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작가 캘리그라피 인생·철학 인터뷰 "어려운 시국 '편안함' 전하다"
- 최길영 대구시설공단 이사장 "범어지하도상가서 시민 문화생활 위해 다채로운 행사 기획할 것"
[일요신문] "현실을 보다 밝게, 생각을 보다 깊게, 세상을 보다 넓게."
손바닥만한 종이에 글이 그려진다. 시간도 별로 많이 걸리지 않는다. 거침없이 펜을 움직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기 전에다. 한참을 고민한다. 펜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휘저어가며 구도와 글자모양을 연습한다. 이윽고 숨을 가다듬고 펜을 든다. 시원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고요한 물처럼 천천히, 때로는 파도처럼 힘차게 펜을 움직인다.
'황도원' 작가의 '캘리그라피'의 세계를 '일요신문'이 들어봤다.
"'캘리그라피'라는 것은 문장이 있고, 구도 받아서 쓰는 것이다. 한 글자이라도 그 크기와 생긴 모습, 거기에 구도를 받아서 쓴다. 어떻게 하면 모양을 예쁘게 그리고 내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며 쓰는 매력이 있다. 물론 구도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황도원(31) 작가가 캘리그라피에 빠져든 것은 27살부터다. 하루 4시간씩 미친듯이 열중했다고 한다. 시설관리공단의 간판, 군부대 시설설명문, 로고사이트 등 다양한 작품 경력도 있다. 무엇보다 사회에 봉사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기업봉사단, 동아리, 사회적기업 청년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음과 생각이 맞는 사람이 모이면서 경북대 북문에 공방 겸 카페 '어바웃스튜디오'를 열게 됐다. 사실 애견카페다. 많은 사람에게 캘리그라피의 묘미를 알리고자 넓은 장소를 선정하다가 애견스튜디오 작가의 권유로 열게 됐다고 한다.
"시민분도 캘리그라피를 평소에 많이 접하실 것이다. 간판, 슬로건 등 다양한 분야에 들어간다. 손글씨는 딱딱한 시대에 마음의 편함을 줄 수 있다. 바로 '힐링'이라는 느낌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국이다.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리고 꿈을 응원하고 싶다.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직접 써보면 더 좋겠다."
앞서 이달 18~30일까지 대구 범어지하도상가 6, 7번 출구 일대에서 '당신의 꿈'이라는 주제로 황도원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대구시설공단은 지하보도의 공유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전시의 기회를 원하는 대구 소재 지역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주)아이나리와 협업했다. '꿈꾸다', 범어아트 길을 '꾸미다'라는 의미를 담은 '2022 꾸미프로젝트'를 선보인 것이다.
황도원 작가의 캘리그라피 개인전은 '당신의 꿈'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꿈을 '글'과 '수묵화' 그림으로 표현한 '캘리그라피' 작품을 전시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23일에는 황 작가가 직접 시민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그려주며 재능기부를 했다.
대구시설공단 최길영 이사장은 "범어지하도상가에서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으로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의 입장에선 '서화'다. 영국출신의 에드워드 존스턴을 통해 캘리그라피가 대중에게 알려졌다. 존스턴은 10세기 후반 영국에서 사용됐던 필사본체를 응용해 캐롤라인 왕조시대의 캐롤라인 서체와 르네상스 시대의 필사체 중간 지점에 위치한 양식을 창안했다. '할리2904' 서체 탄생의 배경이다. 지금은 영화 포스터부터 북커버, 간판, 설명판 등 모든 분야에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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