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권 지키고’ 민주당 ‘알짜 챙기고’…법사위·행안위·과방위·국방위 극한 대립 불가피
#상임위원장 7 대 11, 여야 내부 평가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2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원구성에 합의했다.
18개 상임위 중 국민의힘은 운영위·법제사법위·국방위·외교통일위·정보위·행정안전위·기획재정위원회 등 7개 위원장을 맡는다. 민주당 몫은 정무위·교육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여성가족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곳으로 정해졌다.
상임위 중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위원장은 치열한 공방 끝에 국민의힘이 가져왔다. 당초 법사위원장으로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김도읍 의원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장제원 의원이 양보하면서 김도읍 의원이 내정됐다.
원구성 협상 막판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행안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은 여야가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행안위를, 민주당이 과방위를 먼저 맡고 1년 뒤 교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행안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과방위원장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내정됐다.
이번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 원내대표 모두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법사위원장을 탈환했고, 행안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부분적이지만 사수해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협상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사위·행안위·과방위 등 쟁점이 됐던 상임위원장 자리를 사실상 모두 내줬다”며 “또한 행안위와 기재위는 국가의 골간인 행정과 예산 체계로, 그동안 균형을 위해 여야가 나눠 맡았다. 그런데 이번 원구성에서는 국민의힘이 둘 다 가져갔다. 민주당의 협상 실패”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한 인사 역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성공했다. 운영위원장을 통해 대통령실을 지켰고, 법사위와 행안위를 가져가며 한동훈 장관과 이상민 장관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실속은 챙겼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국토위·산자위·정무위·농해수위 등 알짜 상임위를 챙겼다. 이들 상임위는 지역 예산 배정이나 지역 민원 해결, 후원금 모집에 유리하다”며 “경제·민생을 챙기기 위해 상임위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2024년 총선을 대비해 지역구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상임위 위주로 챙겨온 것 같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실속이 없는 원구성이라는 불만이 일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상임위 위원들 구성은?
원구성 협상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각각 상임위에 배정됐다. 상임위 배정은 각 당이 소속 의원으로부터 희망하는 상임위 1~3지망을 신청 받아, 원내지도부가 협의 끝에 결정한다. 제21대 국회 후반기도 법사위가 가장 치열한 전선이 그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법사위 구성은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의 대결로 대진이 짜여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위원장인 김도읍 의원과 간사를 맡은 ‘친윤계’ 정점식 의원은 검찰 출신이다. 창원지검 검사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역임한 유상범 의원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도 법사위에 배치됐고, 전반기 기재위에서 활동했던 박형수 의원이 이번에 법사위에 배정되며 검사 출신으로 힘을 보태게 됐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검사 출신 위원이 한 명도 없다. 대신 판사와 변호사 출신 위원이 각각 세 명씩 배정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이 법사위로 복귀했다. 박 의원은 이미 7월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장관과 전현직 법무부 장관으로 격돌한 바 있다.
또한 ‘사법농단’ 의혹을 최초 제기한 이탄희 의원과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김승원 의원이 법사위에 들어왔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김남국 최강욱 의원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도 법사위를 맡게 됐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중 김남국 김승원 김의겸 이탄희 최강욱 의원 등 5명이 법사위에 배정됐다. 이에 한동훈 장관에 대한 견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통한 검찰개혁 완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을 두고 후반기 법사위에서도 여야간 극한 대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당에서 이번 법사위는 법률가 위주로 짜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원내 지도부가 율사 출신 일부 의원들에 법사위 이동을 설득했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을 앞세워 사정정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이에 일부 강경파가 주도한다기보다, 당 지도부도 위원장직을 넘겨준 상황에 주도권 싸움은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해 공격력이 좋은 의원들로 배치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행안위는 최대 화약고로 떠올랐다. 민주당 위원들은 8월 2일 발표되는 정부의 시행령 문제점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당장 8월 4일 치러지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벼르는 모습이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 김교흥 의원은 7월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경찰국 신설 불법성에 대해서 명명백백하게 따져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행안위에 배치하며 배수진을 쳤다.
과방위 역시 만만치 않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과방위는 원구성 전부터 KBS·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한상혁 방통위원장 임기 문제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이 와중에 과방위원장직에는 민주당 대표적 강경파이자 8월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이 한상혁 위원장 사퇴 압박을 넣고, 방송 장악 의지를 보이는 만큼 민주당 ‘최고의 싸움닭’ 정 의원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5선의 변재일 의원과 4선의 김영주 이인영 의원 등 중진들과, KBS 출신 고민정 정필모 의원을 과방위에 배치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권성동 직무대행이 직접 출격했다. 권 직무대행은 앞서 한상혁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최근에는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부추겼다.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공영방송의 정치 편향성을 지적해온 박성중 윤두현 의원도 과방위에 배치됐다.
국방위도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국방위는 의원들 사이에 비인기 상임위로 분류된다. 이에 주로 당의 중진들이나 원내 지도부가 ‘총대’를 메고 갔다. 실제 이번에도 민주당은 5선의 설훈 의원과 4선 안규백 정성호, 3선의 윤후덕 의원이, 국민의힘은 위원장인 3선의 이헌승 의원을 비롯해 4선 김기현, 3선 한기호 의원 등 중진들이 다수 배정됐다.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첫 입성한 이재명 의원이 첫 상임위로 국방위에 배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국방위를 1지망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의원 측 관계자는 “국회 처음 들어올 때부터 상임위는 당의 입장에 따르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래서 국방위 외통위 환노위 등 비인기 상임위에 지망을 했고, 최종적으로 국방위에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국방위는 정보위·외통위와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재이슈화하고 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여야 간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앞서의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의 국회에서 활동은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 시장과 도지사 때 그랬듯 국회 상임위에서도 ‘사이다 발언’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가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을 계속 꺼내들고 있지만 국민적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의원이 국방위에서 재조사의 부당성을 계속 언급하면 윤 정부에게도 좋은 영향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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