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팀 경험이 성장 밑거름…동료·팬들이 인정하는 선수 되는 게 최우선”
양현준은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고교 졸업 직후 프로 무대에 데뷔해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은 토트넘전이었다. 그 경기 이후 그를 향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부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해 반 시즌 만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양현준은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 일정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 건까지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성실하게 임한다. 그렇게 말을 잘하는 유형은 아니라 노력하고 있다(웃음). 소셜미디어에서 응원 메시지도 많이 오고 있고 주변 지인 분들께도 연락이 많이 온다. 사인 요청도 있다. 친누나가 있는데 '내 동생이 아닌 것 같다'며 자기 친구들이 요즘 내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이전까지는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를 향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동시에 걱정 또한 뒤따르고 있다. "부모님이 '겸손해야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최용수 감독님도 제가 변할까봐, 소위 말하는 '건방'을 떨까봐 걱정하시는 것 같다"면서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에 계신 분들이 잘 컨트롤해주시는 것 같다. 절대 경솔하게 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최용수 감독도 토트넘전 이전에는 양현준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했다. 양현준은 "토트넘전 가기 전에 감독님이 '하고 싶은 드리블 다 하고 와'라고 하셨다. '패스는 하지 마라'라는 농담도 하셨다(웃음). 이벤트전이니까 편하게 하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특명'을 받은 만 20세 공격수는 실제 자신의 개인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처럼 최용수 감독은 현재 양현준이 있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짧은 시간의 기회를 얻는 K리그 실정과 달리 최용수 감독은 양현준을 그간 K리그1 2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80분에 가까운 시간을 출전시켰다.
"감독님이 항상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때론 엄하게도 하시지만 장난도 치시고 농담도 많이 하신다. 나 스스로는 지난해와 올해 기량 면에서 아주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마음가짐의 차이인 것 같다. 긴장을 덜하다보니 몸에 잔뜩 들어가 있는 힘을 빼게 됐다.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플레이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항상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다."
측면 공격수 위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현준, 하지만 그의 포지션은 불과 2년 전 고교 무대에서는 미드필드에 위치했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내내 중앙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다. 프로에 입단하면서 윙포워드로 뛰고 있다"면서 "처음엔 어떻게 움직이고 플레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우리 팀에 잘하는 공격수 형들이 많으니까 형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조언도 구했다. 작년에는 (고)무열이 형에게, 올해는 (김)대원이 형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이번 시즌, 양현준은 경기장에서 함께 긴 시간을 소화하는 김대원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지난 수원 FC를 상대로 한 4-2 역전승의 주역 또한 김대원과 양현준이었다. 이날 김대원은 1골 2도움, 양현준은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양현준은 동료이자 선배인 김대원에 대해 "대원이형이라면 수비를 뚫고 나에게 패스를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 골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서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킥력이나 슈팅, 문전에서의 침착함 등은 내가 배워야할 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K리그 내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양현준이지만 지난해 출전 기록은 많지 않다. K리그1에서 단 9경기에만 출전, 354분을 소화했을 뿐이다. 지난해 그는 긴 시간을 강원 FC B팀에 소속돼 K4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B팀 제도는 지난해부터 K리그에 도입된 제도다. 1군 경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B팀을 만들어 K4리그에 편입, 더 많은 실전 기회를 주는 제도다. 강원은 지난해 유일하게 B팀을 운영한 구단이었다. 양현준은 B팀 운영의 혜택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B팀에서 뛴 것이 프로무대 적응에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경험을 해보니 고등학교 무대와 성인 무대는 정말 다르다. 경기 템포나 압박 면에서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B팀이 아니었다면 적응이 정말 어려웠을 것이고 1군 무대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렀을 것이라 생각한다."
1년간의 B팀 생활 이후 K리그1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양현준이다. 그는 지난해 K4리그 21경기에서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난해 드러나는 공격 포인트보다 실제 경기에서 더 기량을 보였다는 의미로 '메시 같은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양현준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웃음)"라며 "K4리그가 하부리그지만 정말 쉽지 않은 무대다. 순간적인 압박이나 몸싸움은 K리그1보다도 강하게 들어올 때가 많다. 몸싸움에서 밀릴 때가 많았고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발전을 이뤄내며 양현준의 미래 또한 거론되고 있다. K리그에서 유럽 무대로 직행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히는 것이다. 이영표 강원 구단 대표이사 또한 "유럽이 아니면 양현준을 이적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공언을 했다. 양현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박지성 선배를 동경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한다. 막연히 그 팀에서 뛰는 상상을 하곤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전에 강원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최근 승리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팀 순위가 올랐다. 하지만 지금 순위(7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는 6위 이내에 들어 파이널A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다음 시즌이나 그 이후라도 강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당연히 내 손으로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축구 선수 양현준의 개인적인 목표 또한 밝혔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꿈을 가지고 있듯 언젠가는 국가대표로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 "그 전에 현재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료 선수들과 팬분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발전하고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릉=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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