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중순 코로나 재유행 정점 예상 속 연이어 개봉 ‘한산’ ‘비상선언’ ‘헌트’ 스크린 나눠 써야
7월 26일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7월 20일 ‘외계+인 1부’ 개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가 선보이는 여름 극장가에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에서 매일 한국 영화가 당연히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한국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데 반해 이에 맞설 대작 외화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7월 26일 박스오피스 1위에 ‘미니언즈2’가 올라왔다. 그나마 수백 명에서 1000명 정도의 좁은 차이지만 1위 자리를 지키던 ‘외계+인 1부’가 7만 1696명의 관객을 동원한 데 반해 ‘미니언즈2’는 7만 9219명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확보한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 모두 ‘외계+인 1부’가 더 많았음에도 ‘미니언즈2’보다 더 적은 관객을 동원했다.
다행히 1일 천하였다. 27일에는 이날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 38만 6180명을 동원하며 9만 1439명에 그친 ‘미니언즈2’를 큰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다만 ‘한산: 용의 출현’도 폭발적인 출발이 되진 못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76만 명),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71만 명), ‘범죄도시2’(46만 명)에 이어 2022년 개봉 영화 가운데 4번째 오프닝 성적에 불과하다. 38만 2190명을 기록한 ‘토르: 러브 앤 썬더’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5위까지는 밀리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같은 주중 수요일 성적표지만 7월 27일은 학교 방학 시즌과 직장인 휴가철이 겹치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운 수치다.
28일에도 23만 698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가 63만 명(사전 개봉 1만여 명 포함)을 넘겼지만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넘긴 ‘범죄도시2’에는 상당히 밀리는 초반 기세다. 개봉 첫 주 일요일까지 5일 동안 무려 35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관객 신화를 예약했던 ‘범죄도시2’에 비교하면 ‘한산: 용의 출현’은 1000만 관객 동원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산: 용의 출현’ 역시 어느 정도는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외계+인 1부’와는 달리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후반부 51분 동안 펼쳐지는 압도적인 해전은 이 영화의 백미로 손꼽힌다. 기대대로 구선(거북선)의 등장이 관객들에게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다만 해전이 시작될 때까지 1시간 20여 분 동안 이어지는 첩보 및 정보전을 두고 관객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아무래도 ‘한산: 용의 출현’이 긍정적인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날 관객 38만 명 동원에 그친 이유는 BA5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나고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5~6월과 7월 초 개봉한 영화들과 비교해 오프닝 성적이 기대 이하다. 원래 극장가에선 5~6월이 비수기이고 여름방학 및 휴가 시즌이 최고 성수기지만 이제는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결정짓는다. 참고로 ‘한산: 용의 출현’ 개봉 하루 전인 7월 26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 285명을 기록하며 4월 20일 이후 99일 만에 10만 명대를 기록했다.
다시 일주일 뒤인 8월 3일에는 또 다른 텐트폴 영화 ‘비상선언’이 개봉한다. ‘비상선언’ 역시 기자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뒤 반응이 좋다. ‘한산: 용의 출현’과 함께 여름 극장가에서 자웅을 겨뤄 볼 만한 기대작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산: 용의 출현’보다 관객 반응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로 개봉하는 두 대작 영화가 스크린 수를 나눠야 한다는 치명적인 한계에 노출돼 있다. 7월 20일 개봉한 ‘외계+인 1부’가 개봉 첫날 확보한 스크린 수는 1959개였으며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2223개였다. ‘외계+인 1부’는 일주일 만에 스크린 수가 734개로 줄었다. 이처럼 두 영화가 2000개 전후의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했다.
그나마 ‘한산: 용의 출현’은 ‘외계+인 1부’의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2223개나 되는 스크린을 확보했지만 ‘비상선언’도 2000개 전후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개봉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개봉 2주차를 맞는 ‘한산: 용의 출현’에도 관객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8월 3일 ‘비상선언’ 개봉을 즈음해 ‘미니언즈2’ ‘탑건: 매버릭’ ‘외계+인 1부’ 등 스크린을 50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들의 스크린 수가 먼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월 3일부터는 사실상 전국 극장의 스크린을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이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극장가에선 스크린 독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이런 행태의 개봉이 1000만 관객 영화 양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결국 다른 시기에 따로따로 개봉했다면 스크린 독점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비교적 무난히 1000만 관객을 달성했을 수 있는 두 영화가 이번에는 함께 스크린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정상적인 개봉이 이뤄지지 못하다 이번 여름 시즌에 대작 영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봉하며 벌어진 진풍경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8월 10일에는 ‘헌트’까지 개봉하면 다시 스크린을 3편의 한국 영화가 나눠야 한다. 이 즈음이면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 가운데 관객 동원 능력이 뒤처지는 영화는 스크린 수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비상선언’과 ‘헌트’ 역시 ‘한산: 용의 출현’처럼 BA5가 주도하는 코로나19 재유행과 싸워야 한다. 방역당국은 이들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8월 초·중순에 BA5 유행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국 대작 한국 영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최고 성수기에 개봉하며 흥행 대박을 노렸지만 오히려 코로나 유행이 가장 심각한 비수기에 몰려서 개봉을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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