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부터 부부까지 상담 ‘사이다 솔루션’ 시청자 열광…노출도 비례 피로도 증가 “열풍 올해까지” 전망도
#왜 오은영인가
오은영을 두고 많은 이들은 “마음을 치료해준다”고 입을 모은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찌르며 공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 방송가에는 상담 예능이 범람했다. 연예인뿐 아니라 비(非) 연예인들도 얼굴을 공개하며 출연해 자신이 가진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오은영은 군계일학처럼 돋보였다. 왜일까.
기본적으로 오은영은 정신의학전문의이기 때문이다. 상담 예능의 원조는 KBS 2TV ‘안녕하세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인 신동엽, 컬투, 이영자 등이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 전문가는 없었다. 단순한 고민 토로를 넘어,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웃음으로 치부하며 가벼운 조언을 전하는 데 그친 것에 대한 질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상담 프로그램에 연예인 패널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한마디씩 걸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오은영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다르다. 그는 전문의답게 사안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는다. 그리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방송 촬영을 넘어 따로 의뢰인을 만나 진료하기도 한다. ‘방송인’이 아닌 ‘의료인’의 자세다.
방송 외적으로 오은영을 만나기 위해서는 1분당 7만∼8만 원가량의 상담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고액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실제 상담을 받았던 이들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조언을 얻었다”고 오히려 오은영을 두둔하면서 이런 논란은 잦아들었다. 시청자들은 이런 고급 진료를, TV를 통해 무료로 받는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오은영의 상담 영역이 전방위로 넓어졌다. 과거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방송가에 첫 등장한 뒤 주로 ‘아동 행동 교정 전문가’로 불렸다. 하지만 요즘 오은영은 육아 고충뿐만 아니라 부부 상담을 비롯해 거의 인간사 모든 영역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요즘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비롯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KBS ‘오케이? 오케이!’ 등 광범위하다.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경우 그 인기에 힘입어 최근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런 프로그램 외에도 오은영을 섭외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은영이 출연하면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지속될까
오은영을 향한 방송가의 잇단 러브콜과 별개로 한편에서는 “오은영 열풍 역시 올해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의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도 역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앞서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사례를 들춰볼 필요가 있다. 그는 방송가의 블루칩이었다. 먹방과 요리하는 방송에 대한 대중적 니즈가 높던 시기, SBS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을 비롯해 KBS 2TV ‘백종원 클라쓰’,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등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지난 5월 론칭된 케이블채널 tvN ‘백패커’ 정도만 백종원표 요리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방송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오은영 역시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적잖은 방송 프로그램 섭외에 응하고 있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오케이? 오케이!’의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를 모두 위기라 불렀고, 2년 반 넘게 모두 이 위기를 겪었다. 이 위기를 겪으며 삶의 터전을 잃은 분도 있고, 상처를 입고 불행하다 느낀 분, 가족의 소중함과 기쁨을 느낀 분도 있다”면서 “정신과 전문의로 32년 가까이 일하면서 인간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주변 관계를 되짚어 보며 헝겊을 꿰매는 것처럼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부르는 이 시점에 저도 힘을 한 방울 보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 속에서, 정신의학전문의로서 그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는 의미다. 물리적으로 오은영이 대면 진료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렇지만 TV라는 대중 매체를 통하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더 많은 이들이 오은영과 접하고, 그가 내놓는 해법을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오은영은 전문가라는 측면에서 기존 인기를 기반으로 활용되던 이들과는 다르다. 더 이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오은영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전문가로서 그는 자신의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중이 오은영을 필요로 하는 시기에 그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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