드 진행이 비슷하면, 노래도 비슷하게 들린다고 한다.
“캐논 코드 등 흔히 쓰이는 코드, 흔히 쓰이는 멜로디, 밀고 당기는 진행, 그런 게 있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렇다고 캐논 코드 쓴 곡들이 다 똑같나. 예를 들어 유희열 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할 정도로 좋아했던 마키하라 노리유키라는 가수가 있다. 그 가수가 부른 ‘그린 데이즈’라는 곡이 있다. 1년 뒤 유희열 씨가 ‘안녕 나의 사랑’을 작곡했다. 이 두 곡은 귀로 들으면 멜로디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지만, 반주의 진행이 같기 때문에 유튜브 AI(인공지능)는 구별하지 못한다. 아예 같은 곡으로 인식해서 마키하라 곡을 유희열 씨 곡으로, 유희열 씨 곡을 마키하라 곡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AI가 헷갈리는 곡을 두고 단순히 코드 진행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최근 이적, 이무진 씨 곡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란 이적 씨 곡은 브라질 가수의 노래와 멜로디가 비슷한데, 단순한 멜로디 진행이 아닌데 너무 길게 비슷하다. 너무 길어서 몇 마디인지 세보진 않았다. 보통 4마디, 8마디 핵심 마디를 베껴오는데, 이 정도면 재판에서도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무진 씨는 2021년 최고 히트곡 ‘신호등’이 ‘세카이노 오와리’라는, 정말 유명한 일본 밴드의 ‘드래곤 나이트’라는 곡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무진 씨는 평소 세카이노의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무진 씨가 세카이노 팬이란 말을 안 했다면 모를까, 알고도 이런 곡을 만들었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무진 씨는 이번이 첫 논란이다. 이게 좋은 약이 돼 앞으로 나아진 창작을 보이거나 아니면 작곡을 안 해도 된다. 이적 씨도, 이무진 씨도 노래 잘하는 분들이 왜 작곡까지 욕심 내나. 이런 논란이 일면 자기에게 더 큰 손해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창작에서 레퍼런스는 어디에나 있다고 한다.
“유희열 씨는 사실 레퍼런스가 있다는 걸 스스로 여러 번 말했다. 예를 들어 토이 6집, ‘나는 달’에 곡 소개를 보면 ‘쿠루리처럼 좀 거칠게 가볼까도 했는데 아직은 좀 소심해서 속도감만 담아봤다’고 했다. 일본 가수 쿠루리의 ‘장미꽃’이란 곡과 거의 같다. 그런데 논란이 되자 레퍼런스 얘기는 없고, ‘무의식적으로 따라 했다’고 했다. 레퍼런스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면 왜 그 얘기가 사라졌나. 그 모습만 봐도 레퍼런스 작곡 방식이 부끄럽다는 걸 스스로 안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좋아한다면 리메이크를 하거나 돈 주고 샘플링하는 방식도 있다. 천재 작곡가 이미지는 가져가고 싶으면서 레퍼런스 작곡 방식을 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아하는 가수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있다. 그런데 어떤 노래를 가져와서 재구성해 만드는 방식을 인정해야 할까. 나는 유희열 씨 개인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K-팝이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게 괜찮은지 토론의 기회로 삼고 싶다. 오히려 레퍼런스 방식으로 창작하는 사람은 소수다. 레퍼런스로 작곡한 사람들이 유명해서 그렇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작 열심히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이 레퍼런스 기반 창작 방식이 괜찮다고 하면 앞으로는 일부만 하지 말고 전부 다 그 방식으로 하면 된다. 그런데 K-팝은 이제 글로벌이 듣고 있다. 최고의 팝스타 샘 스미스가 과거 표절로 소송을 겪고 합의해준 것처럼 우리나라 곡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레퍼런스 기반 창작 방식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본다.”
―표절 의혹이 터질 가수가 더 있나.
“많다고 본다. 과거부터 그렇게 내려져 왔고, 시작부터 그렇게 배워온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소한 나는 거꾸로 과거의 표절을 찾는 방식은 원하지는 않는다. 거의 모든 문화가 다른 나라를 베끼면서 발전했다. 일본도 그랬고,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도 그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과거에 했던 작업까지 추적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시작은 레퍼런스 작곡 방식이었지만 몇 년 뒤 자신만의 창작을 한 작곡가가 있다면 오히려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종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희열 씨처럼 최근 곡이나 이제 나올 신곡에서 문제가 있다면 문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개인적 변화도 있나.
“표절 논란은 법정에서 가릴 일이고, 판사가 선고해주기 전까지는 확실한 게 아니다. 그러면서도 부정적 이슈고, 어쨌든 누군가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불확실하지만 부정적인데다 적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일이 많이 끊겼다. 진행하던 음악 프로젝트도 무기한 중단됐다. 그렇다고 내 유튜브 채널이 큰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기회에 레퍼런스 작곡 방식에 대한 어떤 대답을 듣기 위해 계속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토론 방송 출연 섭외가 오면 반대편에 레퍼런스 작곡 방식을 옹호하는 쪽을 섭외해 달라고 하는데 섭외가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이 문제를 토론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싶은 쪽이다. 만약 내 생각과 다른 전문가가 있다면 출연해서 얘기하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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