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어 경영권 매각 로드맵 마련했지만 기업가치 낮아지고 공공성 해칠 우려 제기
#2027년까지 6조 원 상환할 수 있을까
서울보증보험은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IMF 외환위기로 부실화하자 정부가 1998년 두 회사를 합병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곳이다. 당시 1999~2001년 3년 동안 서울보증보험에 10조 2500억 원의 공적자금 투입되면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93.85%의 절대다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예보는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4조 3483억 원을 회수했으나 5조 9071억 원은 아직 미회수된 상황이다.
예보는 다른 출자기관과 달리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비상장사인 탓에 지분 매각이 아닌 배당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왔다. 그러나 2021년 기준 배당 상환액이 2196억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액 상환까지 30년 가까이 소요된다. 2021년 6월에 매각설이 제기됐으나 당시 금융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보증보험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보증보험 시장의 개편 방향, 서울보증보험의 공적기능 등과 연계하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현 단계에서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21년 말 금융위 산하 공자위 위원들이 새롭게 위촉되면서 서울보증보험 공적자금 상환 논의는 ‘지분 매각 검토’로 기조가 바뀌게 된다. 지난 7월 21일 공자위는 공적자금 관련 기금의 청산시점(2027년 말)을 고려할 때 서울보증보험 지분의 단계적 매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자위는 2023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공모(IPO)를 통해 예보가 소유한 지분의 10% 이상을 매각한 후 최대 33.87%의 지분을 2~3년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향후 50%+1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기에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고 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최근의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다수 스타트업들이 IPO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외로 대량 매매되는 방식인 블록딜 또한 통상적으로 시가보다 5~8% 정도 낮은 금액으로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보증보험이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주식 매각 시에도 주식 시장 상황에 따라 계획을 신축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의 경우에도 시황에 따라 매각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2016년 예보가 자체적으로 평가한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는 2조 2000억 원 수준이었다. 투입된 공적자금 등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가 낮다는 평가다. 3번에 걸친 매각 논의가 번번이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자위 관계자는 “다양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밸류(기업가치)가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2조 2000억 원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내년 상반기에 우선 새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야 앞으로의 프로세스를 따져볼 수 있을 전망”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성민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또한 “배당으로는 기한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나름대로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주식을 한꺼번에 팔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권 매각 쟁점은?
서울보증보험이 독과점 지위를 내려놓고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도 쟁점이 되고 있다. 보증기금이나 은행, 각종 공제회사에서도 보증 업무를 다루고 있지만 보험을 통한 보증업무는 서울보증보험이 국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독과점을 허용받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이 예보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2003년부터 상당한 당기순이익(2021년 기준 4561억 원)을 내고 있는 점도 독점적 지위 덕분이다. 서울보증보험이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게 될 경우 덩달아 기업가치가 낮아져 공적자금 상환에 비상등이 켜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시장을 개방해서 다른 경쟁사가 들어오게 되면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에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매각할 때는 반드시 개방과 관련한 정부 정책과 연계해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라면서도 “아직 검토 단계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금융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보증보험이 정부 소유인 데다 독점을 유지한 덕분에 공공성 확보에 중점을 둘 수 있었지만 시장이 민간에 완전히 개방될 경우 이윤 추구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영태 동경대학교 객원연구원은 ‘보증보험시장 개방의 쟁점과 정책적 시사점에 관한 연구’에서 “보증보험은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 신용이 부족한 경제주체에 대한 신용 보완적 성격이 강해 보증보험의 개방화가 이뤄질 경우 우량 보험 계약자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 공급가액에서 개인,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7%에 달한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의 서울보증보험 지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투기 자본이나 재벌 그룹이 시장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나중에 혹시 경영권까지 매각될 경우 신용이 필요한 서민들과 중소기업은 ‘비우량 고객’으로 분류돼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라며 “특정한 대주주를 두지 않고 여러 금융기관들이 지분을 나눠 가진 형태로 중소기업에 신용을 공급하고 배당을 통해 이익을 나눠가지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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